‘비자발적’ 비혼 택하는 청년들, “교회 오빠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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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발적’ 비혼 택하는 청년들, “교회 오빠는 어디에?”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2.03.07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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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2040]갈수록 심화되는 청년부 여초현상

“결혼에 대한 마음은 당연히 있죠. 그런데 마땅히 만날 사람이 없어요. 같은 교회에선 찾기 힘들고, 그렇다고 신앙이 없는 사람을 만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올해로 서른아홉, 이미 결혼적령기를 훌쩍 넘은 크리스천 여성 김아영 씨는 결혼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고 한다. 모태신앙으로 교회 생활을 해오고, 같은 교회 청년부 청년과 몇 년 동안 연애를 했지만 결국 좋지 않게 끝나자 오랫동안 섬기던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다시 새로운 교회에 정착해 청년부에 나와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왔지만, 결혼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결혼문제를 고민하는 청년들을 위해 교회가 이들을 위한 적극적인 만남의 장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교회 청년부의 여초현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결혼문제를 고민하는 청년들을 위해 교회가 이들을 위한 적극적인 만남의 장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결혼하고 싶어도 없어요”

저출산·고령화 현상으로 인구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2012년 이후 우리나라 신혼부부 수는 매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2020년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최근 5년 안에 혼인신고를 한 국내 거주 신혼부부는 118만4000쌍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6.1% 감소한 수치다.

교회 내에서도 이러한 수치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단순히 높은 실업률과 높은 집값 등 경제적 문제로 결혼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요즘 청년들과 달리 교회 내 미혼 여성들은 다른 고민이 있다고 했다.

김주현 씨(36)는 “결혼을 하고 싶지만, 교회 안에서 결혼적령기의 남성 청년은 양적으로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선택지가 좁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나이가 나이인 만큼 결혼 2세에 대한 고민도 커지는데,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결혼할 수도 없어 심적인 부담감만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남녀성비가 많게는 2대 8, 적게는 3대 7까지, 교회 청년부의 여초 현상이 심화되자 만남을 갖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혼사역단체 ‘갓데이트’ 문형욱 대표는 “대학부까지만 해도 남녀 비율이 비슷하거나 큰 차이가 나지 않다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교회에 나오지 않는 형제들이 많아진다”며, “이 시기의 청년들을 어떻게 교회로 돌아오게 할지 깊이 고민해 봐야한다”고 밝혔다.

또 문 대표는 “먼저는 교회가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하고, 청년들의 실질적 문제와 고민에 귀를 기울이는 교회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삶 속에서 청년들이 로컬처치에서 봉사하고, 은사를 발현할 수 있는 선순환적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석을 바라보는 눈’ 갖춰야

3040 청년들이 교회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간 현실 속에서 크리스천 결혼사역 전문가들은 교회 여성들이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날 것을 조언한다. 결혼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고 믿음의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결혼하고자 하는 의지를 적극 알리고, 새로운 만남이 성사될 수 있는 커뮤니티 활동에도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형욱 대표는 “크리스천 싱글 청년들이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믿음의 기준으로 상대의 내면을 바라보는 눈을 갖추길 바란다. 또 배우자를 위해 믿음으로 기도한다면, 적극적으로 찾고 구하는 행동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교회공동체’의 역할을 강조한 그는 “싱글 청년들이 건강한 이성교제나 결혼에 대한 배움이 필요하다. 크리스천 청년들이 세상의 문화가 아닌, 건강한 교회 문화 속에서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완성형’의 싱글 청년을 찾아 나설 것이 아니라 ‘원석’의 모습이라고 할지라도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자신의 이성관을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이성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는 “크리스천 싱글 남녀의 경우 세상적 기준과 함께 믿음까지 본다. 그렇기에 더욱 만남이 어렵다. 현실적 기준도 필요하겠지만, 먼저 내면의 영적 상태, 인격적 태도 등을 우선순위에 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교회 안에서 이미 괜찮은 사람은 다 채어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성적인 호감이 생기거나 괜찮은 사람은 이미 결혼했거나 만나는 이성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천 남성 이은결(34·가명) 씨는 “보기에 괜찮은 사람은 어떤 여자가 원석을 다듬어 바꿔놓은 경우가 많다. 주변에 교회에 남자가 없다고 말하는 자매의 경우 완성된 보석을 찾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본인이 그만큼 보석인지를 돌아보는 겸손한 마음과 누구를 쉽게 판단해버리는 정죄의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크리스천 싱글’ 매칭 나선다

청년부 교역자들이 미혼 청년의 결혼문제에 더욱 관심을 쏟을 필요도 있다. 개혁신학 중심의 ‘성경적 결혼학교’를 열어온 이제신 목사(사랑가득교회)는 “적어도 청년부 교역자라면, 이 시대 혼인율과 출산율 감소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크리스천 청년들의 결혼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보수적 교회문화 속에서 미혼청년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고, 적극적으로 서로를 알아갈 시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이 목사는 “멀리서 배우자를 찾을 것이 아니라, 교회 청년들이 다양한 공동체 활동으로 건강하게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장을 열어주어야 한다. 용기가 없어 고민하는 청년들을 위해서는 건강한 자아와 자존감 회복을 위한 신앙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혼문제에 어려움을 겪는 교회 청년들을 위해 하나님이 예비하신 반쪽을 찾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특별한 매칭프로그램을 마련한 단체들도 있다.

‘갓데이트(www.goddate.co.kr)’는 매칭프로그램을 통해 현재까지 50쌍의 커플이 매칭에 성공해 결혼했으며, 현재는 118차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1년에 6~8회 매칭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회차별 만남 시 4~5주 동안 만남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도록 돕는다.

남녀 연령은 결혼적령기의 30대 중후반이 가장 많으며,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는 나이를 공개하지 않고 진행해 연상연하 커플끼리 매칭되는 경우도 있다. 나이 차이를 떠나 각 사람의 내면에 집중하도록 돕는 것이 그 이유다.

CCC(한국대학생선교회)는 크리스천 싱글남녀들이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 하나님이 예비하신 짝을 찾도록 돕는 매칭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모집 대상은 23세 이상 미혼 크리스천 싱글남녀들로 CCC 졸업반, 나사렛, 교회 청년들이다.

‘CCC싱글즈’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번 프로그램에는 총 376명의 싱글 청년이 지원했으며 연령과 남녀 성비 모두 비슷한 비율로 모집됐다. CCC 간사의 추천서를 필수로 같은 신앙과 비전을 가진 짝을 만나고 싶은 사람을 대상으로 지원을 받았다.

‘CCC싱글즈’는 다양한 매칭의 기회를 위해 아직 결혼보다 연애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연애 매칭을, 진지하게 결혼대상을 찾는 이들에게는 결혼매칭을 분류해 진행한다. 또 프로필매칭과 온라인그룹매칭, 일대일 매칭 등의 다양한 매칭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CCC 김은철 간사(패밀리라이프 전임)는 “‘N포세대’ 문화 속, 연애도 결혼도 신앙 안에서 꿈꾸는 크리스천 청년들의 교제는 말그대로 쉽지 않다”며,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라고 토로하는 청년들이 CCC 싱글즈를 통해 하나님이 예비하신 반쪽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참가자의 취향과 추천 간사의 검증, 인터뷰 등을 통해 최적의 매칭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매칭이 성사되지 않았더라도 다양한 후속 매칭의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참여방식에 대해 부담을 갖는 이들에 대해서는 “만남에 있어 위험부담이 없도록 하고 신뢰를 줄 수 있도록 CCC 간사의 추천서를 받는 과정이 필수로 포함됐다”며 “믿음의 반쪽을 찾아 나가는 여정이 귀한 결실을 맺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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