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씨앗, 좋은 나무, 좋은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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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씨앗, 좋은 나무, 좋은 열매
  • 이의용 장로
  • 승인 2022.03.0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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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 ③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봄이다! 올해에는 집 근처 공터에 꽃씨를 좀 뿌려볼까 한다. 매일 아내와 산책을 하는 거리인데 몇 군데에 꽃씨와 함께 들꽃도 몇 포기 심어볼까 한다. 산책하면서 그거 자라는 모습 보는 재미도 괜찮을 것 같다. 집에 씨앗이 몇 봉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무슨 씨앗인지 알 수가 없다. 일단 심어보면 알겠지. 조금 궁금해진다. 씨앗은 심어봐야 알고, 나무는 키워서 그 열매를 보면 안다. 좋은 나무인지, 나쁜 나무인지. 

성경에서는 ‘열매’가 단지 과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땅의 소산물, 가축의 새끼도 열매라 한다. 심지어 자식도 ‘태의 열매’라고 한다. 나아가 사람의 말이나 행실도 열매라 한다. 성경은 사랑, 기쁨, 화평, 인내, 친절, 선함, 신실, 온유, 절제를 성령의 9가지 열매(갈라디아서 5장 22~23절)로 가르친다. 예수님께서는 “좋은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는다.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나쁜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찍어서 불 속에 던진다. 그러므로 너희는 그 열매를 보고 그 사람들을 알아야 한다.”(마태복음 7장)고 경고하신다.

언젠가 포르투갈의 성지에서 이런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어느 공원엘 가니 십자가 위의 예수님 상을 모셔놓은 단이 있고, 거기로 좁은 길이 이어져 있었다. 거리가 한 200미터 쯤 돼 보였다. 몇몇 사람들이 십자가가 있는 곳을 향해 무릎으로 기어 가고 있었다. 퍽 고통스러워 보였다. 어떤 이는 무릎에서 피가 흐르는데도 참으며 고행(苦行)을 했다. 그걸 지켜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내면에서 꿈틀거렸지만 포기하고 말았다. 무릎이 많이 아플 것 같아서. 내 신앙이 참 부끄러웠다. 지금도 그 장면은 나를 성찰하게 해주곤 한다. 

신앙생활을 해오면서 늘 찜찜한 것이 있다. 바로 믿음과 행함에 관한 것이다. 개신교회의 목회자들은, 구원은 믿음으로 얻는 것이지 행위로 받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을 많이 한다. 그 덕분(?)에 목회자나 우리 신자들은 삶을 통해 맺어야 하는 열매에 대한 부담감으로부터 ‘자유함’을 누리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봐야 한다. 신학적 이론이나 교리를 떠나, 기독교 신자인 내 삶은 비신자들에 비해 무언가 달라야 하는 게 아닌가? 다른 게 없다면 나는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에 불과하지 않나? 먼저 좋은 나무가 돼야 하는데 비신자와 다른 것이라곤 술 안 마시는 것, 담배 안 피우는 것, 주일 잘 지키는 것, 십일조 잘 내는 것 말고 뭐가 있을까? 

신앙의 동기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신앙생활의 핵심이라 말씀하셨다.(마태복음 22:36~40) 하나님 앞에서 내가 누구인지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게 ‘신앙’이라면, 하나님께서 가르쳐주신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것은 ‘신앙생활’이다. 다시 말해 좋은 그리스도인이 되어 좋은 열매를 맺는 삶이 답이다.     

그 ‘삶’이란 예배당에서의 삶만이 아니라 가정, 일터, 사회에서의 삶을 포함한다. 교회의 훌륭한 일꾼을 넘어 훌륭한 부모, 훌륭한 직장인, 훌륭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좋은 나무’가 아닐까? 그래야 열매도 맺을 수 있고...  교회도, 신자들도 이런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 나는 과연 인내하며, 기뻐하며, 선하게, 신실하게, 온유하게, 절제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성찰해보자. 다시 말해 내가 좋은 나무인지 살펴보자. 나아가 이웃을 사랑하며 그들을 친절하게 대하며, 그들과 화평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점검해보자. 그게 바로 성령의 9가지 열매를 맺는 삶이 아닐까? 이 봄에, 우리 믿음의 밭에도 좋은 씨앗을 뿌려보자!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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