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고통 외면 말고 하나님나라 교육 생태계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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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고통 외면 말고 하나님나라 교육 생태계 만들어야”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2.03.02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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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장 박상진 교수(장신대)

연구소 설립 후 부모교육, 시민운동 등 폭넓은 활동
교회와 가정, 학교 함께하는 ‘유바디교육목회’ 필요해

“교육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눈물이 납니다. 애굽에서 노예생활 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신음소리에 모세를 부르셨던 것처럼, 아이들의 고통을 들으신 하나님께서 저를 부르신 것 아닌가  늘 생각합니다. 기독교 교육은 아이들을 교육의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장 박상진 교수(장신대)는 기독교 교육이 올곧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길을 걸어왔다. 특히 기독교 교육이 그저 교회교육에 국한되거나 기독교사들의 학교 교육 차원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교육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못 본체 할 수 없었다. 

기독학부모 교육, 입시 사교육 바로 세우기, 쉼이 있는 교육, 기독교학교 정상화 운동 등 우리 사회와 교회 안에서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던 활동을 만들어냈던 것도 교육이 고통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난 17일 장신대 교수연구실에 만난 교육에 대한 그의 생각은 매우 선명했고 소신은 돌올했다. 기독교적 가치관이 교육 생태계 전반에 녹아들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장 박상진 교수(장신대)는 “한국교회가 성장에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하나님나라 관점에서 하나님나라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r>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장 박상진 교수(장신대)는 “한국교회가 성장에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하나님나라 관점에서 하나님나라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은 교육” 뒤늦게 떠난 유학
박상진 교수는 성균관대에서 일반 교육학을 전공했다. 기독교 교육학을 공부한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다. 학부에서부터 교육학을 공부하면 할수록 빠져들었다. 무엇보다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목회자였던 아버지의 지지도 큰 힘이 됐다. 

“애초 기독교 교육학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기독교 교육단체들을 돕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목회를 하려고 신대원에 진학했지요. 일반 교육학으로는 사람을 온전히 변화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거든요. 그런데 부교역자로 교육부서를 섬기면서 결국은 교육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여러 교육기관에서 활동하며 경험은 풍부했지만 더 늦기 전에 기독교 교육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그리고 39살 늦은 나이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기독교 교육학의 명문 미국 버지니아 유니온신학교(Union-PSCE)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모교 장신대로 돌아왔다. 귀국 후 우리나라 기독교 교육의 현실을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그 때 한국교회에서 기독교 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교회학교 중심으로 국한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어요. 미션스쿨도 많고, 이제 막 기독교대안학교들도 세워지기 시작했는데, 정작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연구도 기관도 부족했습니다. 우선 ‘기독교 학교교육’ 과목부터 개설했습니다.”

1998년 제1회 기독교사대회를 섬기고, 2000년 기독교사단체 좋은교사운동이 시작될 때부터 이사로 함께하고 있다. 기독교사들과 함께하면서 교회교육과 함께 학교교육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더 절실해졌다. 

“주일학교 부흥만을 목적으로 하는 교회교육은 안 된다는 거지 않습니까. 교육 고통 문제를 교회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일 아침에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성도들의 자녀교육이 분리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의 ‘블루오션’
기독교 교육 전반에 대한 밀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고 판단해 박상진 교수는 곧이어 2005년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를 설립했다. 당시 높은뜻숭의교회 김동호 목사, 두레교회 김진홍 목사, 샘물교회 박은조 목사가 중심이 되어 적극 지원해주었고, 교육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그 때부터 필요하다는 생각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운동을 일으키는데, 모든 것이 블루오션이었습니다. 일반 교육학과 기독교 교육학을 모두 공부했기 때문에 기독교 학교교육 분야는 마치 미개척지 같았습니다. 기독교 학교교육에 대한 책도 거의 없었어요. 우리 연구소가 지금까지 단행본만도 50여권을 출간할 수 있었던 배경이지요.”

연구소는 먼저 부모들이 변해야 한다고 보고 기독학부모 교실부터 문을 열었다. 공교육에 있어서도 기독교적 가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입시 사교육 바로세우기 운동을 전개했다. 거시적인 생태계를 바꿀 기독교 교육시민운동이었다. ‘쉼이 있는 교육’ 운동도 마찬가지 취지에서 전개했다.

기독교 건학이념으로 설립된 미션스쿨들이 대내외적인 변수 때문에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는 현실을 목격하고는 ‘기독교학교정상화추진위원회’를 2012년 출범시켰다. 사교육 공영화 정책으로 사학운영 자율성이 훼손되고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해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가 출범하는 데 산파 역할을 했다. 한국교회와 기독교 학교가 연결될 수 있는 고리가 되어 주었다. 

박상진 교수와 연구소가 걸어온 길은 전혀 새로운 것이었다. 

“기독교 사학들이 명문고가 되는 것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게 아닙니다. 수직적 다양성이 아니라 수평적 다양성을 추구해야 하고, 서열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하지 말고 기독교 인성과 성품 교육에 근거해 우리 아이들에게 왜 공부해야 하는지 가르쳐야 합니다. 입시가 아니라 신앙 교육을 하면 그 열매는 다양한 은사로 아이들에게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박 교수는 수년 전부터 유바디 교육목회를 제언하고 있다. 유니게와 바울이 디모데를 양육했던 것처럼, 가정과 교회, 부모와 교사가 하나 되어 다음세대를 세우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주목해야 할 한국교회 교육방향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기독학교교육연구소는 개소 후 기독학부모교실부터 시작해 미개척지와 같은 사역들을 펼쳤다. 

“밤새며 기독교 교육 토론하고파”
유바디 교육목회를 제언하는 것처럼 박상진 교수는 교회와 학교, 가정이 함께하는 신앙교육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이는 개인적인 성장 경험과도 연결되어 있다. 박 교수는 목회자였던 아버지의 신앙교육 아래에서 7남매 형제들과 함께 자랐다. 한 때는 목회자 자녀로서 갈등을 겪어야 했고, 방황하는 시간도 있었다. 친구들과 단체로 교회를 빠지기도 했고, 술을 마시며 작은 일탈을 시도해보기도 했다.  

“‘자 이제 예배드리자’는 아버지의 음성이 늘 기억납니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배웠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만져주실 것을 확신하고 자녀를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부모가 먼저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우선순위를 신앙에 두고 있는 것을 보여주면 우리 아이들의 신앙은 회복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에 있어서 절대적 기준은 신앙에 있어야 한다. 다음세대 신앙교육을 그저 교회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도 박 교수의 확고한 생각이다. 교회-가정-학교가 연계하는 삼위일체 교육이 필요하다. 

“삼위일체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가정만큼이나 교회 역할도 중요합니다. 교회학교 성장만을 생각하지 말고 하나님나라 관점에서 하나님나라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교회를 다니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하나님나라를 위한 일꾼 정치인이 나오도록 해야 합니다.”

박상진 교수는 이제 정년까지 일년 밖에 남지 않았다. 대학에서 제자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무척이나 신나는 일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은퇴 이후 마음껏 새로운 교육 활동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렌다고 했다. 

“요즘은 은퇴하기 전에 기어를 바꾸어놓는 것처럼 아주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보다 지금까지 이끌어온 활동을 더욱 본격적으로 펼쳐갈 기회라는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비전이라면 늘 동역자를 보내주셨습니다. 교수가 연구소를 하면 3년 내 망한다고 하는데, 하나님께서 좋은 이사진, 연구원들을 보내주셔서 열매를 거두어 왔습니다. 앞으로도 탁상공론 하는 것이 아니라 실존적인 문제에 다가가 성경적 비전을 제시할 것입니다. 비전이 있는 한 생명력은 확산될 것입니다.”

박상진 교수는 원탁회의를 열어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육이 무엇인지 밤샘토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원탁에 모여 토론에 함께할 기독교 교육전문가와 사역자들이 더 많아진다면 기독교 교육의 미래는 더 밝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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