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2040] 한국 나이 서른 다섯인데…남자 10명 중 7명은 ‘미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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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2040] 한국 나이 서른 다섯인데…남자 10명 중 7명은 ‘미혼’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2.23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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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동태 코호트 DB’서 ‘88년생’ 남자 혼인율 27.1% 불과
‘결혼’을 결심하는 결정적인 조건으로 ‘경제적 상황’ 나타나
기독 청년 인식도 세상과 다르지 않아 “돈이 있어야 결혼”

1988년생인 직장인 전창일 씨. 전 씨는 “결혼이라는 것이 당장 내 일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서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뿐 아니라, 친구들도 미혼인 경우가 많아서 조바심이 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전 씨는 또 “앞으로도 결혼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아니다”라면서도 “현재로서는 결혼이라는 것이 낭만적인 무언가라기보다는 경제력을 갖춘 성인 간의 결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이유로, 배우자를 고르는 조건도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것 같다”고 했다.

 

2017년 방영된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포스터. 이 작품에서는 결혼도 연애도 쉽지 않은 ‘비운의 88년생’의 이야기를 다뤘다.
2017년 방영된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포스터. 이 작품에서는 결혼도 연애도 쉽지 않은 ‘비운의 88년생’의 이야기를 다뤘다.

 

비운의 88년생

대한민국이 가장 화려했던 시기에 태어나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세대. 풍요와 빈곤을 동시에 맛본 세대. 지난 2017년 방영된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주인공 지호는 자신이 태어난 1988년 동갑내기들을 ‘비운의 88년생’이라고 일컫는다. 그는 “우리에게는 결혼도 연애도 우리도 그 무엇도 당연하지 않고, 유대와 낭만이라는 평범함도 비용과 에너지가 되어버렸다”고 한탄한다. 

방영된 지 벌써 5년이 지난 작품을 구태여 언급하는 까닭은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태 코호트 DB’ 때문이다. 코호트란 같은 사건을 경험한 인구 집단을 말하는데, 통계청이 출생과 혼인, 이혼, 사망 등 4종의 통계를 모두 생산하기 시작한 1983년부터 2019년까지 발생한 출생과 혼인, 이혼, 사망과 관련해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들이 나이 들어가면서 경험하는 생애변화 패턴을 분석하기 위한 자료가 바로 ‘코호트 DB’다. 

기념비적인 첫 번째 ‘인구동태 코호트 DB’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이 바로 1988년생 남자들의 혼인율에 대한 통계였다. 과연 ‘비운의 88년생’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만큼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83년생의 경우 66.9%가 혼인을 하였지만 88년생은 절반이 조금 넘는 36.9%만이 혼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8년생 남자들의 미혼율이 높게 나타났는데, 59.4%가 혼인을 한 83년생의 반도 못 미치는 27.1%만이 혼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 88년생 남자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미혼의 이유는 뭘까

물리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많이 태어나는 것도 높은 미혼율의 원인에서 빼놓을 수 없다. 보통 105명(여자가 100명 태어날 때 남자가 105명 태어남) 정도를 정상 성비로 보는데 1985년생부터 1989년까지는 성비가 110에 달했다. 1985년부터 초음파로 태아 성감별이 가능해졌는데, 이것이 한국의 남아선호사상과 맞물리면서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1987년부터 태아 성감별이 금지됐음에도 성비 상승은 1990~1995년생에서 113까지 치솟다가 현재 105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생각해보면 성비가 높은 1985년~1995년 무렵에 태어난 남성들은 결혼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것도 한 원인이다. ‘인구동태 코호트 DB’에서는 갈수록 결혼 연령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30세까지 혼인한 비중은 83년생 남자가 33.7%였지만 88년생은 24.9%로 10% 가까이 차이가 났다. 

성비나 만혼의 문제보다 더 큰 장벽은 경제적인 상황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18년 발표한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에서 ‘배우자 조건에 대한 미혼 인구(20~44세)의 태도(매우 중요하다+중요하다 응답률)’를 물었는데 남성과 여성 간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 남성의 경우 성격(95.9%), 건강(95.1%), 가사 및 육아 태도(91.1%), 일에 대한 이해 및 협조(90.8%), 공통의 취미 유무(76.9%) 순으로 중요하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반면 여성의 경우 성격(98.3%), 가사 및 육아 태도(97.9%), 건강(97,7%), 일에 대한 이해 및 협조(95.6%), 소득 및 재산 등 경제력(92.7%) 순으로 나타났다. 경제력을 고려하는 비율이 남성 응답(53.0%)보다 여성 응답에서 훨씬 높게 나타났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결혼에서 남성의 경제력을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요인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 외에 배우자의 조건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가운데 ‘직종 및 직위 등 직업’(남성 49.9%, 여성 87.1%), ‘학력’(남성 31.0%, 여성 55.0%) 항목에서 남녀 간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역시 경제력과 관련성이 높다. 미혼 여성의 경우 배우자 조건 가운데 경제력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청년들의 삶 개선으로 접근해야 

기독청년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해 공동으로 실시한 ‘교회와 사회에 대한 청년들의 의식조사’에서도 경제적 여건은 청년들의 혼인 의사와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조사에 참여한 19세~39세 개신교인 남녀 700명 가운데 55.6%만이 “결혼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고 16.7%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아직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27.6%나 됐다. 결혼 의사는 남성(61.0%)이 여성(51.0%)보다 높았고, 부모의 경제 수준과 본인의 경제 수준이 ‘중’층 이상인 청년이 ‘하’층인 청년보다 높았다. 특히 신앙단계가 ‘그리스도 중심층’인 청년(70%)일수록 다른 응답자보다 결혼 의사가 높았다.

비혼 이유를 묻자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라는 응답이 18.8%로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41.3%)라는 답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조사에 참여한 기독 청년들은 모든 문제를 경제와 결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년들일수록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더 포기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 연구에 참여한 21세기교회연구소의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결혼의 조건으로 나타나는 요소들이 교회라고 해서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안타깝다”며 “교회가 청년들의 삶의 문제를 폭넓게 바라보고 신앙만이 아니라 삶 자체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교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청년 펀드 조성 등 경제적 지원책은 바람직하다”면서 “교회가 경제 문제를 다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관심을 두고 청년들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이상림 연구위원은 “결혼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점차 낮아지고 있으나, 이것이 바로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나 적극적 결혼 포기(거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유보적 태도의 증가로 나타난다”면서 “정책적으로 미혼화 경향을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사회문제로 단순화하여 결혼 지원 차원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청년들의 삶의 질 개선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애 과정 이행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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