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늘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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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늘 낯설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2.02.22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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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190)
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
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

초등학교 시절 처음으로 냉면이란 음식을 생일 초대 받아 간 집에서 먹었습니다.

냉면도 처음, 생일 초대라는 것도 처음이었는데, 그때 제법 사는 그 집에서 먹은 냉면이란 음식은 굉장히 낯설게 제게 다가왔습니다. 우리 집에선 국수만 먹었지, 냉면이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고, 이름조차도 생경했거든요. 뜨거운 국물에 말아 먹는 국수가 아니라, 찬 육수에 색깔조차 이상한 냉면은 올려진 계란도, 고기도 낯설었습니다.

몇 해 전 은퇴한 어느 친구로부터의 전화 첫 마디가 목사님~ 살려주세요~~!”였습니다, 은퇴는 했지만, 강남에 아파트가 하나 있고, 인천 송도에도 아파트가 하나 있는 친구였는데요.

은퇴 후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나 뭐 먹지?”가 아니라. “오늘 나 뭐하지?”가 늘 고민이라구요. 시간은 더디 가기만 하고, 아내와 매일 아침 얼굴을 맞대고 앉아 있는 것도 힘들고, 밖에 나가자 해서 막상 나가봐도 어디를 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구요.

그 친구 전화를 받은 후 은퇴하신 우리 교회 장로님들과 아직은 젊은 권사님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70세도 안 되신 분들, 건강에 그리 큰 문제가 없는 분들, 당신들의 삶을 나름대로 성실히 잘 살아오셔서 아버지로 어머니로 감당해야 할 부분들은 감당하신 분들, 아직 건강은 있지만 사회에선 이제 그만하시라고 슬쩍 구석으로 밀린 듯한 느낌의 분들.

이분들을 외롭게 해선 안 되겠다.’, ‘이분들에게 어떤 의미를 드리는 걸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하겠다는 마음이 들어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좋은 은퇴 시간 보내는 방법 5가지는 이거라네요.

내 건강만큼의 소일거리가 있다. 취미생활이 있다. 적절한 봉사활동이 있다. 내가 하는 일에 존중감이 따라야 한다. 약간의 용돈이 생긴다.

그래서 우리 교회 기획부와 제가 생각한 것이 교회 근처에 사시는 70세가 넘는 어르신들에게 점심을 대접하는 식당을 열기로 한 것입니다. 막상 그렇게 생각했더니 식당 임대계약금, 식당 집기 살 돈, 그 가게를 꾸밀 인테리어 비용이 금방 준비가 되었구요.

이제 시작을 하려고 가게를 찾고 있지만, 마땅한 가게가 아직이네요.

사실 지금 코로나가 한참 기승을 부리고 있어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져야 어르신들에게 홀로 점심식사 하시지 마시고, 우리가 준비한 곳에서 편히 식사하세요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요. 지금은 그냥 준비만 이리저리하고 있습니다.

저와 우리 장로님들, 권사님들이 처음 계획하는 거라,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처음은 늘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분명 있습니다. 그 처음이 반복되면 일상이 되는 것처럼 처음 걸음이 힘들지만, 우리 교회는 발걸음을 뗄 것입니다.

여기 이곳에 주님이 우리 교회를 존재하게 한 이유가 척박한 이 땅의 어머니 아버지로 오랫동안 살아오신 분들을 조금 외롭지 않고 힘들지 않게 사랑방처럼 그분들 옆에 있어주어라 하신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어서 말입니다.

우리 교회 옆에 계신 어르신들이 행복해하고, 음식을 준비하는 우리 권사님들이 행복해하고 낯설지만, 그 음식을 서빙 할 우리 장로님들 모두가 행복한 그 일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우리 성만패밀리 모두 기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함으로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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