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숨은 맛집 ‘교회 카페’로 오세요”
상태바
“우리 동네 숨은 맛집 ‘교회 카페’로 오세요”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2.02.21 2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통하는 ‘교회카페’ 문화 만들기

“지금 ‘돈쭐’ 내러 갑니다”

이제는 착한 자영업이 흥왕하는 시대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돈이 없는 어린 형제를 위해 무료로 치킨을 나눈, 한 치킨집의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어려운 시기 선행을 베푼 가게를 찾아 ‘돈쭐(돈+혼쭐)’을 내줘야 한다며, 가게의 이름을 찾아내 응원하고 제품을 주문하는 등 매출을 높였다.

이처럼 선행을 베푼 가게의 물건을 팔아주는 ‘돈쭐내기’가 인터넷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제는 제품의 질 뿐 아니라 ‘가치 소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교회 카페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교회의 문턱을 넘기 어려운 시기, 교회 카페의 수익금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며 ‘착한 카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사례를 찾아 운영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늘푸른사랑의교회가 운영하는 ‘카페제이’는 다양한 나눔사역을 펼치며 강동구의 착한 카페로 자리 잡고 있다.
푸른사랑의교회가 운영하는 ‘카페제이’는 다양한 나눔사역을 펼치며 강동구의 착한 카페로 자리 잡고 있다.

착한 카페로 소문난 ‘카페제이’

고덕역 3번 출구를 지나 한참을 걸어가다 보면, ‘고덕동의 작은 교토’라고 불리는 ‘카페제이’라는 간판의 카페를 발견할 수 있다. 푸른사랑의교회(담임:김경옥 목사)가 지난 2017년 설립한 ‘카페제이’는 유동인구가 적은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해 일부러 찾아 나서지 않는 이상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곳이다. 하지만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다양한 나눔사역을 펼치며 강동구의 착한 카페로 자리 잡고 있다.

카페의 운영을 맡고있는 푸른사랑교회 부목사 임세휘 목사는 최상의 재료로 정성을 담아 각 메뉴를 준비하고, 지역사회 상권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홍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 목사는 “고덕동에서 맛이 보장된 ‘말차 맛집’이자 착한 카페로 입소문이 났다. 같은 평수의 카페와 비교하면 상위 10% 정도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며 “메뉴 가격이 높더라도 퀄리티를 높이고, 수익금을 선하게 사용함으로 다른 카페와 차별성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임 목사는 ‘카페제이(cafej.the.matcha.house)’ 인스타그램을 통해 메뉴를 만드는 과정과 재료를 공개하고 수익금을 지역사회에 나누는 활동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다. 지난 2019년부터 카페제이는 매해 겨울, 소외된 계층에 난방비를 후원하는 ‘산타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후원 안내 게시글과 함께 계좌번호를 공개하고 카페와 함께 어려운 이웃을 함께 도울 ‘산타’를 모집한다. 한 달여 진행된 모금 기간 동안, 77명이 동참해 511만원의 성금이 모였다. 모아진 후원금과 함께 카페제이는 라면 50박스, 쌀 100kg를 강동구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후원했다. 이 과정에서 모금된 후원금의 이체 내역도 투명하게 공개했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가 큰 인기를 얻다 보니 컨설팅 문의가 오기도 하고, 주변 지역카페에서 운영 노하우와 메뉴 레시피를 묻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임 목사는 서울장애인복지관에서 바리스타 강사로 수업을 진행하며, 장애인들의 카페 취업을 돕고 있다.

카페제이의 주력 메뉴는 6,000~7,000원 선으로 일반 카페와 비교해 봤을 때 가격이 ‘센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페의 꾸준한 인기 비결은 뭘까. 그는 카페 운영의 노하우로 “고객의 마음을 얻기에 앞서 지역 상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단순히 커피 음료값을 낮춰 고객을 유입하고 그들을 전도해 교인으로 만들자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긴밀히 소통하며 함께하는 교회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카페제이’는 교회의 절기별 행사에 맞춰 ‘부활절 나눔’과 ‘성탄절 산타프로젝트’ 등 다양한 나눔사역도 펼치고 있다. 또 고덕동 주민센터와 협의해 매달 두 번, 취약계층 가구를 대상으로 월 50만원 상당의 커피 나눔을 하고 있다. 매장에 임산부가 방문할 경우에는 카페의 전 메뉴 중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임 목사는 “교회 카페를 운영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매장으로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일반 카페 안에 기독교 철학을 담아 운영해야 하며, 대놓고 복음을 전하기보다 지역사회에 선한 역할을 하는 교회이자 카페로 입소문이 나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지난 2019년부터 카페제이는 매해 겨울, 소외된 계층에 난방비를 후원하는 ‘산타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지난 2019년부터 카페제이는 매해 겨울, 소외된 계층에 난방비를 후원하는 ‘산타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카페제이 대표 임세휘 목사(좌)가 강동구청에 후원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영리 목적 아닌, ‘선교’ 우선돼야

교회 카페를 만드는 목회자들의 고민이 있다면, 지역사회 내 자리잡고 있는 카페와 ‘상생’을 도모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지나치게 커피값을 낮게 책정해서도 안되고 자연스럽게 교회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 아파트 상가단지에 들어선 작은 카페 ‘시선(seasun)’은 인근 창일교회(담임:이사무엘 목사)가 운영하는 카페다. 창일교회 청년부 50명이 힘을 모아 운영하는 카페로 청년들이 카페 로고와 내부디자인을 구상했으며, 자유롭게 카페를 통한 사역을 구상하도록 했다. 아울러 카페의 수익금은 지역 소외 이웃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으며, 청년부 헌금을 합해 보육원 아동을 돕고 있다.

서울 도림교회(담임:정명철 목사)는 1층 교회 공간을 카페를 비롯해 행복을 파는 가게, 도서관, 키즈룸, 스포츠라운지, 콘서트홀 등으로 꾸며놓았다. 지역주민들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스포츠 공간과 교회 카페 등의 ‘열린 공간’을 지역사회와의 소통의 창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 정명철 목사는 “교회 카페는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로 지역을 섬기기 위해 만들었다. 카페 수익금은 운영 기금을 제외한 금액을 지역의 장학금, 선교사 파송 등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 기대

교회 시설에 여유 공간이 있다면, 카페를 단순한 수익 창출을 위해서가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것도 제안됐다. 통합 총회문화법인 사무총장 손은희 목사는 “교회가 카페를 수익 창출이 목적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복합공간으로 기능하도록 카페를 운영함으로써 일반 생계형 카페와 변별점을 가질 때, 더욱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아울러 교회 카페 운영 시 주의할 점으로 그는 “교회 카페는 사업자 등록 없이 무료로 오픈하는 카페와 사업자 등록을 하고 일반 카페처럼 운영하는 카페가 있다”며 “유로로 운영되는 카페는 세금을 투명하게 내야 하고, 무료로 운영하는 카페는 선교비 명목의 기부금을 받는 것도 법에 저촉될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