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에 빠진 인간 군상보다 ‘하나님’을 잊은 이스라엘이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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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에 빠진 인간 군상보다 ‘하나님’을 잊은 이스라엘이 더 문제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2.02.16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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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 “이스라엘아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아니하리라” (사 44:21)

개역개정성경이 이사야 44장에 붙인 소제목은 “나 외에 다른 신이 없다(1~8절)”, “우상은 무익한 것(9~20절)”, “창조자요 구속자이신 여호와(21~28절)”입니다. 이 장은 구약성경에서 ‘유일신론,’ 혹은 ‘유일신 신학’을 가장 강력하게 보여주는 장이라고 인용되곤 합니다. 

구약시대에서부터 오늘날까지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아 들으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유일한 여호와이시니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신 6:4~5)”로 시작하는 신명기 6:4~9 말씀을 읽고 외우며 몸 가까이 두는 전통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유일한 여호와이시다” 혹은 “여호와가 우리 하나님이시다. 그분은 한 분 하나님이시다”가 여호와 신앙의 요체이며, 수많은 우상신을 섬겼던 바벨론에게 패망하면서 조상들의 유일신 신앙에 회의를 갖게 된 이스라엘을 위해 이사야가 유일신 신앙을 재천명했다는 설명입니다. 

구약성경 기록의 역사성을 인정하지 않는 비평적 학자들은 이사야야말로 유일신 신학의 창시자이며 신명기를 비롯한 모세오경은 이사야의 ‘종교적 천재’에 오랜 역사의 아우라를 덧붙여주기 위해 후대에 창작한 ‘기원설화’라는 식의 억지설명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성경 기록의 역사성과 연대에 대해 전혀 다른 견해를 표하지만, 전통적인 성경 읽기나 비평적인 성경 재해석이나 이들 본문을 하나님의 유일성과 권위를 논의하는 텍스트로 읽고 있는 점에서는 일치합니다.

그러나 사실 이사야 44장을 둘러싼 ‘유일신 신학’의 중심은 여호와 하나님에 대한 존재론적 증명이 아닙니다. 우상숭배의 어리석음을 묘사하는 9~20절조차도 우상신이 허구적 개념이라는 논박이 아니라, 땔감 조각에 불과한 나무토막을 새겨 신으로 모시는 ‘종교장사’에 빠지는 인간상에 대한 통렬한 풍자일 뿐입니다. 

이사야 예언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쇳물을 붓고 나무를 깎아서 만든 신상 앞에서 절하고 기도하면서 “너는 나의 신이니 나를 구원하라(44:17)”라고 말하는 군상들보다도, 자신들을 사랑하시고 구원하신 여호와 하나님을 잊어버린 이스라엘이 더 어리석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왕인 여호와, 이스라엘의 구원자인 만군의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나는 처음이요 나는 마지막이라 나 외에 다른 신이 없느니라 내가 영원한 백성을 세운 이후로 나처럼 외치며 알리며 나에게 설명할 자가 누구냐 있거든 될 일과 장차 올 일을 그들에게 알릴지어다(사 44:6~7)” 나 말고 다른 신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이 긴 세월 동안 보여주고 알려주지 않았는가… 완벽한 논증을 마친 철학자의 자신감은 여기 없습니다. 있다면 자신의 진심을 다 보여주고도 반응을 얻지 못하는 연인의 안타까움일 뿐.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왜 이렇게까지 호소하시는 걸까요.

사랑하면 약자가 됩니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향해 보내신 메시지에는 사랑에 빠진 이의 간절함이 배어있습니다. 너희를 구하기 위해 바다 가운데에 길을 내고 큰 강 가운데로 지름길을 내었건만, 병거와 말과 군대의 용사를 다 물리쳐 주었건만, 너희는 나를 찾고 외쳐 부르지 않는구나. 나를 번거롭고 괴롭게 여기는구나. 천지의 주권자이시고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무심한 이스라엘에게 하신 말씀이어서 우리를 먹먹하게 만듭니다. 너는 나를 잊었구나. 그러나 나는 잊지 않는다. 너는 나에게 잊혀질 수 없는 소중한 존재란다. 이 본문은 애초부터 하나님의 노래, 유일신론이란 단어로는 담아낼 수 없는, 사랑의 노래였습니다. “이스라엘아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아니하리라… 너는 내게로 돌아오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음이니라(21, 22절)”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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