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으로 섬긴 50년…미래 교회도 책임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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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으로 섬긴 50년…미래 교회도 책임지겠습니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2.16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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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지식 키우고 목회 돕는 베델성서연구원

교인들의 ‘13세 수준 성서 지식’에 충격 받아 개발
초창기 ‘성서편’ 시작으로 최근 ‘제직훈련편’ 발간
위기의 코로나를 적극적인 디지털 전환으로 극복

베델성서 강습회 현장. 코로나 이전에는 대면 강습이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최근에는 온라인을 활용한 비대면 강습회가 병행되고 있다.
베델성서 강습회 현장. 코로나 이전에는 대면 강습이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최근에는 온라인을 활용한 비대면 강습회가 병행되고 있다.

지금은 성서를 가르치는 다양한 기관과 프로그램들이 존재하지만, 베델성서연구원(원장:이홍렬 목사)이 한국에 세워진 1970년만 해도 유사한 기관이 전무할 정도였다. 당시 열악했던 성서연구 및 교육 풍토 속에서 교파와 교단을 초월해 어느 교회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베델성서연구는 획기적인 프로그램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무려 50년이 넘도록 ‘말씀으로 한국교회를 섬긴다’는 모토 아래 줄기찬 교재 개발과 강습회를 이어오고 있는 베델성서연구원이 최근 ‘제직훈련편’을 발간하고 한국교회에 내놓았다. 서울시 용산구 소월로에 위치한 베델성서연구원을 방문해 원장 이홍렬 목사로부터 연구원의 어제와 오늘을 들어봤다. 

 

한국에서 꽃을 피우다

베델성서연구는 1959년 미국 위스콘신주 매디슨 시에 위치한 베델루터교회에서 시작했다. 당시 베델루터교회를 담임하던 할레이 스위감 박사는 성도들을 대상으로 성서 지식연령을 측정했는데 놀랍게도 13세가 나왔다. 교인들의 신앙연수가 30~40년에 달했지만, 성서 지식은 주일학교 초등부 수준을 넘지 못했던 것.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인 스위감 박사는 2년간 2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성서연구 교재를 제작했다. 이후 완성한 교재를 20명의 선별된 교인들에게 가르쳤는데 2년간 철저히 배운 결과 유능한 교사로 세울 수 있었다. 이들은 베델교회에서 20개의 성서 공부반을 맡아 지도했고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베델루터교회를 넘어 미국 전역으로 광범위하게 보급되기 시작했다.

한국에 전해진 것은 이미 미국교회에서 임상 검증이 완료된 후인 1970년이었다. 한국의 루터 교단 산하 연구원으로 시작해 4년 만에 ‘성서편’ 강습회를 개최한다. 6년 후인 1980년에는 ‘생활편’을, 다시 10년 후인 1990년에는 ‘구원편’을 보급한다. 이후 2004년 ‘신앙편’과 2005년 ‘예배편’, 2015년에 ‘자녀교육편’이 발간됐다. 올해는 7년 만에 ‘제직훈련편’이 나왔다. 

이홍렬 목사는 “미국에서 베델성서연구가 시작됐고, 대표 교재인 성서편은 스위감 박사께서 만드셨지만 이후의 교재들은 한국에서 독자개발됐다”며 “미국에서 시작된 베델성서가 한국에 와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고 표현했다. 이 원장은 또 “그 씨앗들이 세계 곳곳으로 민들레 홀씨처럼 퍼져나가고 있다”며 “몽골과 베트남, 독일, 브라질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 키운 강사들이 활약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파 초월한 원동력 ‘순수성’

이홍렬 목사는 ‘베델성서’가 한국교회에서 특정 교단의 프로그램으로 국한되지 않고 초교파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순수성’을 꼽았다. 

“1970년대 한국교회에 성령운동이 크게 일어났습니다. 운동이 ‘주여 주여’하는 열정적 신앙으로는 이어졌지만, 이를 지탱할 성서적 기초가 약했습니다. 당시 베델성서 프로그램을 한국에 들여온 것도 이런 면모에서 비롯됐습니다. 한국인들에게 말씀을 통해 기초를 튼튼하게 잡아줘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이었죠. 애초부터 성도들에게 특정 교단의 신학을 가르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던 겁니다. 순수하게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성서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가르치자는 목적이었죠. 자연스럽게 초교파 성격을 갖게 됐고 지금껏 43개 교단의 교회들이 강습회를 참여하게 됐습니다.”

대형교단이 아닌 기독교한국루터회라는 작은 교단에서 개발한 교재라는 점도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이 목사는 “이상하게 장로교단에서 프로그램을 만들면 감리교단에서는 가지 않고, 거꾸로 감리교단에서 만들면 장로교단에선 참여를 꺼린다”며 “참여하는 목회자들이 루터회에 대해 전혀 경계심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델성서연구원장 이홍렬 목사가 최근 발간한 ‘제직훈련편’을 소개하고 있다. 이 목사는 베델성서연구원이 말씀으로 한국교회를 섬겨온 지난 50여 년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변화하는 미래에도 한국교회와 함께 성장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베델성서연구원장 이홍렬 목사가 최근 발간한 ‘제직훈련편’을 소개하고 있다. 이 목사는 베델성서연구원이 말씀으로 한국교회를 섬겨온 지난 50여 년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변화하는 미래에도 한국교회와 함께 성장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평신도에 주목하라

스위감 목사가 제작한 ‘성서편’ 이후 베델성서연구원에서는 생활편과 구원편, 신앙편 등 주제와 대상을 확장해 오고 있다. 특히 이번에 나온 ‘제직훈련편’과 관련해 이홍렬 목사는 변화하는 한국교회의 지형과 목회 패러다임이 적극 반영된 교재라고 설명했다. 

“과거 농경문화 시절에는 목사가 지역사회의 식자층이었습니다. 정치와 경제 등 모든 면에서 리더가 될 수 있었죠. 하지만 사회가 세분화하면서 목사가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적 지식을 가질 수 없게 됐습니다. 필연적으로 현대목회는 평신도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는 목사가 평신도를 ‘양떼’로 생각하면서 양육했는데, 현대목회에서는 평신도가 목회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동역하는 동역자요 목회의 주체가 됐습니다. 평신도의 전문성을 목사가 따라갈 수 없죠. 평신도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평신도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보완할 점도 많다. 이 목사는 “한국에서 훈련 없이 전문 지식을 감당하는 영역이 세 가지 있다”면서 ‘정치인’, ‘부모’와 더불어 ‘교회 제직’을 꼽았다. 

“교회 와서 신앙생활 한 지 몇 년 되면 집사가 되고 10~20년 지나서까지 주일성수 잘 하고 십일조 잘 하면 장로 되고 권사가 됩니다. 전문적인 제직 훈련을 받을 기회가 전혀 없습니다. 지역교회에서 연초에 ‘제직 수련회’를 열곤 하지만 일차원적인 내용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교육 없이 제직이 되니까 부작용이 생깁니다. 제직 되는 것이 특권이나 계급인 것처럼 인식해버립니다. 어제까지 집사로 열심히 봉사했던 사람이 장로가 되면 목사랑 동등하게 생각해서 괴롭히는 일이 발생합니다. 교회 제직은 사회 직분과 다릅니다. 사회의 직분은 의무와 권한이 함께 주어지지만, 교회 제직은 철저하게 섬김 외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직훈련편에서는 교회를 섬길 때 발생 가능한 거의 모든 경우의 수를 다룬다. 일차원적이고 도식적인 내용은 과감하게 생략했다. 총 40여 가지의 주제가 선정됐는데, 이단과의 싸움, 헌금, 제직과 목회자의 갈등, 제직 간의 갈등 등 민감한 주제들까지 과감하게 다뤘다. 이홍렬 목사는 “한국교회 성도들의 열심과 더 세밀하고 전문적인 섬김의 이론이 만나게 되면 그 시너지 효과가 큰 폭발력을 가질 것”이라며 “이번 교재가 한국교회에 분명하게 공헌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미래를 그리다

코로나 상황이 시작되고 벌써 3년째를 맞았다. 사회 각 분야가 위축된 가운데 베델성서연구원도 코로나 초반에는 대면 성서연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동면기에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각종 온라인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자연스러운 디지털 전환을 이뤘다. 

다가오는 2월 성서편 강습회도 대면과 비대면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목사는 “현장에는 최소 인원만 참가하기 때문에 비대면을 더욱 중시할 방침”이라며 “코로나를 겪으면서 ‘재택성서연구’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코로나가 끝난 이후에도 참여의 편의를 위해 비대면을 계속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베델성서 강습회 전체를 영상으로 제작해 교재와 함께 직접 공급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아직 예산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가상현실을 활용한 강의 시스템 구축이나, AI를 활용한 질의응답 시스템 등 다양한 온라인 비쥬얼 성서연구 시스템도 구상하고 있다. 

한편 이번 ‘제직훈련편’ 이후 프로젝트로는 ‘교회학교 교사편’을 준비하고 있다. 이 목사는 “다음세대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는 있지만, 정작 이들을 잘 훈련하고 양육할 교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상대적인 관심이 적은 것 같다”며 “훈련의 실제적 책임자인 교회학교 교사들을 위한 체계적인 이론과 기초, 성서 지식 등이 담긴 교재가 나오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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