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2040] 지금 우리 캠퍼스는…“위기와 기회는 함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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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2040] 지금 우리 캠퍼스는…“위기와 기회는 함께 온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2.09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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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학번’이 3학년 올라가는 2022년은 ‘상징적인 해’
단체마다 대면 경험 없는 이들 어떻게 리더 세울지 고민

학교에 좀비가 출몰했다. 아직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학생들은 안전한 곳을 찾느라 달리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달린다. 생사의 갈림길 앞에 어떤 이는 삶을 포기해버리고, 어떤 이는 나 혼자 살겠다며 친구를 사지에 내몬다. 이 와중에도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영웅적인 아이들의 행동은 누구라도 눈물을 쏟게 만든다. ‘오징어게임’, ‘지옥’에 이어 K-드라마의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이야기다. 

이 드라마의 흥행 요소는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 배우들의 연기 등 다양하겠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사상 초유의 상황을 겪고 있는 현실 세계를 연상시키는 여러 장치도 한몫했으리라. 특히 ‘학교’라는 무대는 관객의 몰입도를 한층 배가시키는데 그곳 특유의 ‘청춘’ 코드가 공포 상황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으로 위로를 건넨다. 그렇다. 청춘이란 이리도 아름답고 찬란한 것이었다. 

본지는 아름답고 빛나야 할 청춘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기 위해 ‘청년 2040’ 지면을 신설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지금 우리 학교는’과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라는 점에서 다르지만,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청춘의 설렘으로 가득했어야 할 캠퍼스에 대해, 특히 그 안에서 구령의 열정을 불태우는 캠퍼스 선교단체의 상황을 들여다봤다.

 

‘미개봉 신상’ 대학생들

이제 대학 2, 3학년이 되지만 정작 캠퍼스의 낭만이라고는 눈곱만치도 경험해보지 못한 2020, 2021학번을 일컬어 온라인에서는 ‘미개봉 신상’이라고 부른다. 주로 중고거래에서나 사용하는 용어가 여기 붙은 데는 새내기는 아니지만 정작 대면으로 캠퍼스를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자조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2022년은 이 ‘미개봉 신상’들이 3학년, 즉 선배가 되는 상징적인 해다.

명지대학교 20학번 황재우 학생(중어중문과)은 “지난 2년 동안 학과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 학과 친구들이 별로 없다”며 “교수님들이 잘해주시기는 하지만 과에 대한 소속감이 크지 않다”고 했다. 황 학생은 “지난 2년 동안 학교생활을 누리지 못한 점이 매우 안타깝다”면서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황 학생은 그나마 기독교동아리 활동을 통해 소속감과 캠퍼스의 낭만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선배들과는 다른 시대를 지나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예전처럼 활발한 오프라인 활동을 하지는 못하지만, 지금은 말씀으로 훈련받고 연단하는 시간인 것 같아요. 말씀으로 하나 되고 마음의 중심을 잡는 시간이랄까요. 저희 코로나 학번들은 비대면 상황을 개척해본 경험이 있어서 앞으로 있을 고난들, 장애물을 돌파할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대비만이 살길

캠퍼스 선교의 위기는 새 학기마다 단골처럼 대두되던 주제다. 비단 위기는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 현장 사역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학원복음화협의회 상임대표 장근성 목사는 “누구나 예상하는 대로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캠퍼스 선교단체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며 “기존 구성원들과의 접촉은 온라인을 통해 어렵지 않게 이어가지만, 신입생 모집이나 사역의 대상이 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접점은 크게 줄어든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명지대학교 공연채플팀 예사랑이 비대면 채플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채플이라는 과업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단체들은 코로나 학번이 3학년이 되는 올해를 심상치 않게 바라보고 있다. 특별한 노력이 없다면 기존의 사역을 이어가는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되는 상황이다.
명지대학교 공연채플팀 예사랑이 비대면 채플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채플이라는 과업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단체들은 코로나 학번이 3학년이 되는 올해를 심상치 않게 바라보고 있다. 특별한 노력이 없다면 기존의 사역을 이어가는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되는 상황이다.

다만 의외의 지점에서 생각지 못한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 이전’을 경험해보지 못한 20학번이 이제 3학년이 된다는 사실이다. 더는 후배가 아닌 선배로서 중책을 맡겨야 할 때가 됐기 때문이다. 선교단체들 가운데 ‘과업’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곳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명지대학교 교목실에서 공연 형식의 ‘열린 예배’(채플)를 맡아 기획하고 있는 정지현 교수는 “교목실에서는 학생들과 함께 악기팀, 싱어팀, 음향팀, 무대디자인팀 등 여러 팀을 가동해 왔는데, 20학번 학생들이 이제 팀장으로 후배들을 가르치고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이들이 이전 선배들보다 실전 경험이 없고, 훈련이 덜 돼 있는 것이 현실이기에 개강을 앞두고 코로나 이전보다 더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 초기부터 온라인 채플 영상을 제작하는 것과 별도로 대면 채플이 재개될 것을 대비한 ‘모의 채플’을 내부적으로 실시해 왔다. 그런데 생각보다 코로나가 장기화 됐고, ‘모의 채플’은 신입생들에게는 훈련의 장이 됐다. 정 교수는 “온라인으로 하든 이전처럼 대면으로 하든, 모든 학생이 마음을 열고 채플을 참여할 수 있도록 도울 양질의 콘텐츠가 필요하다”며 “예전보다 갑절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변화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항상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좋아

한편 코로나로 인해 캠퍼스 선교단체들의 가장 큰 고민으로 떠오른 신입생 모집에서 오히려 중소 단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장근성 목사는 “1대1 성경공부 등 소규모 모임에 강조점을 둔 단체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양대 ESF의 랜선엠티 포스터.
한양대 ESF의 랜선엠티 포스터.

캠퍼스 복음화와 세계선교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캠퍼스 선교단체 ESF(Evangelical Student Fellowship, 기독대학인회)의 정사철 대표는 “코로나가 오면서 약간의 위축은 있었지만, 그 정도가 치명적이지는 않다”며 “수련회 참석 인원 수로 보면 이전의 85%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이전부터 ‘온라인 사역’을 강화해 온 곳은 오히려 코로나를 맞아 사역이 더 활발해졌다고 소개했다. 

“전국의 22개 ESF 지부 가운데 어떤 곳은 코로나 상황 속에서 사역이 활성화됐습니다. 이제 3학년에 올라가는 아이들도 친구 관계가 없다 보니 공동체에 대한 갈급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기 말까지 새롭게 단체에 가입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선교단체로서는 기회입니다.”

정 대표는 특히 대학마다 재학생만 활동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에브리타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사역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부마다 1대1 모임이나 소그룹 모임 활동 모습을 콘텐츠화해서 온라인에 올리고, 에브리타임에는 링크만 남겨둬도 이걸 보고 연락을 주는 친구들이 많았다”며 “향후 코로나가 종식 되더라도 온라인 사역의 장점은 계속 활용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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