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실현을 믿지 못해도 또 새 일을 약속하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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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실현을 믿지 못해도 또 새 일을 약속하시는 하나님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2.02.0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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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날 일을 생각하지 말라” (사 43:18)

당신들이 믿는 하나님은 누구신가? 이 질문을 받은 이스라엘 사람이라면 이사야 43장을 읽어보라고 대답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봅니다. 이스라엘을 창조하신 분, 이스라엘의 거룩한 이, 이스라엘의 하나님, 이스라엘의 구원자, 이스라엘의 왕, 이스라엘의 허물을 도말하는 분. 이러한 명확한 호칭들 외에도 “내가 너를 구속하였고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 “네가 물 가운데로 지날 때에 내가 너와 함께 할 것이라”와 같은 가슴 벅찬 약속들이 파도처럼 다가옵니다.

그렇기에 8절에 이어지는 이스라엘을 향한 꾸짖음은 참으로 충격적입니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백성을 이끌어내라” 이스라엘의 소환 현장에 증인과 방청객으로 출석하는 것은, 놀랍게도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이방 나라들입니다. 신비로운 하나님의 역사를 보고도 믿지 않으며, 자신들을 구원하신 여호와를 멀리하고 이방신을 좇는 이스라엘은 그야말로 이방인들의 눈에도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시간과 재물을 들여 하나님을 섬길 마음이 없는 이스라엘에게 하나님은 그저 번거로운 존재였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40장에서 그들의 죄가 용서받았고 노역의 시기가 끝났다고 기뻐하는 분은, 하나님이셨습니다! 하나님이 행진하실 길, 왕의 길을 열라고 선지자는 힘써 외쳤습니다. 너희 하나님을 바라보라고, 하나님이 그들에게 오시고 함께하신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만도 특권이라고 가슴 벅차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택한 종이 그들을 이끌고 이방에게도 정의를 베풀며, 이스라엘은 백성의 언약과 이방의 빛이 되게 하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런데 왜 다시금 그들의 어두운 눈과 닫힌 귀를 안타까워하셔야 하는 걸까요.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약속이 이루어지기까지 믿음으로 인내하지 못했습니다. 약속의 실현을 믿지 못하면 낙심과 불평이 일고, 과거를 미화하며 자신의 행로를 후회하게 됩니다. 애굽의 종살이를 벗어나 행진하던 이스라엘이 그랬습니다. 약속의 땅이 가까이 왔지만 그들은 믿지 못했습니다.

재앙이 애굽 땅을 휩쓸 때 그들이 거주하던 고센 땅을 구별해 보호하신 것도, 홍해를 갈라 애굽의 정예군을 물리치셨던 것도, 바위를 갈라 물을 주시고 하늘을 열어 만나를 내리신 것도 다 잊었는지 그들은 애굽에서 먹던 음식 타령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자유민의 긍지보다 애굽인들의 노예로서 누렸던 소소한 편의가 더 소중했던 것입니다. 바벨론의 굴레에서 벗어난 유다 백성들이 믿음을 잃으면 조상들의 실패를 되풀이할 것입니다.

참담한 위기에서 다시 한 번 예언의 말씀이 임합니다. “나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바다 가운데에 길을, 큰 물 가운데에 지름길을 내고 병거와 말과 군대의 용사를 이끌어 내어 그들이 일시에 엎드려져 일어나지 못하고 소멸하기를 꺼져가는 등불 같게 하였[었]느니라”(43:16~17) 

하나님 백성의 기억 속으로 출애굽의 현장을 소환하신 것입니다. 출-바벨론은 출-애굽의 재현입니다. 조상들을 구출하신 하나님께서 지금도 그들을 구하십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하나님께서는 출애굽을 기억하라고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다 잊어버리라고 하십니다. 새로 행하실 일이 비교할 수 없이 더 놀랍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이전 일을 [회상]하지 말며 옛날 일을 생각하지 말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18~19절) 빛나는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과거를 초월해버리는 새로운 영광을 가슴에 품는 것. 그것이 믿음의 기적입니다.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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