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상누각(沙上樓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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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상누각(沙上樓閣)
  • 이진형 기자
  • 승인 2022.02.0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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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건물 한쪽 외벽이 물에 젖은 종이 마냥 폭삭 주저앉아버린 사진을 눈으로 보고 그제야 실감이 났다. 이것이 정녕 2022년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일이란 말인가. 

많은 국민들이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지난해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참사 때도 철거를 맡았던 건설회사가 같은 회사였기 때문이다. 당시 회사 대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고가 발생했다”고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불과 7개월 만에 비극이 재현됐다. 교과서에서 읽었던 하인리히의 법칙이 떠오르는 건 나뿐만이 아닐게다. “예측할 수 없는 재앙은 없다”는, 무려 90여 년 전 사람이 남긴 경고가 무색하게도 ‘일어나지 않아야 할 그 사고’는 또다시 일어나고야 말았다.

산업 안전의 선구자 하인리히는 대형 사고 전에는 반드시 작은 문제들이 여러 번 발생하며, 초기에 신속히 대처하면 큰 문제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인재(人災)들이 끊임없이 터지는 현실. 비단 건설현장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신앙도 그러하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징후들을 계속 외면한다면 언젠가 와르르 무너져내릴지도 모른다.

뒤늦게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했단다. 한발 늦었지만, 소를 잃고 나서라도 외양간을 고친다면 희망이 있다. 어쩌면 한국교회는 코로나19를 핑계로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다. 오랫동안 지켜오던 작은 믿음의 원칙들, 사소한 습관들이 우리의 신앙을 지탱하는 반석이었다면 지금이라도 하나씩 다시 세워가야 한다. 겉모습이 아무리 커다랗고 번지르르해도 비가 내리고 창수가 나고 바람이 불면 모래 위에 지은 집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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