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에는 은퇴가 없습니다” 열정 넘치는 ‘현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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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라에는 은퇴가 없습니다” 열정 넘치는 ‘현역’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2.02.04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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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후반전을 주님께 ‘실버 선교사’

환갑잔치가 사라졌다. 예전에는 꽤나 큰 가족 행사로 분류됐던 환갑잔치가 요즘은 대부분 가족들과의 식사 정도로 대체되는 추세다. 바야흐로 도래한 100세 시대에서 61세라는 나이는 너무 젊은 탓이다.

보편적인 정년퇴직 나이인 60세는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하기엔 너무 이르다. 벌써 우리나라의 기대 수명이 83.5세로 추산되고 해가 지날수록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퇴직 이후에도 인생의 3분의 1 가량이 남아있는 셈이다. 은퇴 이후는 곧 남은 인생을 정리하는 짧은 시간이라는 생각은 옛말이 됐다.

이렇듯 길어진 인생의 황혼을 더 빛나게 보내는 길은 없을까. 은퇴 이후의 시간을 하나님께 드리고, 사회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의 경험과 지혜를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용하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실버 선교사를 주목해보자. 인생의 후반전을 지상명령 성취를 위해 헌신한 실버 선교사의 삶에 대해 알아봤다.

조금 늦게 시작한 포도원 일꾼

여기저기서 100세 시대라고들 하지만 내 얘기가 되면 다르다. 정작 은퇴 시기가 다가오면 선교라는 새 출발을 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선교사로 헌신한다고 해도 적지 않은 나이,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 거라 먼저 포기해버리는 이들도 있다.

그런 이들에게 시니어선교한국 대표 최철희 선교사는 포도원 품꾼의 비유를 제시한다. 그는 포도원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일할 일꾼을 부르신다. 그 중에는 일찍부터 가서 일을 한 이들도 있고 해질 무렵 부름 받아 일을 한 이들도 있다. 그런데 하나님은 시간과 관계없이 이들 모두를 부르시면서 동일한 품삯을 주신다면서 하나님은 시니어들에게도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자신의 삶을 드릴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 원하신다. 이는 의무나 책임이 아닌 마지막 선물이며 특혜라고 강조했다.

특히 1955년부터 1963년 출생한 베이비부머가 은퇴를 앞둔 지금이 시니어 선교 동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기회라는 판단이다. 최 선교사는 이분들이 어떻게 하나님 나라를 위해 더 쓰임 받을 수 있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은 한국교회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책임이자 과제라면서 성령님께서 이 시대 한국교회의 시니어들을 선교를 위해 사용하시려 한다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단순히 은퇴 이후에 시간이 남기 때문에 선교사로 헌신할 것을 권유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선교 현장에서는 실버 선교사만이 가지는 강점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 56세에 선교사로 헌신해 10년 동안 일본에서 사역한 강근배 선교사는 자녀를 양육하며 선교도 병행해야 하는 젊은이들보다 훨씬 시간적 여유가 많다. 은퇴 이전까지 사회생활을 지속해왔다는 점에서 재정적 여유도 있는 편이라면서 시니어가 되기까지 받은 은혜와 경륜, 사회생활의 노하우와 경험은 선교지에서 유용하게 활용된다고 귀띔했다.

강 선교사는 또 사회생활을 하면서 교회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온 나이든 크리스천들이 내 신앙생활은 이 정도면 됐지라고 안주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면서 선교를 통해 예수님께 인생을 전적으로 맡기고 동행하는 삶의 기쁨을 함께 알아갔으면 한다고 도전했다.

 

할 일 없어 가서는 안 된다

모든 크리스천이 선교사로 헌신할 수는 없듯 모든 시니어들이 실버 선교사가 될 수는 없다. 2의 인생을 시작하고 삶의 방향을 바꾸는 중대한 결정인 만큼 준비도 철저해야 한다는 것이 앞서간 실버 선교사들의 조언이다.

50대 중반에 정년퇴직을 하고 캐나다에서 실버 선교사로 사역하고 있는 김진수 선교사는 분명한 소명을 강조했다. 그는 SNS에서 은퇴 후 그저 할 일이 없어서 선교지로 가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분명한 소명 없이 시작하면 포기하기 쉽다.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은 선교지에도 교회에도 본인에게도 크게 덕이 되지 않는다고 충고했다.

또 실버 선교사의 경우 후원에 의존하지 말 것을 권했다. 김 선교사는 은퇴할 때까지 선교에 필요한 충분한 재정을 갖고 있지 않다면, 미안한 이야기지만 선교지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이 적다. 은퇴 전까지 모아놓은 자산으로 자비량 선교를 감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신학 공부의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선교지에는 오히려 평신도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과 가능성이 더 많다는 것. 다만 은퇴 직전까지 높은 지위에 올라갔던 과거를 생각해 무언가 큰일을 성취하겠다는 욕심은 내려놓는 것이 좋다. 자신이 시작한 일의 열매를 본인이 보지 못하고 돌아와야 할 수도 있다. 실버 선교사의 역할은 밭의 돌을 치우고 씨를 뿌리는 것일 때가 많다.

실버선교사라고 해서 백발이 된 이후에야 선교지로 나가라는 뜻은 아니다. 김진수 선교사는 가능하다면 50대 중반 이전에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선교지에 나가서 새 출발을 하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특히 현지인과 어우러지기 위해선 가르치기 이전에 같이 살아야 하는데 육체적으로도 어느 정도 힘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2의 인생으로 실버 선교를 결정한 만큼 선교지에서 쭉 머무르는 것도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김 선교사는 모든 사회는 원로가 할 일이 있다. 그리고 한 단계의 일을 마치면 다음 단계의 일이 생긴다. 함께할 동역자가 생기면 그를 지원할 사람이 필요할 때도 있다면서 선교지에 남아 어른의 역할을 도맡아 하는 것도 실버 선교사의 사명 중 하나라고 제안했다.

실버 선교사로 헌신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준비된 기관도 있다. 실버 선교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선교단체 시니어선교한국은 몇 년 전부터 파송기관으로 변신해 선교사를 키우고 파송하고 있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파송한 실버 선교사들은 해외 22개국과 국내에 78유닛 120명에 이른다.

미주실버선교회도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훈련원을 운영하며 준비된 실버 선교사들을 길러낸다. 교회 안에서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는 신실한 크리스천들에게 선교 사역의 길을 열어주는 역할이다. 1999년 발족한 미주실버선교회는 크리스천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선교의 중요성, 선교 역사, 선교의 방향, 헬퍼십 등 17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다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시작하는 만큼 언어습득 속도와 체력 문제 등 분명 한계도 존재한다. 은퇴 이후 약 10년 간 선교지에서 사역을 하고 돌아온 한 선교사는 시니어는 언어와 체력 등 많은 영역에서 한계가 있다. 자신만의 사역을 펼치기보다 젊은 사역자들이 맘껏 일할 수 있도록 지원사역으로 섬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역 선교사 기도 모임을 주관하거나 젊은 선교사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사랑방 역할을 하는 등 시니어가 잘 할 수 있는 사역을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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