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후보생 미달 …“코로나 후 신학교육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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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후보생 미달 …“코로나 후 신학교육 생각해야”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2.01.1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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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진단하는 한국교회 과제 ③ 신학교와 목회자 수급

학령인구 감소·교회 다음세대 부족 주요 원인
신대원 통폐합, 정원 감축 등 구조조정 대두

2022학년도 대학입시 정시모집을 마감한 결과 상당수 신학대학교 내 ‘신학과’ 경쟁률이 미달인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장신대와 총신대가 학부 정원을 채웠을 뿐 대다수 신학과는 0점대 경쟁률에 그쳤다.

학령인구와 교회 내 다음세대가 감소하고, 다른 전공에 비해 선호도마저 줄면서 이미 예견된 결과였지만 받아든 성적표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정원을 채운 학교라 하더라도 경쟁률 자체가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뚜렷한 변화가 없다면 대부분 학부 신학과는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목회자 수급에 직결되는 신학대학원 경쟁률 역시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대원 경쟁률 하락은 실력 있는 목회자 육성과 배출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졸업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목회지도 문제다. 올해는 수급 불균형에 대해 말로만 하는 대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계획 수립과 실행이 요구되고 있다. 

교회학교 급감, 심각한 수준
신학교 진학 지원자가 줄어드는 현상은 일단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이 크다. 전국 초중고 학생 수는 1993년 881만6천명, 2000년 795만명에서 아주 가파르게 줄어, 2016년 588만명, 2021년 532만명을 거쳐 올해는 528만명에 그칠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교육부는 2026년 500만명, 2033년에는 400만명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위기에 내몰린 대학들에게 구조조정에 나서도록 직·간접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신학과 지원자 부족 원인의 또 다른 축은 한국교회 다음세대 감소다. 고등부를 졸업한 학생들이 신학과에 지원할 확률 자체가 줄어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  

작년에 발표된 예장 통합총회 교세에 따르면, 2010년 18만여명이던 중고등부 교세는 약 10년이 지나는 사이 42%, 7만8천여명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고등부 학생 10명 중 6명이 사라진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보다 더 심각하게 봐야 될 현실이다. 

기성 총회 어린이 청소년 수는 2009년 12만여명에서 2020년 기준 6만여명으로 거의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여타 교단들의 감소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신학과 지원자 감소에 대한 기본적인 해결책은 다음세대 회복에서 찾아야 할 것처럼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목회자 양성과 직결되어 있는 신학대학원 지원자 감소라고 할 수 있다. 2020년 교육부 ‘대학알리미’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신대원이 학생 충원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예장 통합 산하 장신대 신대원과 예장 합동 산하 총신대조차 1점대 경쟁률에 그쳤다. 해마다 등락이 있을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는 변하지 않고 있다. 신대원 진학을 위해 재수 삼수하던 시절은 옛말이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전체 학생 충원율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 

2022년 구조조정 가능할까?
학생 수 감소는 학교 경쟁력에 영향을 주게 되고, 학교 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선 학교 등록금이 감소하게 되고, 국가재정지원 대상에서도 탈락하면서 존폐 위기에 내몰릴 가능성도 커진다. 실제 지난해 8월 교육부 대학기본역량 진단 결과에서 상당수 기독대학들이 탈락했다. 평가에는 학생 충원율도 중요하게 반영되는 요소다. 이 때문에 고강도 구조조정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교단 신학교 재편에 나선 교단들도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2022년 신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교단 산하 3개 신학대학원 통폐합을 추진하기로 하고 관련 위원회를 신설했다. 

감리교신학대학교, 목원대학교, 협성대학교는 최근 신대원 통합 운영안을 수용하고, 각 학교별 4명 위원을 선정한 상태다. 감리교 신대원 통합은 작년 10월 있었던 제34회 총회 입법의회 결의에 따른 것으로, 2024년 가칭 ‘웨슬리신학대학원’ 설립을 위한 임시조치법이 총대들의 압도적 지지 속에 가결됐다. 신대원 통합에 대한 공감대가 총대들 사이에서 그만큼 높았다. 

예장 통합총회는 산하 7개 신학대 통합에 대한 연구를 2017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총회 결의에 따라 7개 신학교들은 2017년 이후 3년 동안 신대원 입학생 정원 12% 감축을 이행했다. 그런데 최근 교단 내에서 정원 감축안이 다시 논의되고 있다. 

일단 각 신대원 총장들은 당장 학교 운영의 어려움을 고려해, 획일적인 기준보다 자율적 감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상황이다.

신대원 지원자 감소는 양질의 목회자를 배출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자질이 부족한 지원자를 정원 수요를 합격시키는 부작용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실제 익명을 요구한 한 신대원 교수는 “지원자 면접을 볼 때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앞으로 잘 교육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어쩔 수 없이 합격 점수를 준 적이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문제는 자질이 부족한 상태로 목회 현장에 배출된다면 큰 어려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목회자 수급 균형 필요”
목회자 수급과 관련한 과제도 난맥상이다. 전체 교세는 감소하지만 목회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목회자가 부임할 임지가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도 크다. 교회 개척을 꺼리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개척은 큰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이정익 목사는 본지 칼럼에서 “1980~90년대 부흥기를 거쳐오면서 몰려오는 신학생들로 황금기를 누리다가 신입생이 반토막 나는 충격을 맛보며 비상에 결렸다”면서 “코로나 이후 신학교가 가야 할 길을 생각하면서, 이론에 치우치지 않고 현장에서 필요한 목회와 영성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방 교회와 중형 교회에서는 적절한 부교역자를 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형교회의 경우 지원자가 대거 몰리는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목회자 수급 불균형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문제다. 2022년에는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과 변화가 교단들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해서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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