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사역의 틀을 깨다, “일터에서 땀 흘리며 복음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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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사역의 틀을 깨다, “일터에서 땀 흘리며 복음 전파”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2.01.1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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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한국교회 트렌드④ ‘일하는 목회자’들이 온다

목회자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안 찾아야
목회와 선교 양립 위한 ‘직업학교’ 제안

한국교회 안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이중직 목회자’에 대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 안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이중직 목회자’에 대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는 사회와 경제, 문화, 종교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엄청난 도전과 위기를 불러왔다. 메타버스가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새로운 사역현장이 됐으며, 건물 중심의 교회에서 벗어나 소그룹 공동체의 개념으로 목회 방향을 재정비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 과정에서 생계가 어려운 목회자들은 주일에는 목회를 하며, 평일에는 다른 직업을 찾아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교회가 이러한 새로운 변화에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하느냐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남는 핵심적 역량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지용근)에 의하면 출석 교인 50인 이하의 작은 교회 목회자 가운데 48.6%가 이중직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직을 선택하게 된 이유로 60.5%가 ‘어려운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서’라고 답했으며, 19.5%가 ‘교회에 의존하지 않고 소신껏 목회하고 싶어서’라고 응답했다. 교회로부터 사례비를 받지 못하는 목회자들은 전체 47.7%에 이른다고 밝혔다. 직종으로는 ‘단순노무직(22.3%)’이 가장 높았으며, 자영업(15.9%), 택배(15.0%), 학원강사(14.1%), 대리기사(9.1%)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시대, 급격한 환경의 변화로 직장과 직업의 안정성이 극도로 취약해지면서 ‘N잡러’가 세계적인 직업 트렌트가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2022년은 코로나 사태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 아래 한국교회 안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이중직 목회자’에 대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일하는 목회자들’을 위한 소통의 장

살기 위해 끊임없이 임지를 해매거나, 새로운 직업을 구하며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는 가난한 목회자들을 위한 대안은 없을까.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지자 최근 각 교단에서는 이중직 허용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교회 교단 중에서는 몇몇 교단이 목회자 이중직을 허용했지만, 이마저 생계형 목회자에 한 해 조건부로 허용된 경우다.

이중직 목회자들의 막막한 현실에 공감하는 이들은 일하는 목회자로서 함께 일선에 나선 이들이다. 1만 3천여 명의 회원이 가입된 페이스북 페이지 <일하는 목회자들>에는 일하는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소통의 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페이지의 대표운영자 박종현 목사(행복누리 사회적협동조합)는 “일하는 목회자들은 ‘이중직’ 목회자로 불리며 ‘소명이 부족한 자’ 심지어 ‘목회의 열의가 없는 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회가 목회자들의 생계를 온전히 책임질 수 없는 사회구조 아래 이중직이 옳은가 그른가는 둘째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일하는 목회자들>은 이런 현실을 소셜을 통해 극복하고자 만들어진 페이지”라며, “우리 스스로를 돕는 플랫폼이 되길 기대한다. 운영자로서 일하는 목회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하는 목회자들> 페이지에서는 자신이 취득한 각종 자격증에 대한 정보를 올리거나 일자리가 필요한 목회자들을 위한 구인, 구직 정보가 공유되기도 한다. 또 ‘전도용 제품’을 나누거나 일하는 목회자로서 겪는 어려움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자유롭게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스도의몸교회 담임 김동은 전도사는 과일야채 도소매 사업 ‘시장청년’을 창업해 6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게시물을 통해 “주일 교회에서는 강단에 올라 말씀을 전하지만 평일 세상에서는 동역자들과 땀 흘리며 삶으로 복음을 전하려 애쓰고 있다”면서 “단지 생활을 위한 이중직이 아닌, ‘여기에도 이런 길이 있었구나’ 하는 이정표를 남기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로컬기반’ 일터사역 고민해야

목회자들의 이중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직업에 대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교회, 흩어지는사람들 최주광 목사는 인테리어 목수로 5년간의 현장경험을 살려 시공인테리어를 창업해 2년째 운영 중이다. 그는 “코로나로 어려워지자 목수이신 친형에게 일을 배웠다. 철거와 목공, 전기, 도장, 금속 등 인테리어 전반에 관련된 일을 기획·시공한다”면서 “목회와 일을 병행하기에 시간 활용이 용이하고 수입 부분에서도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소개했다.

온누리에JCM 이강민 목사는 목회 사역과 32년째 온누리에농어촌선교회장으로 농어촌전도봉사사역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농촌교회 목회자와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을 기술교육을 통해 자립에 도움을 주고자 지난해 ‘목회자선교기술훈련학교’를 설립해 용접과 목공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용접사자격증, 특수용접사자격증, 평생교육사를 취득했고, 용접학원 6개월 과정을 이수했으며, 용접사로 일급 20~25만원의 수입을 얻고 있다. 

이밖에 교회 카페나 도서관 운영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적기업의 운영도 목회와 선교의 양립을 위한 목회자 직업의 좋은 사례다. 하지만 목회자 이중직의 성공적 사례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바로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로컬’을 기반으로 목회자의 직업을 찾는 것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노영상 원장(총회한국교회연구원)은 “교회가 해야 할 일을 찾을 때 중요한 것은 지역마다 그 할 일이 같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교회가 어린이집을 세워 교회가 부흥했다고 해서 해당 지역의 필요를 파악하지 않고 동일하게 어린이집을 지어 봉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는 “목회자가 일터에서 직업을 통해 지역에서 효과적인 선교방법을 찾으려 한다면, 시간적 상황분석과 공간적 분석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견해에 대한 폭넓은 경청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목회가 어려운 시대가 온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한 목회적 변화는 더욱 급격하게 몰아칠 전망이다. 누구도 이게 정답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다변화 상황에서 기존 목회 틀을 벗어나 새로운 목회적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결론적으로 앞으로는 목회하기 더욱 어려운 시대가 될 것”이라며 “최근 한국교회 경험에서 보듯 대형교회를 벤치마킹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카페 목회나 도서관 사역이 효과를 보았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는 것도 위험성이 크다. 특정 지역의 특정한 환경에서 성공한 방법이 다른 지역의 다른 여건에서 똑같이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정 교수는 “교회의 특성과 성도들의 정서 그리고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가 가장 뚜렷한 목회자 스스로 전문성을 가지고 대안을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최근 탈제도적 교회의 형태가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 카페를 운영하거나 도서관을 운영하는 교회의 사례가 늘어가고 있고, 사무실이나 학원의 비는 시간을 이용해 기독교 공동체가 모이는 일터 교회들도 있다.

교단이나 교회 정치체제를 벗어나 독립적으로 교회조직을 갖추는 교회, 성직자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평신도 중심으로 모임을 갖는 교회, 일요일 오전이라는 교회의 전통적 시간대를 탈피해 모이는 공동체들이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정 교수는 “한국 개신교회가 이제 제도권 교회의 틀에서는 의미 있는 생존이 어렵다고 보고, 교회 본연의 성격을 회복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중직 목회자’들을 향한 당부로 그는 “절대적인 시간이 한정돼 있기에 시간을 쪼개 쓴다면, 기존 목회에 전념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의 전도방식이나 단순히 예배나 심방을 자주 가는 목회방법에 대한 이해에도 변화가 필요하기에 이 부분에 대한 지혜와 균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를 향해서는 이중직을 선택한 목회자들을 위한 다양한 직업적 안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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