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금 들여 설치한 대형 스크린, 잘 쓰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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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금 들여 설치한 대형 스크린, 잘 쓰고 계신가요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1.18 0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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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에 사용하거나 메시지 띄워주는 방식은 매우 유용
처음부터 끝까지 설교자 얼굴만 비추는 구성 지양해야
설교 중에 시청각 자료 활용하는 본질적 목적 돌아봐야
바야흐로 멀티미디어의 시대다. 교회도 복음의 효과적 전달을 위해 예배당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는 등 멀티미디어 활용에 힘을 쏟고 있다.
바야흐로 멀티미디어의 시대다. 교회도 복음의 효과적 전달을 위해 예배당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는 등 멀티미디어 활용에 힘을 쏟고 있다.

교회들은 설교 중에 멀티미디어를 활용하기 위해 당대의 최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왔다. 칠판이나 큰 종이에 설교자가 직접 ‘판서’를 하던 것이, OHP 필름으로 발전하더니,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교회마다 빔프로젝터를 설치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최근 10여 년 사이 빔프로젝터는 대형 LED 스크린으로 교체되는 추세다. 빔프로젝터 때부터 이미 높은 가격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대형 LED 스크린은 경우에 따라 ‘억대’의 가격을 호가하기도 하니 ‘상전벽해’라는 말이 절로 실감이 난다. 

많은 지출을 감수하면서까지 설치한 대형 LED 스크린이 본래의 목적인 ‘메시지 전달’에 그다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청중을 움직이고 강단을 살리는 수단으로 삼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왜 쓰는지를 알아야

먼저 교회들이 예배당 전면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멀티미디어를 활용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마도 설교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설교자의 역할은 일방적인 말씀 선포에 그치지 않는다. 복음의 말씀을 ‘잘’ 전달해야 한다. 강단에서 회중과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주로 사용하는 것이 ‘예화’다. 과거에는 예화를 담는 수단이 ‘말’에 그쳤다면, 기술이 발전하면서 활자와 그림, 영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청각 자료가 활용되고 있다.

한국교회 예배학계의 원로인 정장복 교수(전 한일장신대 총장)는 “최근 들어 값비싼 영상장비를 설치하는 교회들이 많아졌다”며 “영상이 주는 효과는 매우 크다. 성경 구절을 띄워준다든지, 설교자의 메시지를 활자화하여 보여주는 것은 아주 유용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오늘날 많은 이들이 전자 기기를 통해 살아간다고 할 만큼 변화된 세상을 살아가고 있고 예배당 역시 그런 시대적인 물결이 지배하고 있다”며 “전자기기가 예배당의 신비성과 거룩성을 침해해도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현재 많은 교회가 하는 것처럼 영상에 설교자의 얼굴을 띄우는 수준에 그치는 것은 메시지 전달에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성경적이지도 않다”며 “마치 스크린 속 배우를 영웅화하듯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돌아보면 스크린이 없던 시절의 신앙이 훨씬 더 돈독했다. 영상이 나온 후에 오히려 신본주의에서 인본주의로 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끝으로 “성공회나 정교회 같은 고교회의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예배당, 특히 말씀을 선포하는 강대상에는 ‘지성소’의 개념이 함의돼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며 “지성소에서 하나님이 아닌 사람이 드러난다면 ‘무대’와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조대현 목사가 만화 설교를 하고 있는 모습.
조대현 목사가 만화 설교를 하고 있는 모습.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본지 만평 작가인 조대현 목사(조인교회)는 80년대부터 멀티미디어를 설교에 적극적으로 접목해온 사역자다. 평신도 시절부터 만화가인 본업을 다음세대 신앙 교육에 활용해 왔다. 여름성경학교 프로그램의 하나로 어린 학생들에게 성경을 가르칠 일이 있었는데, 칠판에 만화를 그려가며 설명했더니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점차 이름이 알려지면서 어린이 청소년 부흥사가 되어 전국으로 만화설교를 다녔다. 목회자가 된 이후에는 어른들 집회로까지 만화설교의 대상을 확장했다.

조 목사는 “사람은 듣는 것보다 보는 것에 마음을 더 뺏기고 집중력이 생긴다”며 “그런데 대부분 목사님들의 설교는 30분 넘도록 고정된 앵글의 얼굴만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정지 화면과 마찬가지여서 청중은 자연히 지루함을 느낀다”고 했다.

조 목사는 특히 스마트폰에 익숙한 다음세대의 경우 그 정도가 훨씬 크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도구로서 멀티미디어가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멀티미디어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진다거나 복음의 본질에서 멀어지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조 목사는 “자극적인 방식이나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며 “재미요소는 도입부에 주로 활용하여 집중력을 끌어내는 데 쓰고 후반으로 갈수록 복음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더 나아가 조 목사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상황이 부쩍 증가했는데, 온라인 예배는 ‘보는 것’의 비중이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복음의 본질과 그 날의 설교 메시지의 표현에 적절한 시청각 자료의 활용이 필수가 됐다”며 “비대면 상황 속에서도 복음이 온전히 전달되도록 슬기로운 멀티미디어 활용법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요구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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