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게네스, 살상행위 하지 않도록 기독교인 군 면제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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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게네스, 살상행위 하지 않도록 기독교인 군 면제 주장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2.01.18 0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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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초기 기독교의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이해(9)

오리게네스는 구약성경에 기록된 전쟁기록을 역사적 사실로 보지 않고 영적 전쟁에 대한 상징으로 해석했다. 그는 구약의 전쟁 기사가 영적 전쟁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면 “유대의 역사책들이 교회에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이 읽어야 할 책으로 전해졌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결국 오리게네스는 구약의 전쟁사는 실제 사건으로 보지 않았다. 오리게네스가 이런 해석을 하게 된 것은 구약의 전쟁 기사는 신약의 사랑에 대한 가르침과 충돌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구약을 우의적으로 해석하여 실제 전쟁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이를 근거로 오리게네스는 전쟁을 반대했고, 이른바 평화주의적 입장을 취한 것이다.

오리게네스의 이런 입장은 246~248년에 쓴 『켈수스 논박』에 잘 나타나 있다. 기독교인들은 징병을 거부함으로써 시민적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는 켈수스의 비판에 대해 오리게네스는 이 책 앞부분에서 기독교인들은 본질상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는 칼을 사용하거나 복수하거나 살인하는 일을 금지하셨다고 지적하고, 기독교인들은 전쟁이 아닌 기도라는 방편으로 제국에 충성하였고, 황제를 도왔다고 주장했다. “그리스도인들의 역할은… 제국과 황제를 대신하여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보다는 더 중요한 싸움, 곧 전쟁의 원인을 제공하는 마귀들과 영적인 싸움을 한다”라고 말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은 황제를 적에게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황제를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기독교인이 전쟁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다는 켈수스의 지적을 부인하거나 수정하지 않고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는 기도로 제국에 대한 책임을 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전쟁을 일으키도록 자극하고 맹세한 바를 위반하게 만들며 평화를 깨는 모든 악마들과 기도로써 싸운다.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황제를 위해 전쟁터로 나가 싸우는 이들보다 더 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우리는 의로운 기도를 통해 자기부정적인 수련과 묵상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공적인 일에서도 우리의 임무를 감당하고 있다. 이런 일들이 우리들로 하여금 쾌락을 멀리하고 이런 길에 빠지지 않도록 가르친다. 실로 우리들보다 황제를 위해 더 잘 싸우는 이들이 없다. 우리들은 설사 황제가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그의 수하에서 싸우지는 않는다. 도리어 하나님께 우리의 기도를 드림으로써 특별한 군대, 곧 ‘경건의 군대’를 만들어 그를 대신하여 싸운다.”

이처럼 오리게네스는 전쟁을 선동하며 평화를 파괴하는 마귀를 대적하여 기도로 싸우고, 이로써 전쟁에 나가 싸우는 것 이상으로 제국에 충성하고 황제를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과 함께 오리게네스는 살상행위를 하지 않도록 로마의 사제들에게 군 복무를 면제해 주듯이 기독교인들의 군 복무도 면제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도의 능력으로 제국과 황제를 보호한다는 오리게네스의 주장이 이교도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고 여겨지지는 않지만, 이것이 오리게네스의 확신이었다. 

정리하면, 오리게네스는 구약의 전쟁 기록을 영적 전쟁으로 이해하여, 이를 근거로 비전 혹은 반전의 평화주의를 지향했던 인물이었다. 오리게네스는 신약성경 에베소서 6장 11~12절과 디모데후서 2장4절에 근거하여 자신의 영적 전쟁과 영적 군사의 개념을 발전시켰다. 오리게네스의 『켈수스 논박』이 켈수스에 대한 반박이라기보다는 당시 교회를 위한 변증인 것은 당시 교회가 다 오리게네스의 주장을 따랐다고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 당시에도 군에서 복무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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