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너머 ‘공동의 유산’으로 교회 연합운동 바라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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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너머 ‘공동의 유산’으로 교회 연합운동 바라봐야”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1.1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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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협 신년 기자간담에서 이홍정 총무 발언
한교총 중심의 기관 통합엔 긍정적 해석 '눈길'
새해 첫 행보로 한교총과 '장애인 이동권' 시위 동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가 지난 7일 광화문 진진수라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가 지난 7일 광화문 진진수라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한국교회 연합운동과 관련해 ‘보수’나 ‘진보’의 프레임이 아닌 한국교회의 ‘공동 유산’으로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는 지난 7일 광화문 진진수라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2년 NCCK 핵심 사업을 소개하는 한편 ‘한국교회연합운동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제언’에 나섰다.

이 목사는 최근 보수 교계 연합기관에서 추진하고 있는 통합 움직임과 관련해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역사가 약 100년 전 설립된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1924년)’에서 시작함을 명확히 밝혔다. 에딘버러 세계선교대회(1910년)를 계기로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1924년)가 설립됐고, 이후 이 운동이 오늘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로 발전했다는 것. 이어 “분단과 냉전 상황 속에서 정부기관이 개입하여 한국교회연합운동을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으로 가르는 ‘기획된’ 분열이 시도되면서 1989년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창립되었다”며 “이후 한국교회연합운동은 신학적 해석의 차이와 이데올로기적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채 33년 세월을 지내왔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같은 맥락 속에서 “한국교회 연합운동은 한국교회가 공동의 유산으로 물려받은 것”이라며 “교파주의를 극복하고 선교와 일치운동을 향한 신학적 실천으로서 교회 연합운동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는 지난 100년의 교회연합운동에 대한 기억과 성찰, 새로운 100년을 향한 상상과 변화를 기획하면서, 교회연합운동의 재활성화와 재창조를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기상황에 봉착해 있다”며 “작금에 진행되고 있는 한기총, 한교연, 한교총의 기구통합에 대한 시도는, 저변에 흐르는 비본질적 비신학적 동기와 교권중심의 구조 창출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뿌리를 가졌으나 분열된 교회협의체들이 가시적 일치를 이루려는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그러면서 △한국 최초의 에큐메니칼 교회협의체인 교회협의 100년의 역사를 공동의 유산으로 인정하며 발전시켜 나갈 것 △회원 교단과 기관의 대소 등에 따른 차별 없이 평등한 참여를 보장할 것 △여성과 청년의 평등한 참여를 실천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과의 연대를 강화할 것 △한반도의 평화적 공존을 강화하는 한반도 종전평화운동에 헌신할 것 △자연과 더불어 상생하는 생명 중심의 문명을 건설하기 위해 전심전력할 것 등의 내용이 담긴 ‘한국교회연합운동을 위한 열 가지 제언’을 낭독했다.

이 목사는 끝으로 ‘한국교회연합운동이 극복해야 할 근본적 문제 중 하나’로 ‘교회지도자들 속에 만연된 ‘나르시시즘’을 지목하면서 “한국교회연합운동의 지도자는 성육신적 자기 비움을 통해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영적 지도력을 지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자리에서는 2024년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NCCK 100주년 사업의 주요 내용도 소개됐다. 이 목사는 “100주년 기념사업이 단순한 과거의 평가와 기념의 차원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100년의 이정표를 세우는 실제적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자 한다”며 △한국교회 100대 방문지와 100대 인물 선정 △기독교 역사순례 및 답사 프로그램 활성화 △한국기독교 에큐메니컬 자료실 구축 등 준비 중인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특히 올 하반기 열리는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 사회신조 채택(1932년) 90주년을 기념 심포지엄’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90년 전 교회협의 전신인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가 채택한 사회신조에는 △인류의 권리와 기회 평균 △인류 및 민족의 무차별 대우 △혼인의 신성함과 정조(貞操)에 남녀동등 책임 △아동의 인격존중과 소년노동의 금지 △여자의 교육 및 지위 개선 △공창 폐지 및 금주 촉진 △노동자 교육 및 노동시간 축소 △생산 및 소비에 관한 협동조합의 장려 △용인(傭人)-피용인(被傭人) 간에 협동조합기관의 설치 △최저임금법, 소작법, 사회보험법의 제정 등 오늘날 한국사회에도 의미 있는 내용이 담겨있어 눈길을 끈다.

교회협 이홍정 총무와 한교총 류영모 대표회장이 지난 5일 혜화역에서 열린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교회협 이홍정 총무와 한교총 류영모 대표회장이 지난 5일 혜화역에서 열린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한편 지난 5일 이홍정 총무는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류영모 목사와 함께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동대문 방향 승강장에서 진행된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공동 성명을 통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관련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이튿날 열린 한교총 신년하례회에서는 류영모 목사가 이같은 사실을 알리면서 “지난 10년 동안 보수 연합기관과 교회협이 공동성명을 같이 발표한 적은 있지만, 함께 사회적 행동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류 목사는 “이제는 한교총, 한기총, 한교연, NCCK가 새로운 길 아래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길에 함께 할 것”이라고 말해 2022년 한교총과 NCCK 간 교류 확대의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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