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법 개정 없는 하위법 개정은 ‘불법’... 정회는 ‘신의 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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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법 개정 없는 하위법 개정은 ‘불법’... 정회는 ‘신의 한수’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1.12.06 18:49
  •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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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파행을 통해 드러난 한교총의 문제점

가나다군-가나다라군으로 바꿔놓고 공동대표는 5명 추천
"순번제 바뀌었다면 임원 선출 과정도 새롭게 적용돼야"
사무처 규정 상임회장 7명 동의만 얻으면 언제든 개정 가능
한교총 제5회 정기총회가 지난 2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한교총 제5회 정기총회가 지난 2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창립 4년만에 주요 교단 중심의 연합체로 한국교회를 대표해온 한국교회총연합. 하지만 지난 2일 제5차 정기총회는 정회로 파행됐고, 회의자료집을 통해 내부 문제점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발견된 몇 가지 불법적인 요소들은 정관의 하위법인 세칙과 규정의 무리한 개정을 통해 충돌적으로 나타났다.

판을 뒤집은 기하성 엄진용 총무는 사무처 운영규정의 개정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나타냈다. 총회의 보고나 승인 절차 없이 임원회 또는 상임회장회의 의결로 즉시 효력을 발휘하도록 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최소한 임원회나 상임회장회의 통과 후 총회 추인이라는 안전장치를 걸어놨어야 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세칙과 각종 규정들은 몇몇 인사들의 주도에 따라 수시로 개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정관개정안 없었나? 누락했나?
이번 총회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정관, 규정 개정사항 보고의 건이다.

이 보고 안건에는 1, 정관개정위원회가 “1인 대표회장 체제 및 가군 변경, 회장단 자격확대 등을” 다루기 위해 설치되었고 활동했다는 것. 2, 임원선임규정과 사무처 규정 개정안이 통과, 금번 총회부터 적용됐다는 것. 3, 정관 제15조에 의해 임원인선위원회가 공동대표회장 수를 정하고 발전기금도 확정했다는 것. 4, 5회 총회에서는 이사회가 공동 대표회장 중에서 법적 대표성을 가진 단독 대표회장을 선출하도록 했다는 것. 5, 정관은 총회에서 개정해야하므로 5회 정기총회에서 정관개정위를 설치하도록 한다는 것 등이다.

신구조문 대조표 없이 수록된 올해 한교총 정기총회 회의자료.
신구조문 대조표 없이 수록된 올해 한교총 정기총회 회의자료.

5가지 보고내용은 전부 상충된다. 1번에서는 4회기에 정관개정위원회가 이미 활동을 했고, 대표체제와 가군에 대한 개편을 논의했다는 것. 이를 전제로 2~4번을 결정했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시 정관은 총회 개정 사안이기 때문에 정관개정위를 5회 총회에 또 설치한다는 것이다.

이 보고대로라면 일단 정관개정은 4회기에서 논의됐고, 상임회장회의에서 성안되어 통과됐다.

엄진용 총무는 자신이 정관개정위원장인데 상임회장회의에서 임의로 개정 통과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한교총 정관 제10장 제42(정관 개정)에는 정관개정안은 상임회장회의의 결의로 발의하며 임원회에서 심의하여 총회에 상정한다고 되어 있다. 정관개정위원회가 연구안을 올릴 수는 있지만 최종 발의는 상임회장회의가, 상정은 임원회가 할 수 있다.

실제로 1029상임회장회의에서는 정관개정 내용이 다뤄졌고, 이를 바탕으로 하위법인 세칙과 규정을 개정했다. 하지만 1123일 열린 임원회에서는 또 정관개정위원회를 설치한다고 결정했다. 도대체 정관개정에 대한 총회 상정안을 만든 것인지, 아니면 정관개정위원회를 설치하여 다룬다는 것인지도 모호하다. 분명한 것은 모법인 정관의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정 즉시 효력을 발휘하는 하위법만 개정되어 총회 자료집에 실렸다.

지난해 열린 제4회 정기총회 회의자료에 수록된 정관 개정안. 신구조문 대조표가 일목요연하게 담겨 있다.
지난해 열린 제4회 정기총회 회의자료에 수록된 정관 개정안. 신구조문 대조표가 일목요연하게 담겨 있다.

기하성 총회장 이영훈 목사가 정관개정은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신구조문 대조표가 없다고 발언한 것은 이전 회의에서 정관개정안을 상정하기로 결정했다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누군가 정관개정을 막기 위해 일부러 누락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가나다군 바꿔놓고 공동대표는 5
개정된 세칙과 규정을 살펴보자. 자료집에 실린 내용으로는 무엇이 개정됐는지 파악도 어렵다. 통상 개정된 회칙을 삽입할 때 밑줄 혹은 굵은 문자 표시를 하는 친절도 생략됐다. 개정 내용을 찾기 위해서는 회의록을 일일이 살펴보는 수고가 필요하다.

4-7차 상임회장회의록에 기록된 임원선임규정 개정안은 대표회장 자격: 회원교단 추천을 받은 현직 총회장이나 총회장을 지낸 자 대표회장 후보군:가군 7천 교회 이상, 나군 2500교회 이상, 다군 1천교회 이상, 라군 1천교회 이하 교단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선임 후 총회 승인, 신임 이사장은 발전기금 15천만원 납부로 개정됐다.

사무처운영규정은 직원 파견제도 폐지 사무처장 신설 사무총장 임기 단임에서 연임으로 사무총장은 총무의 지휘가 아닌 대표회장의 지휘 및 승인을 받도록 개정했다.

이를 근거로 임원은 공동대표회장 5명으로 확정됐다. 애초 가나다군이 대형 장로교단, 중소형 장로교단, 비장로교단으로 구분된 것과 달리 교회수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4개 군을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임원선임규정에는 여전히 회원교단을 ‘3개군으로 나누고 순서를 정한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하위에 4개 군을 명시했고, 대표회장은 각 군에서 1명씩 선정하여 상임회장회의에 천거토록 했다. 그런데 임원인선위원회가 올린 대표회장은 총 5명이다. 무슨 규정을 근거로 5명을 확정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대표회장은 현직 총회장이 아니어도 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그렇다면 교단에 추천을 의뢰해야 한다. 애초에 합동과 통합만 번갈아 대표회장을 맡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가군의 범위를 넓힐 것을 제안했다. 그래서 가군을 7천교회 이상을 개정하는 내용을 다룬 것이다.

하지만 임원선임규정에서는 기존의 가나다군이 완전히 다른 방식의 4개 군으로 재편됐다. 이렇게 된 이상, 가군은 통합, 합동, 백석 등 3나군은 감리교, 기하성, 침례, 기성 등 4다군은 고신, 개혁, 대신, 개혁개신, 백석대신 5라군은 합신을 비롯한 1천개 이하 20개 교단이 대표를 재추천할 권한이 생긴다. 교회수를 딱 1천개로 보고한 예성은 다군(1천개 이상)도 되고 라군(1천개 이하)도 된다. 개정 즉시 효력을 발휘하는 법의 특성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인선에서 공동대표회장은 교단 추천과정 없이 임의대로 통합, 기침, 고신, 개혁, 예성 등 5개 교단이 추천됐다. 다군의 고신과 개혁, 예성이 중복됐고, 각 군에서 1명씩이라는 기준도 어겼다. 개정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면 완전히 새로운 인선 기준이 나와야 한다. 가군에 합류한 백석이나 나군의 감리교와 기하성, 기성도 마찬가지다. 교단 군을 구분하는 방식이 이전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대표회장 순번도 이전의 방식을 고수할 수 없다.

개정안에 의하면 꼭 교단장이 아니어도 된다. 대체 어떤 기준으로 인선이 이루어졌는지 미스터리한 부분이다. 확실한 것은 공동대표회장이 많을수록 법인이사장의 단독 대표성이 두드러진다는 사실이다. 굳이 1인체제로 개정하지 않아도 공동대표의 수를 늘려 놓으면 법인 이사장의 지위는 더 굳건해질 수밖에 없다. 발전기금 15천만원까지 낸다면 기여도 면에서도 법인 이사장을 따라가기 어렵다.


# 7명만 설득하면 개정되는 사무처 규정
사무처 운영규정 개정은 더욱 위험하다. 한교총은 모든 임기는 회기 만료와 더불어 끝나게 되어 있다. 사무총장은 단임제였다. 대표회장도 단임제다. 그런데 임기는 4년 연임할 수 있으며로 개정됐다. 임기가 4년이고 무제한 연임인지, 4년만 연임할 수 있는지 문장의 해석도 모호하다. 정년은 65세로 되어 있지만 상임회장회의 12명 중 7명의 동의만 얻을 수 있다면 추후 누군가 정년을 연장하거나 정년을 폐지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매년 바뀌는 교단장에 비해 한교총 내부를 잘 알고 있는 사무처의 권한이 너무 막강하다. 엄진용 총무는 이를 우려했고, 심지어 총무의 지휘를 받는다는 항목을 대표회장의 지휘를 받는다로 개정한 것도 문제 삼았다. 대표회장이 1인이라면 사무처 지휘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표회장은 3인에서 이번 회기는 아예 5인으로 상정됐다. 5명 모두에게 동의를 얻는 과정은 쉽지 않다. 성명서 하나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다보니 결국 실무자에게 위임될 확률이 높다.

한교총 공동대표회장 체제는 겉으로 보기에는 합리적이며 공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순 투성이다. 대표가 많다는 건 책임이 분산된다는 것이고, 결국 실무자에게 모든 힘이 집중된다는 뜻이다. 총무단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 부분이 사무처를 견제할 권한을 상실한 점이다. 이번 총회 회의 자료집도 3명의 공동회장단은 총회 당일에 처음 봤다. 검토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사무처를 완전히 신뢰했다는 뜻이다. 

안타깝게도 한교총은 대외적으로도 검증과 견제가 쉽지 않다. 모든 회의를 비공개로 하는 폐쇄적 구조 때문이다. 최소 주요 의결권을 가진 상임회장회의와 임원회는 공개회의로 전환해야 한다. 총회 회의자료집에 수록된 회의록을 제외하고 언론이 1년 내내 연합기관을 들여다 볼 수 없다는 것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이번 파행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 회의에 참여한 교단장과 총무, 사무처 직원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길 뿐이다.

한교총 상임회장단은 이번 총회 회의 자료집에 나타난 문제점을 변호사를 통해 법적 검토하고 있다. 빠른 시일 내 정기총회를 속회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다만, 정관에 비해 개정이 지나치게 수월한 세칙과 각종 규정에 대한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 세칙과 임원선임규정은 임원회에서 개정한다고 되어 있을 뿐 개정에 필요한 동의 인원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사무처 규정은 상임회장회의에서 재적 과반수로 결의하고 즉시 효력을 발휘하도록 했다. 개정 후 총회 보고와 추인 과정이 생략됐다. 사실상 경과조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이번처럼 모법 개정 없이 하위법만 개정해 법과 법이 상충하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어쩌면 소강석 목사의 정회 선언은 신의 한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정회 기간, 보다 세밀한 법적 검토를 통하여 각종 문제들을 해결한다면 실추된 위상을 회복하고 명실공히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건강한 연합기구로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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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슬리 2021-12-07 15:24:42
참 하나되기가 쉽지 않네요. 그러나 합력하여 선을 이루실줄로 믿습니다.
아생교사 아사교생

사랑 2021-12-07 15:06:46
한국교회 더 단단히 세워져가길 기도합니다.

Chuchu 2021-12-07 14:38:49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교총이 더욱 견고한 한국 기독교계의 연합기구로 자리매김하길 바랍니다.

허대빵 2021-12-07 14:31:13
모든일을 은혜로 덕을 세워가려는 목사님의 애쓰심 그럼에도 법위에 바르게 세워가려는 의지와 수고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최경훈 2021-12-07 14:20:48
아쉬움이 큰 만큼 더 세밀하게 잘 준비하여 속회 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