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총 정기총회 '파행'…통합은커녕 내부 분열만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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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교총 정기총회 '파행'…통합은커녕 내부 분열만 노출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12.03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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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제5회 정기총회 개최했지만 결실 없이 정회
'뜨거운 감자'…정관개정・사무총장 연임 두고 이견 커
한교총이 지난 2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제5회 정기총회를 개최했지만, 의견 대립으로 인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채 정회했다. 소강석 의장이 정회를 선언한 뒤 일부 대의원들이 이에 반발하며 의장석 앞으로 다가와 항의하고 있다.
한교총이 지난 2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제5회 정기총회를 개최했지만, 의견 대립으로 인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채 정회했다. 소강석 의장이 정회를 선언한 뒤 일부 대의원들이 이에 반발하며 의장석 앞으로 다가와 항의하고 있다.

자신감이 지나쳤을까.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소강석・장종현・이철 목사)이 정기총회를 개최했지만 신・구 임원교체도 못 하고 해산했다. 정관 개정과 사무총장 연임 건이 발목을 잡았다.

제5회 한교총 정기총회가 지난 2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소강석 목사(대표회장, 예장 합동 직전 총회장)의 주재로 진행됐다. 개회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정관・규정 개정안 처리가 문제였다. 상임회장단을 비롯한 일부 임원이 개정 작업을 독점하고 있다며 복수의 대의원이 불만을 표출했다. 정관개정위원장 엄진용 목사(기하성 총무)가 반대 의견의 선봉에 섰다. 엄 목사는 “정관개정위원회에 작업을 맡겨놓고선 정작 자료집엔 상임회장단 안건과 회의록만 수록됐다. 이런 식이면 위원회가 왜 필요하느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예장 백석 사무총장 김종명 목사도 “우리 총회에서는 ‘원칙대로’ 개정할 것을 헌의했는데, 상임회장단에서는 ‘정치적 합의’를 앞세우더라”며 “오늘 배포한 회의록에는 회순채택을 먼저 하자고 했던 상임회장단 결의도 빠졌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회의 순서상 정관개정은 임원 교체 후 새로 선출된 대표에 의해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물러나는 현 지도부가 일종의 ‘꼼수’를 부려놓고 이를 교묘하게 숨겼다는 지적이다.

김 목사는 또 “정관과 운영세칙, 사무처 규정 개정은 한교총 근간을 흔드는 것인데 자료집에 원안과 개정안을 비교하는 대조표조차 없다”며 자료집의 부실함도 지적했다.

명예회장 이영훈 목사(기하성 대표총회장) 역시 이 점을 언급하며 “정관은 총회를 이끌어나가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함부로 손대면 안된다. 지금처럼 토론하면 시간만 가고 어떤 결론도 안 나니 정관・규정 개정 안건은 다음에 다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사무총장 ‘4년 단임’ 규정을 ‘4년 연임’으로 바꾸되 ‘올해 총회부터’ 적용한다는 사무처 운영 규정 개정안도 문제가 됐다. 엄진용 목사는 “어제 상임회장단이 박수로 신평식 사무총장의 연임을 사실상 결정했다”며 현장의 대의원들에게 “이것에 동의할 수 있겠느냐”고 반복해서 물었다. 운영 규정 개정이 아무리 상임회장단의 권한이라 할지라도 최고 의결기관인 총회 현장에서 연임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상황이 복잡해지면서 소강석 목사는 정회를 선언했다. 소강석 목사는 20여 분 후 속회를 선언하면서 “대표회장회의를 긴급으로 소집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현재 상황에 대해 누군가 문제를 제기한다면 법적인 문제가 야기될 수 있으니 바로 잡고 다시 하자는 안과 날이 새더라도 끝까지 하겠다는 의견이 있다. 어떻게 하겠느냐”고 대의원들의 의견을 물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관 개정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1인 대표회장/이사장 지도체제에 대한 반발까지 이어졌다. 한 대의원은 ”과거 한기총 1인 대표의 전횡이 한교총 출범의 배경이 됐던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지도부 구성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금번 총회는 현행(정관)대로 하고 개정은 차기로 미루자”고 말했다.

혼란이 가중되자 소강석 목사는 “이대로 갑론을박하지 말고 오늘은 정회하자. 정관 개정을 포함한 것까지 이른 시일 내에 다시 모여서 정하자”며 정회를 선언했다.

이날 앞서 드린 개회예배에서는 이철 대표회장(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의 사회로 명예회장 김태영 목사(예장 통합 증경 총회장)가 말씀을 전했다. 김 목사는 “연합을 위해서는 자기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총회장을 하면서 분쟁하는 노회들을 보면 어리석은 이들끼리 모인 곳이 아니더라. 다 똑똑하고 잘나고 개성 강한 이들이 자기 자신을 낮추지 않고 양보 않고 미안하다 소리 않는 특징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다가오는 거센 세속화의 물결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교에 이어 참석자들은 △대한민국의 평화와 안정, 통일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한국교회가 연합하여 한마음으로 주를 섬기도록 △한국교회 예배 회복을 통해 새롭게 부흥하도록 △차별금지법 등 반 교회적인 법률 제정을 막아주시도록 기도했다. 예배는 대표회장 장종현 목사(예장 백석 총회장)의 축도로 마쳤다.

한교총 제5회 정기총회가 지난 2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한교총 제5회 정기총회가 지난 2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한편 이번 정기총회를 끝으로 물러나는 '한교총 4기'는 어느때보다 막강한 리더십을 자랑해왔다. 이들은 지난 1년 코로나 정국 속에서도 대정부 창구 역할을 맡아 한국교회 방역을 주도해왔다. 진보와 보수 양측으로부터 동시에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그만큼 중심을 잘 잡았다는 평가도 받았다.

특히 한국교회 보수연합기관 통합을 주도하면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합기구로서의 책임감 있는 모습도 보여왔다. 이미 한국교회 95%의 교인이 한교총 회원 교단에 속해 있음에도 여타 기관이 도태되도록 방치하는 것보다 '동행'하는 것이 하나님 뜻에 합당하다는 '진정성'을 전면에 내세워왔다. 회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이번 총회에서 '통합전귄위원회'를 구성해 지속적인 통합 논의를 이어갈 계획을 내비쳐왔다.

하지만 이번 정기총회를 통해 한교총은 내부 결속력의 약점을 드러냈다. 현장의 한 대의원은 "과거 10년 전 한기총 사태를 보는 듯 하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타 기관과 통합은커녕 자체 수습에도 버거운 상황임을 자인한 셈이다. "정치적 묘수를 통해 문제를 푸는 것이 지혜이고 전략"이라고 말한 소강석 목사의 호언장담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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