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 것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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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올 것이 왔다”
  • 강석찬 목사
  • 승인 2021.11.2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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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찬 목사/예따람공동체

바벨탑을 건설하며 사람들은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자”(창 11:4)고 했다. 이 행위는 하나님의 권위를 찬탈(簒奪)하자는 생각이다. 하나님의 권위를 가로채려는 뜻을 가진 바벨탑은 당연히 허물어져야 한다. 바벨탑 사건은 사람이 자기 이름을 높이며 얻으려는 가짜 권위를 허물어지게 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 시론자는 어떤 교회의 담임목사 취임식에서 가슴 아픈 일을 경험했다. 장로 임직식이 함께 있었는데, 방금 임직받은 장로가 인사말을 “담임목사 청빙위원이 되어 수십 명의 후보자 이력서를 검토하여 가장 좋은 목사를 뽑았는데, 오늘 취임식 행사에 많은 분이 축하하러 온 것을 보니 잘 선출한 것 같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오징어 게임’을 벌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목사를 고용인으로 채용했다는 말로 들렸다. 그곳에 ‘청빙(請聘)’은 없었다.

위기의 한국교회라고 평하는 소리가 반복되어 들린다. 목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고, 덩달아 세상 속에서 교회의 권위도 사라졌다고 걱정한다. 종교개혁으로 시작된 개신교가 다시 개혁되어야 한다는 소리도 높지만, 외적인 부흥 성장, 물질 축복, 예수 믿고 복 받는다는 기복(祈福)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교회에 대한 존경이 소멸하고, 목사에 대한 손가락질이 늘어났는데도 목사들은 “내가 이루었다”라는 바벨탑 안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한국교회 목사의 권위가 회복 불능의 지경에 이른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한다. 그런데 떨어진 목사의 권위를 하나님의 권위, 예수 그리스도의 권위, 주님교회의 권위, 복음 권위의 손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급속히 부흥 성장한 교회의 옷을 벗겨 속살을 살펴보면 ‘예수 믿으면 복 받고, 출세하고 부자 된다’라는 저급한 기복신앙으로 덧칠된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과연 ‘복음’이 변한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땅에 떨어진 목사의 권위가 어떤 권위이며, 누구에게서 부여받은 권위인가? 땅에 떨어져 부끄러운 권위는 사람이 만든 권위이며, 교회가 필요해서 제도로 만들어낸 종교의 권위, 교인의 이기적 욕망을 채워주면서 얻는 가짜 권위일 뿐이라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이런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것은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이다. 걱정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역설적으로 기뻐해야 할 일이다. 드디어 올 것이 왔을 뿐이다.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 주님교회, 복음의 권위가, 교회당 문턱만 오가는 교인, 사람이 주인 행세를 하는 교회, 목사와 장로에 의해 갇힌 것을, 껍질을 깨뜨려 살려내는 것이 한국교회의 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는 제언을 한다. 복음을 드러내고, 주님의 교회를 세우며,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기를 통하여 세상을 살리는 생명 운동을 일으킬 때이다. 한국교회가 세속주의에 편승하여 바벨탑을 건설하여 권위주의에 빠져, 이제는 피부에 달라붙은 거짓 복음을 벗겨내어야 한다, 피가 흐르고 아프겠지만 감수해야 한다. 바벨탑은 허물어지는 것이 옳다.

목사의 권위는 목사가 하나님 앞에 올곧게 서서(Coram Deo), 복음을 올바르게 전하며 사는 언행일치의 삶, 사람의 모임으로서의 교회가 아닌 ‘주님의 교회’를 세움으로만 얻게 되는 것이다. 성도의 권위, 교회의 권위도 마찬가지다.

시론자는 은퇴하여 목회 현장에서 떠난 후, 지난 수십 년의 목회가 부끄럽기만 하다. 오염되어 있는 교회와 교인들의 신앙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는데 온 힘을 다했던 잘못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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