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사학 ‘종교학’, 타종교인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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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사학 ‘종교학’, 타종교인도 가르친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1.11.1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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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법 개정안 국회 통과 후 내년 3월 시행
유은혜 장관 “사학 공동관리 시험 반영 않겠다”
기독사학들 “건학이념 위협, 헌법소원 제기할 것”
사립학교 교원을 채용할 때 필기시험을 의무 위탁해야 한다는 개정 사학법에 대해 기독사학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사립학교 교원을 채용할 때 필기시험을 의무 위탁해야 한다는 개정 사학법에 대해 기독사학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사립학교 교원을 신규 채용할 때 필기시험을 의무적으로 교육청에 위탁하도록 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지난 8월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전국의 주요 사립법인들은 교원 임용의 자율권을 제한하는 법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조만간 시행령 입법예고를 거쳐 교육청이 필기시험을 위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사학법인들은 교육청 위탁을 대신해 사학이 공동 출제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교육부는 대안마저 거부하고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지난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다수 학교법인이 공동전형을 실시하는 경우 사립학교 교원 위탁채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사립학교법 시행령에 반영하지 않겠다”면서 “예외 사유를 두는 것은 법률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과 교육부는 사립학교 필기시험을 위탁 운영하는 것이 교원 채용 공공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취지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공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사립학교들이 공동으로 채용시험을 관리한 사례는 이미 존재하고 있다. 경북지역 사립초중고협회는 2017년부터 92개 사학법인이 신교 교사 채용 필기시험을 공동을 진행하고 있다. 

개정 법안에서는 “시도교육감이 승인하는 경우 필기시험을 위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문도 있지만, 교육감 재량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교육감 성향에 따라 반영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는 “사학법인이 당해 교원인사위원회 심의와 학교장 제청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교원을 임용하는 제도는 헌법이 보장하는 사립학교 경영의 자율성에 근거해 학교 설립 취지와 건학이념을 구현하는 것”이라며 “강제 위탁은 사학 자율성을 과도하게 제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교대 허종렬 교수는 “위탁은 위탁자가 필요를 느껴서 수탁자에게 부탁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학교법인 스스로 공개전형을 실시하거나 현행 사학법과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대로 학교법인이 자율적으로 위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특별히 기독교 사학들은 이번 사학법과 시행령 개정이 신앙 정체성의 건학이념을 구현하는 데 결정적 장애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기독사학의 경우 ‘종교학’ 수업을 기독교인이 아닌 교사가 가르칠 수 있다는 위기감도 크다. 

기독교학교정상화추진위원회 사무국장 함승수 교수(숭실대)는 “개정법이 시행된다면 스님이 기독교 학교에 채용돼 종교학 수업을 가르친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교육부 시행령에 대해 기대하지 않았고, 사학법 자체가 건학이념 구현에 치명적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곧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헌법소원은 기독사학법인들이 소송 주체로 참여하고 한국교회 연합기관을 비롯해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등이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함승수 교수는 “1차 필기시험에서 배수를 뽑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지만, 그 안에 기독교인이 없기 때문에 채용하지 않는다면 종교차별을 이유로 소송을 당할 수 있다. 이단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뽑아야 하는 부작용을 기독사학들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번 사학법 개정안 시행령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해 조만간 홈페이지를 통해 입법예고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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