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독교운동은 도시 중심으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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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기독교운동은 도시 중심으로 일어났다”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1.11.16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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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일상생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 여행(4)

로마제국의 도로와 자유로운 여행은 기독교 복음의 확산에도 영향을 끼쳤다. 위대한 교회사가인 아돌프 하르나크는 그의  『첫 3세기 기독교의 선교와 확산』 제1권 2장에서 ‘기독교의 세계적인 확산에 영향을 끼친 외적 조건들’을 언급하면서 유대교의 확산 외에도 다른 9가지 중요한 이유를 들고 있다. 즉 동방과 서방의 헬라화, 로마제국과 정치적인 통합에 이어 3번째로 제국 전역을 잇는 교통망이 있었음을 말하고 있다. 즉 도로의 증설과 안전이 여행을 가능하게 하여 여러 민족을 하나로 묶어주었고, 이념이나 사상의 교류를 가능하게 했고, 사적인 만남을 가능하게 하여 제국의 도시 어디서나 상인들이나 군인들과의 접촉이 가능하게 되는 등 기독교 확산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바울은 이 교통망을 따라 자유롭게 이동하여 대 도시를 중심으로 복음화를 이룰 수 있었고 그 영향으로 기독교 복음은 중소 도시로 확산해 간 것이다. 신약성경에 기록된 교회들은 로마제국의 주요 통상로에 세워진 교회들이었다. 그래서 롤란드 알란(Roland Allen)은 이런 도시들이 하르나크의 견해를 따라 로마제국의 중요한 교통로에 위치하고 있었다고 말하면서, 바울이 교회를 설립한 도시는 “로마 행정의 중심지였고, 헬레니즘 문명의 중심지였고, 유대적 영향의 중심지였으며 상업의 중심지였다”고 지적했다. 말하자면 자유로운 여행이 기독교 확산에 영향을 준 것이다. 1세기 말에서야 기독교는 시골마을까지 전파되었다. 이렇게 볼 때 최초의 기독교운동은 도시 중심이었다. 그래서 웨인 믹스는 초기 기독교는 도시 중심 운동이었고, 이들을 도시 그리스도인(urban christians)이라고 불렀다.

기독교인이나 유대교도가 아닌 이교도를 뜻하는 페이건(pagan)이란 단어는 라틴어 파가누스(paganus)에서 유래했는데 이 말은 시골의(rustic) 혹은 농촌 사람(villager)이란 의미였다. 기독교가 도시 중심이었기에 시골이나 농촌 사람은 기독교를 접하지 못했고, 이교도로 불리게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바울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여행하면서 복음을 전했고 그 결과로 중소 도시로 복음이 전파되었는데, 아브라함 말허비에 의하면 고린도교회 교인이나 그들과 관련된 집단에서 17명의 이름이 나오는데, 이중 9명은 여행 중 도상(途上)에서 만난 이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비교적 사회적 지위가 높았고 따라서 교회 내에서도 영향력이 높았다고 한다. 그들이 그리스보나 가이오 혹은 스데바나, 에라스도 같은 이들이었다(고전 1:14, 16). 그리스보는 회당장이었고(행 18:8, 고전 1:124), 가이오는 가이오나 다른 성도들을 환대했던(롬 16:23) 인물이자 큰 저택을 소요했던 부자였고, 스데바나 또한 재력가였던 것으로 보인다(고전 1:16, 16:14). 에라스도는 고린도시의 재무관(롬 16:23)이었다. 재무관(ὁ οἰκόνομος τῆς πολεῶς)이란 어떤 신분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타이센은 로마시민으로 상당한 재력가였다고 추정한다. 이들은 여행과 이동성으로 말미암아 바울을 알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울이나 그 동역자들은 일정한 주거지에 장기간 체류하지 않고 이동했기에 도상에서 이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바울뿐만 아니라 아굴라와 브리스길라는 본도와 로마, 고린도, 에베소, 그리고 로마 등지를 이동하며 거주했다. 이런 이동성이 복음의 확산을 가져 온 것이다.

정리하면, 그리스 언어와 문화의 급속한 전파, 로마의 도로 건설과 정치행정체제, 로마 군대가 가져온 사회적 안정이 여행 곧 이동성을 가능하게 했고, 이런 여행이 기독교 확산에 기여한 것이다. 이런 빈번한 여행이 손대접 혹은 환대를 요구하게 되었고, 그래서 초기 기독교는 손대접 하기를 힘쓰라고 가르친 것이다(롬 12:9~13, 히 13:1,벧전 4:8~10).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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