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보수 연합기관 대통합 '사실상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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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보수 연합기관 대통합 '사실상 무산'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11.1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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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임원회, 한교총 내 WCC 문제 거론하며 '딴지'
한기총 제32-2차 임원회가 11일 영화교회에서 진행됐다.
한기총 제32-2차 임원회가 11일 영화교회에서 진행됐다.

한국교회 보수 연합기관 대통합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통합논의를 시작한 한교총이 한기총에 이단문제 해결을 촉구하자, 한기총에서는 WCC 문제 해결로 맞불을 놓았다. 

11일 영화교회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임시대표회장:김현성 변호사) 제32-2차 임원회에서는 한교총 내 WCC 유관 교단들의 WCC 탈퇴 및 교류 단절을 조건부로 하는 통합 안건이 통과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국교회총연합, 한국교회연합 등 3개 연합기관의 통합 안건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한기총 통합추진위원장인 임시대표회장 김현성 변호사는 그간의 통합추진 상황을 보고했다. 김 변호사는 통추위 논의 과정에서 한기총에 요청된 이단문제에 대한 합의문을 공개했다.

한교총은 “한기총 내 이단성 시비가 있는 7개 교단에 대한 행정보류 및 이대위 재조사” 카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단성 의혹 7개 교단에 대한 이단 연구와 조사를 진행하는 6개월 간 이단의혹교단(단체)이 행정보류를 결의하는 것을 전제로 통합추진을 계속 진행하기로 한 것. 한기총 임원들은 한교총이 지정한 7개 교단 중 3개 교단(단체)에 대해서만 이단성 조사 및 행정보류에 응하는 것으로 원안을 수정해 통과시켰다. 

대신 한기총 임원회는 한교총의 WCC 문제 해결을 통합 조건을 내걸었다. 한기총 증경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는 현장 발의를 통해 “한교총 내 WCC 유관 교단들이 WCC를 탈퇴하거나 교류를 끊는 조치가 이뤄진 후에만 통합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안건을 상정했다. 

김현성 변호사는 자신이 발의한 원안과 홍재철 목사의 안이 상충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둘 중 하나만 통과할 수 있다며 임원들의 의견을 물었지만 임원들은 두 안을 모두 통과시키는 것을 선택했다. 사실상 연합기관의 통합을 반대한 것이나 다름없는 결론이었다. 

한 한기총 임원은 “한기총의 위상이 있는데, 한교총이 주도하는 대로 끌려갈 수는 없다는 정서가 강하다”며 “홍재철 목사의 안은 말 그대로 한교총에 제안하는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임원은 “예장 통합과 감리회는 빼고 가자는 이야기인데 이 결의로 통합은 물 건너 간 것과 다름없다”면서 “꼭 기관 통합이 애초에 왜 필요하느냐는 원론적인 의문을 가진 임원들이 많다”고 내부 정서를 언급했다. 

한기총은 WCC 회원 교단인 예장 통합 한경직 목사의 주도로 태동한 단체다. 하지만 2013년 WCC 부산총회 이후 반 WCC 정서가 강해지면서 최근에는 정관에 WCC 반대를 명시하며 보수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들이 WCC 문제를 지적한 한교총에는 예장 통합과 감리교가 WCC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두 교단의 결단이 없이는 통합이 어렵다고 조건을 단 것이다. 한교총 차기 대표회장 순번에는 예장 통합이 속해 있어 유영모 총회장이 한기총의 조건을 받아들이기도 요원한 상황이다. 

한교총이 제안한 이단 관련 합의서 역시 이대위 구성부터 이단성 재조사 후 결론에 대한 양측의 수용 여부도 불확실해 보인다. 연합기관 통합을 위해 구성한 이대위의 결론을 이단 규정 교단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이단 해제가 안 됐을 경우, 행정보류까지 하며 이단성 조사에 응했던 교단과 단체들이 추후 법적 소송을 벌일 가능성도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장 합동 소강석 목사가 “한국교회가 반드시 하나 되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시작된 통합 추진은 ‘각자도생’으로 끝날 위기에 처했다.

한편 지난 9일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열린 국민혁명당(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불법명도 장위 10구역 규탄 기자회견’에서 국민혁명당 관계자는 “전광훈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며 “전 목사가 선출된 지난 선거가 법원 판결에 따라 원천 무효가 됐기에 출마 자격이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한기총에 임시대표회장이 파송된 상황이 전광훈 전 대표회장의 직무정지 및 선거 무효에서 비롯된만큼 전 목사의 출마가 과연 예전 같은 파급력을 가지게 될 지는 미지수다. 

교계 일각에서는 현 한교총 공동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의 한기총 대표회장 출마설도 나오고 있어 한기총 임시총회에서 전광훈 목사와 소강석 목사의 경선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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