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청년 문화 : 민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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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청년 문화 : 민초
  • 차성진 목사(글쓰기 강사)
  • 승인 2021.10.12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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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SNS 세대와 소통하는 글쓰기

“너희 중에 민초 좋아하는 사람 있니? 난 그게 왜 좋은지 모르겠더라 (혹은 왜 싫은지 모르겠더라)”
그러면 이에 동조하는 자들과 반대하는 자들의 의견이 비둘기 떼 날개 치듯이 풀풀 날아 오르면서 한바탕 재미 있는 이야기 마당이 벌어질 겁니다.

여기서 말하는 ‘민초’는 “전하! 어리석은 민초들의 말에 흔들리지 마옵소서!!”와 같이 사극 대사에 등장하는 단어가 아니라, ‘민트초코’를 줄인 단어입니다. 네. 유명한 식재료인 민트(박하)와 초코를 합친 단어이지요. 식재료에 불과한 이 단어가 이토록 청년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명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베스킨라빈스에는 ‘민트 초콜릿 칩’이라는 아이스크림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스크림에 대한 평이 사람마다 극적으로 다릅니다. 이 민트 초콜릿 칩 아이스크림을 먹고선 누군가는 달콤함과 시원한 맛을 한 번에 느낄 수 있어 좋다고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치약을 먹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싫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호불호를 사람들끼리 이야기하다보니 이게 꽤 재밌는 주제가 되더라는 겁니다. 같은 취향의 사람을 만나면 유대감이 형성이 되고, 다른 취향의 사람을 만나면 서로를 가볍게 놀릴 수 있는 농담 주제가 됩니다.

그래서 2019년 즈음부터 아예 유행어로 자리잡아, 민초를 좋아하는 사람을 ‘민초단’,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반민초단’이라 명명해서 같은 그룹에 대해서는 ‘맛잘알(맛을 잘 아는 사람)’이라는 칭찬을, 반대 그룹에 대해서는 맛알못(맛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가벼운 비난을 던지며 노는 문화가 형성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민초’에 대한 취향을 묻는 것은 단순히 입맛에 대한 물음을 넘어,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대화의 창을 열어주는 굉장히 좋은 도구가 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론 ‘반민초단’입니다. 그래서 짓궂게 대화의 판을 열고 싶을 땐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민초를 좋아하는 애들은 치약도 좋아해서 양치할 때 안 뱉고 그냥 삼킨다면서?”
도발할수록 지지와 반대 의견 또한 강하게 나오니, 재미있는 분위기가 형성 됩니다. 누구도 상처받지 않을 논쟁이기에 짓궂음도 이 순간은 친밀함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차성진 목사(글쓰기강사)
차성진 목사(글쓰기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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