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인구소멸’ 위기, 존폐에 내몰리는 교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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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인구소멸’ 위기, 존폐에 내몰리는 교회는?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1.10.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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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회 모판, 시골 교회가 사라진다

정부 ‘인구소멸지수’ 도입, 매년 1조원 투입
“목회자 자구책도, 교단의 정책 마련도 필요”

전남 도서지역에서 목회하다 7년 전 은퇴한 A 목사는 한 때 시무하던 어촌 교회가 문을 닫게 된다는 소식에 마음이 헛헛하다. 후임 목회자가 부임했지만 고령의 교인 대부분이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한국교회 부흥과 성장의 모판 역할을 했던 농어촌 교회와 목회자들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70대 이상 고령 인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회들은 머지않아 사라질 수도 있다. 아직까지 복음을 전해야 할 마을 사람들이 있지만, 교회가 존폐에 내몰릴 수 있다던 전망은 이제 확신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 시골 교회와 목회자들은 힘이 빠져 있다. 

농어촌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소멸지역에 대한 정부 대책이 수립되고 있는 가운데, 존폐 위기에 내몰리는 농어촌 교회를 위한 대책도 요청되고 있다.
농어촌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소멸지역에 대한 정부 대책이 수립되고 있는 가운데, 존폐 위기에 내몰리는 농어촌 교회를 위한 대책도 요청되고 있다.

농어촌 인구 붕괴 심화, 교회는?
올해 기준 우리나라 농림어업 가구는 약 118만으로 2015년 123만 가구보다 4.2% 감소했다. 전체 인구로 보면 농어업 인구는 5.7%로 확인됐다. 올해 6%가 무너진 것이다. 
더구나 고령화 비중도 아주 커져서 농림어업 가구의 고령 인구 비중은 올해 41.7%나 됐다. 10명 중 4명이나 65세 이상이라는 말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고령인구 비중 16%인 것을 감안하면 무려 2.6배나 더 된다. 지금 농어촌은 심폐소생술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무너져가는 농어촌 지역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정책과 재정 지원을 서둘러 내놓고 있다. 얼마 전 ‘인구소멸지수’ 도입을 발표하고, 급격하게 지역 인구가 감소하는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10월 중순경 행정안전부는 이달 중 인구소멸지수를 기준으로 인구감소지역을 고시하게 된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되면 국고보조 공모사업, 재정특례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대통령 직속 8개 위원회도 인구소멸, 농어촌 인구감소에 대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연대를 시작했다. 연말에는 ‘지방소멸지역 특별법’ 제정 추진도 구상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인구감소, 지방소멸 위기지역 지원 관련 특별법안만 6개가 계류 중이다.
정부와 국회가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농어촌 교회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아직까지 전망은 밝지 않다. 물론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대안도 제시되었지만 대안이 되지 못했다. 한국교회가 더 적극 고민해야 할 시기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교단과 도시교회 방관해선 안 된다”
문제는 뚜렷한 대응전략이 없다는 데 있다. 한때 농어촌 교회를 돕기 위해 도농 직거래 장터가 열리고, 교회 간 자매결연 열풍이 불기도 했다. 그러나 한때 유행처럼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교단마다 농어촌국과 같은 상비부서가 있지만 총대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비인가 부서로 인식되고 있다. 당연히 획기적인 정책이 도입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총신대 박용규 명예교수는 “한국교회 역사에서 산업구조 변천에 따라 농어촌교회 위상을 달리했고 현대 산업화와 더불어 위상과 역할이 축소되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농어촌 교회는 한국교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위치”라며 “교단 차원에서 적극 대책과 지원이 있어야 하며, 근본적인 대책을 위해 도시교회가 나서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지역공동체 운동 차원에서 교회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의 새로운 방안이 꾸준히 모색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교회 차원에서 이를 더 발전적으로 확대시켜 교단들이 정책을 마련하고 큰 교회들이 선교 차원에서 동참한다면 어떨까 희망회로를 돌려본다. 

“딛고 일어설 자생 동력을 만들자”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해 수익을 내고 지역민들에게 수익금을 돌려주며 자비량 목회를 하고 있는 충남 예산 광시송림교회 이상진 목사는 경험상 한국교회 전망을 밝게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교회들이 자기들만의 리그를 바꾸지 않으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처음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서 도시교회가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면 잘 될 줄 알았지만 지역적인 운동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농어촌 교회에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많은 농촌 교회들이 문을 닫게 될 것입니다.”
그는 "농어촌 목회자들이 오히려 위축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시 전의면에서 목회하고 있는 다사랑교회 김교순 목사는 “도시 목사님들도 목회를 위해 택배와 대리운전을 하고 있는데, 우리 농촌 목회자들도 시골 환경에 맞게 소득을 창출하면서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애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제는 목회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목사 역시 교인과 함께 특수 묘목을 길러 판매하면서 목회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그는 “억지로 농촌에 사람들을 데리고 올 수 없다. 은혜로 하나님의 교회가 세워졌는데 무작정 문을 닫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며 “교단 차원에서 제도와 정책을 수립하고 해외 선교처럼 농어촌 교회 문제에 도시교회들이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하게 어필했다. 
농어촌 인구소멸에 대해 정부가 심각하게 바라보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한 것처럼, 한국교회 안에서도 농어촌 교회를 위한 특단의 대응책을 논의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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