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지위 보장' VS ‘자율성 위협’ 사이 고민하는 기독교대안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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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지위 보장' VS ‘자율성 위협’ 사이 고민하는 기독교대안학교
  • 이인창
  • 승인 2021.10.1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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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기관법, 내년 1월 13일부터 시행 예정
학교 등록여부 결정 37%, 대부분 결론 유보 중

기독교 대안학교들은 내년 1월 시행되는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에 대해 ‘법적 안정성’을 기대하면서도 ‘교육 자율성’을 제한받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소장:박상진)가 2006년 이래 5년마다 실시하고 있는 기독교대안학교 실태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조사결과 국내 기독교대안학교는 총 313개로 5년 전보다 48개 증가했다. 2006년 첫 조사에서는 43개였다가 2011년 121개, 2016년 265개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기독교대안학교들은 지난 5년 동안에는 증가폭이 크게 둔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100개 학교가 새로 생기고 50개 학교가 폐교한 것으로 조사돼 적지 않은 대안학교들이 여전히 학교 운영에 애로가 있는 것도 감지할 수 있었다. 

특히 기독교대안학교의 92%는 미인가 학교에 해당해 법적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그동안 ‘학교’ 명칭도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다행히 지난해 12월 박찬대 의원이 대표발의해 대안교육기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학교 등록제가 도입될 수 있게 됐고, 법적 지위를 확보하는 학교는 앞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독대안학교의 98.6%는 ‘대안교육기관법’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해 높은 관심도를 반영했다. 그러나 법안 만족도에 대해서는 ‘매우 만족’ 11.4%, ‘만족’ 42.9%로 만족 의견이 과반을 살짝 넘겼다. ‘매우 불만족’ 1.4%, ‘불만족’ 7.1%, ‘보통’ 37.1%를 나타냈다. 

법에 따른 학교 등록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에서는 학교들의 고민이 엿보인다. 등록을 하겠다는 학교가 31.3%, 등록하지 않겠다는 학교가 6%로 결론을 냈다는 학교는 37% 수준이었다. 

반면 ‘긍정적 검토 중’ 37.3%, ‘시행령 확정 후 결정’ 19.4%로 응답해 절반 이상의 학교가 결론을 유보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모르겠다’는 의견도 6%로 적지 않다. 

학교들이 결론을 확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안교육 자율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염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장 박상진 교수(장신대 기독교교육학)는 “현재 교육부 시행령에는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많고, 시도 교육청에 따라 다른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많은 것이 문제다. 시행령이 법률처럼 모호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교육부에 제시했다”면서 “법적 지위를 갖게 하면서도 학교만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많은 대안학교들이 등록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박 교수는 “등록하지 않는 경우 발생하는 법적, 행정적 불이익이 무엇인지 내용이 나온다면 기독교대안학교들도 조만간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대안교육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법이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기독교대안학교 세부 현황도 알 수는 내용들도 알 수 있었다. 기독교대안학교 설립 주체는 ‘교회 설립’이 56.9%로 가장 많았고, 특히 2016년 이후 학교 중 69.5%는 교회 영향으로 설립됐다. 향후 교회 설립 대안학교가 증가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교회가 학교를 설립했지만 운영주체는 다양한 법인 형태로 전환된 경우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내년 대안교육기관법 시행이 되면서 등록제 등 영향으로 운영주체가 교회가 아닌 법인 형태인 학교들을 더 많아질 전망이다. 

또 기독교대안학교 중 학교 내 이사회가 있다는 비율은 70.8%, 학부모가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있는 비율은 58.4% 수준이었다. 

강지혜 연구원은 “대안교육기관법에 따를 경우 기독교 대안학교들은 교원 위원과 학부모 위원이 포함된 대안교육기관 운영위원회를 반드시 구성해야 하고 학교 결정사항을 운영위에서 심의해야 한다”며 “각 학교들은 이사회와 운영위 관계설정, 운영위원 간 소통문제 등을 잘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과제를 제시했다.  

조사자료를 보내온 70개 기독교대안학교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교생 평균은 102.6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50명 미만 학교는 42.9%로 비중이 컸다. 전교생 평균을 기독교 대안학교 313개교로 단순 환산하면 3만2천명이 재학 중인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초중고 학생의 0.6%에 해당된다. 

정교사 1인당 학생 수는 6.8명으로 공교육에서 학급당 학생 수가 12.2명인 것에 비하면 기독교 대안학교가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기독교대안학교 시설은 자가’ 39.7%, ‘임대’ 32.9%, ‘무상사용’ 27.4% 비율을 보였다. 기독교대안학교 교과서는 구정교과서 사용 비율이 47.7%로 가장 높았고, 교과서 외 교재를 쓴다는 비율은 24%였다.

연구소 이종철 부소장은 학교를 등록하려면 안정적 임대차 계약이 중요하기 때문에 교회 시설을 무상사용하는 경우도 임대차 계약 형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본질적인 대안교육보다 해외유학을 목표하는 대안학교를 막기 위해 법에서는 외국어를 주언어로 교육하는 학교는 등록을 할 수 없다. 하루 수업의 50% 정도를 영어로 진행되는 학교들(9.7%)도 등록을 하려면 교육과정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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