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친구가 되는 세상, 교회 모임은 다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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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친구가 되는 세상, 교회 모임은 다른가요?”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1.10.12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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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시대, 한국교회 무엇을 회복해야 하나 ② ‘코이노니아(친교)’의 회복

비대면 예배, 교회 공동체성 약화 우려
지역과 거리 초월한 ‘코이노니아’ 기대

코로나 시대 온라인으로 사역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교회가 ‘코이노니아’ 공동체로서 본질 회복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 온라인으로 사역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교회가 ‘코이노니아’ 공동체로서 본질 회복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여유롭게 호캉스를 즐기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노래를 따라 부르며, 흥겹게 춤을 춘다. 늘씬한 팔다리와 힙한 패션과 헤어스타일이 돋보이는 ‘로지’는 SNS에서 잘나가는 인플루언서로 언뜻 보기엔 사람 같아 보이지만,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다. 

최근 AI가 만든 가상의 인간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인간과 비슷한 모습으로 이야기하고 사람처럼 상호작용하지만, 실제가 아닌 가상의 인물을 뜻한다. 과학기술이 더 발달하게 되면 머지않아 가상의 인간인 ‘버추얼 휴먼’을 통해 현대인들이 정서적 공허함과 외로움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엔미래보고서2045’에서는 인간처럼 사고하고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인공지능이 혼자 사는 인간의 외로움을 책임지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러한 미래 시대에 대한 전망을 한 발 더 앞당긴 듯하다.

어느새 비대면 상황이 익숙해졌고, 교회에서도 온라인예배를 비롯한 각종 소모임을 ‘줌(zoom)미팅’과 ‘유튜브’ 등의 다양한 온라인 툴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헬라어로 ‘코이노니아’는 ‘공유하다’, ‘남과 함께 나누다’ 등의 뜻으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뿐 아니라 신앙을 나누고 친교를 나누는 공동체의 모습을 가리킨다.

방역당국이 오는 11월 방역 기조를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교회가 다시 친교적 공동체로서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든다. 온라인이 일상이 되고 굳이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모든 것들이 가능해진 현 분위기 속에 교회는 ‘코이노니아’ 공동체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정부의 ‘위드 코로나’ 시행에 앞서 한국교회가 회복해야 할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코이노니아’

정부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최근 교회의 제한적 대면예배를 허용했지만, 여전히 소모임 및 식사 금지의 종교시설에 대한 방역조치를 해제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그로 인해 교회의 본질적 기능인 ‘코이노니아’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비대면예배가 계속되자 교회 청년 A씨는 우울감을 호소했다. 그는 “우리 교회는 코로나 상황이 잠잠해질 때까지 신도들에게 가급적 온라인예배를 드릴 것은 권고하고 있다. 소모임이나 사적 모임도 대부분 진행되지 않고 있어 신앙생활을 하는데 답답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가끔씩 안부를 묻는 사역자와 리더의 전화가 오기도 하지만, 이전과 같이 교회에서 모여 식사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안부와 기도제목을 묻던 때가 그립다”고 밝혔다.

현 정부의 지침에 따라 종교시설 대면예배 가능 인원이 최대 99명까지 허용된 상황에서 현장예배를 드리고 있는 교회들도 있지만, 가급적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릴 것을 권고하는 교회도 많다. 이마저도 예배 이외의 종교시설 내 모임이나 식사, 숙박은 금지돼 날마다 성전에 모여 떡을 떼며 식사를 나누고 교제했던 초대교회의 모습과는 멀어진 신앙생활이 익숙해지고 있다.

지난 7월 한 교계 매체가 소속 교단의 목회자와 성도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교회가 직면할 어려움으로 가장 큰 어려움이 ‘성도 간 교제 및 공동체성 악화(32.3%)’라고 답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독교 공동체의 영적 자산인 환대와 섬김, 코이노니아를 통해 진정한 공동체적 교회론을 회복하는 것이 교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윤성민 박사(강남대)는 “교회는 영상예배를 드리면서도 진정한 의미에서 코이노니아를 잊지 말아야 한다. 역학적 관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감염력 감소와 전염병 확산 방지에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심리적인 부작용도 있다. 심리적 거리감으로 오는 외로움, 불안, 우울증 등을 호소하는 이들을 위한 목회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도쿄의 한 교회에서는 기존 신자와 갈등을 겪은 신자들이 홈페이지 동영상 설교와 방송을 통해 사이버 예배를 드릴 때 주일성수의 대리만족을 느꼈지만, ‘공동체성’, 즉 인격적 만남이 없기에 봉사, 헌신, 교제가 결여돼 다시 교회로 돌아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온라인 예배를 드려도 결국 한 공동체 안에서 모여 진정한 코이노니아를 이루는 것이 교회”라고 강조했다.

“온·오프라인 블렌딩 전략 필요”

많은 예배 사역자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한다고 하더라도 이전의 교회 공동체 모습으로 100%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미 펼쳐진 온라인 사역 속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적극 활용해 미래 목회를 위한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만나교회(담임:김병삼 목사) 목양국장 정모세 목사는 “온라인상의 모임은 분주한 현대인들에게 많은 이점이 있다. 모임 장소로 이동하는 시간을 절약해줄 뿐 아니라 만남을 통해 의례적으로 먹어야 하는 식사나 다과에 대한 부담도 없다”며 온라인 사역의 이점을 강조했다. 물론 무미건조한 온라인 모임을 통해 과연 정을 나눌 수 있겠냐는 반문이 들 수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위드코로나’ 시대가 온다고 해서 온라인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온라인이 오프라인 모임을 보조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소그룹 목양도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적절하게 섞는 블렌딩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2020년 후반기, 만나교회 교구에서는 ‘느슨한 연대’를 모티브로 새로운 온라인 소그룹을 시험적으로 시도했다. ‘살롱 커뮤니티’라는 이름의 그룹은 기존의 소그룹이 연령 또는 거주 지역을 고려했던 것과 달리 관심사로만 모이는 공동체다. 정 목사는 “모임을 시작한지 한 달이 된 시점에 매일 만남을 갖는 소그룹이 70%나 됐고, 구성원의 3분의 2 이상이 참여하는 그룹이 87%나 됐다. 이러한 결과는 새로운 소그룹 모임의 가능성과 모델을 제시해준다”고 전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건물 중심의 교회와 물리적 거리를 중심으로 소그룹 모임을 맺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소속감과 새로운 코이노니아의 본질적 채움을 위한 혁신적 변화가 요구된다.

박호종 목사(더크로스처치)는 “이전에는 지역과 거리가 소모임을 엮는 주된 요소였다면, 이제는 지역과 거리를 초월한 코이노니아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 “오프라인과 온라인교회를 동시에 연대하는 교회 구조를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그는 “사도행전의 교회 구조, 모이는 교회와 흩어지는 교회(행2:42~47)의 이중구조가 실재적으로 회복돼야 한다”면서 “소속감, 교제권, 구심점을 잃지 않고 존속하기 위한 연동적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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