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사역,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지역교회가 함께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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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사역,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지역교회가 함께 해야”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1.10.06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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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사역 30여 년, 글로벌비전센터 문성주 목사
선교는 같이 사는 것…사역 위한 지역교회 지원 절실

한 교회 안에 전 세계가 있다. 다민족 국가인 미국이나 호주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현실이 됐다. 한국에 들어온 이주민의 수는 250만으로 추정된다. 10년 안에 500만을 추월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줄어드는 출산율을 고려하면 국내 총 인구 대비 이주민의 비율은 급격히 상승하는 셈이다.

서울대 근처에서 글로벌비전센터를 운영하며 유학생 사역에 매진하고 있는 문성주 목사는 이제 이주민 목회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 강조한다. 이주민 목회를 특정 사역자의 전문 영역으로 게토화시킬 것이 아니라 지역교회가 나서서 이주민 사역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주민 사역이 한국교회의 주목을 받기 전부터 30년 넘게 이주민 사역에 투신해온 문성주 목사를 지난 15일 만났다.

문성주 목사가 이주민 사역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성주 목사가 이주민 사역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주민 사역의 시작

문성주 목사는 선구자였다. 30여 년 전 외국어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그의 눈은 이주민들을 향하고 있었다. 오전에는 한국교회, 오후에는 부산중화기독교회를 출석하며 중국어를 배우고 그들의 문화를 익혔다. 대구에서도 중화기독교회를 다니며 전도사로 사역했다. 그렇게 몇 년을 배우니 중국어로 설교도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중국 사역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했을 즈음 대구대동교회와 연결됐다. 당회는 과감히 이주민 사역을 하기로 결정하고 문 목사에게 중국 근로자 사역을 맡겼다. 날개를 얻은 문 목사는 대구 성서공단을 발로 뛰며 중국 근로자들을 찾아 전도했다. 조그맣게 시작한 공동체는 6개월 만에 두 배로 늘었다.

당시에도 이주민들은 노동자가 전부는 아니었다. 대구에 위치한 경북대에만 유학생이 750명에 육박했지만 지역교회는 큰 관심이 없었다. 문 목사는 당시 막 개척을 준비하던 경북대학교회를 찾아가 유학생 사역의 중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다행히 경북대학교회 목사님도 유학생 사역에 공감해주셨습니다. 화요일마다 캠퍼스를 돌며 전도했고 10여 개국 출신의 학생들이 한 곳에 모였죠. 1년 만에 영어 예배가 개설됐고 경북대 교수 선교회에서 적극 지원해주셨어요. 다국적 예배의 시작이었습니다.”

 

선교사로 파송되는 이주민들

바다를 건너야 선교사라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우리 곁에 바다를 건너온 이들이 있었다. 바다를 건널 수 없는 코로나19 시대가 되자 그들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주민에게 복음을 전도하고 양육하면 그들은 훌륭한 사역자이자 선교사가 되어 본국에 돌아갑니다. 외국인이 아닌 현지인이 한국에서 제대로 훈련받고 그들의 가족, 이웃, 친구에게 복음을 전하며 교회를 세우죠. 정말 당연하고도 중요한 사실을 한국교회가 이제야 조금씩 깨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성주 목사가 사역 주무대로 삼고 있는 서울대에는 전 세계 123개국에서 유학생들이 들어와 있다. 웬만한 선교단체나 교단이 선교사를 파송한 국가보다 많은 수다. 특히 유학생들은 학부생보다 석·박사 과정의 비율이 높다. 현지에서 교수가 되는 등 자연스레 그 국가를 이끄는 지도자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학생들이 귀국하면 자연스레 교회를 개척합니다. 각 분야 리더가 되어 교육 선교를 펼치기도, 의료 선교를 펼쳐요. 정치, 법률, 종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크리스천 지도자가 세워지는 거죠. 언젠가는 한국에서 만나 예수님을 영접한 학생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대통령이 되는 것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20121월 신촌우리교회에서 수요 유학생 선교연합기도회를 드리며 시작된 글로벌비전센터는 20193월부터 낙성대로 이전해 서울대를 중심으로 활발한 사역을 전개하고 있다. 꾸준한 현장전도를 중심으로 학생들을 만나고 복음을 전하며 양육한다. 한국에 남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진로·진학 멘토링을 통해 다음 단계를 돕는 것도 글로벌비전센터의 몫이다.

유학생들은 병원비 8만 원, 논문비용 15만 원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재정지원도 하고 코로나19 시국 속에선 생필품을 준비해서 택배로 전달하면서 복음을 전하죠. 이사야 6618절은 내가 그들의 행위와 사상을 아노라 때가 이르면 뭇 나라와 언어가 다른 민족들을 모으리니 그들이 와서 나의 영광을 볼 것이며라고 말하고 있어요. 한국 안에 세계가 있는 지금이 바로 그 때라고 봅니다.”

교회와 사역의 시너지 효과

교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의 수가 많아질수록 이주민 선교가 아닌 이주민 목회가 돼야 한다고 문성주 목사는 강조한다. 특정 단체, 특정 사역자만이 특화된 사역으로 이주민들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교회에서 이주민들을 만나고 양육하며 교회 공동체로 스며드는 것이 당연한 일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이주민 사역을 위한 벽을 넘으려면 훈련밖에 없습니다. 교회 차원에서 목회자와 성도들이 함께 이주민 선교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주민들을 수용할 수 있는 준비가 되죠. 준비가 미비하면 아무리 교회 규모가 커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교회 차원에서 이주민 사역을 감당하기엔 아직 준비가 필요하다면 이주민 사역자를 적극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아직도 이주민 사역자들은 교회에서 제대로 파송조차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우선은 교회에서 이주민 사역자를 정식 선교사로 파송하고 지원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주거비 문제만 해결이 되도 사역자들이 훨씬 다양하고 많은 일을 감당할 수 있어요. 한국교회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시면 이주민 사역과 공동체가 굉장히 탄탄해질 겁니다.”

문 목사가 이주민 사역에 투신해 온 시간만 벌써 30년이 넘었다. 그동안 사역에서 쌓인 노하우만도 상당하다. 그는 거기에 더해 전국 외국인 분포도와 이주민 사역자 명단도 리스트로 정리해뒀다.

이주민 사역을 위해 어떤 것을 준비하고 어떤 문화적 고려가 필요한지 정보는 이미 축적돼 있습니다. 이제 시작하기만 하면 됩니다. 움직여야 역사가 일어납니다. 이 땅에서 일어나는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더 많은 교회가 동역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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