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사랑하겠다’는 맹세는 어디로…“이혼은 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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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사랑하겠다’는 맹세는 어디로…“이혼은 죄인가요?”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1.09.3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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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하는 십계명, 다시 쓰는 신앙행전(30)이혼하는 크리스천들

늘어가는 이혼율, 지난해 10만 6500쌍 이혼

교회는 ‘돌싱’들의 사명 회복 위해 앞장서야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서로만을 사랑하겠다는 서약이 끝나버렸다. 한때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어버렸다. 육체의 결합을 넘어 영적으로 한 몸을 이룬 부부관계가 깨지고 어긋나 버렸을 때, 크리스천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며, 성경은 이혼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이혼은 이제 할리우드 배우들에게만 만연한 일이 아니다. 최근 ‘돌싱’(돌아온 싱글)들의 연애와 육아 일상이 TV 속 예능이나 주제로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을 정도로 이혼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일이 됐다. 최근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한 해 동안 21만 4000쌍이 결혼하고, 10만 6500쌍이 이혼했다고 한다. 10명이 결혼했다고 가정할 때, 절반에 가까운 수가 이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혼은 이제 먼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내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으며,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혼은 이제 할리우드 배우들에게만 만연한 일이 아니다. 최근 ‘돌싱’들의 연애와 육아 일상이 TV에 자주 등장하고 있을 정도로 이혼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일이 됐다.
이혼은 이제 할리우드 배우들에게만 만연한 일이 아니다. 최근 ‘돌싱’들의 연애와 육아 일상이 TV에 자주 등장하고 있을 정도로 이혼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일이 됐다.

‘이혼’은 죄일까?

문제는 크리스천 부부라고 할지라도 일반적인 사회적 통계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크리스천들의 이혼율을 조사한 별도의 통계는 없지만, 가정사역전문가들은 크리스천 이혼율이 비기독교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 사회에서 이혼이 수치라는 생각이 거의 사라질 정도로 흔한 일이 되어버렸지만, 여기에 맞는 기독교적 관점을 갖기란 쉽지 않다. 행복한 결혼과 혼인, 자녀교육에 관한 크리스천 서적은 많이 있지만 막상 위기를 겪고 있는 부부나 ‘돌싱’들에게 해줄만한 마땅한 성경적 조언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무조건 참으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성경은 이혼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죄 많은 인간이 불가피하게 이혼을 해야 할 경우 구약에서 모세는 이혼증서를 써주고 이혼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아무런 이유 없이 이혼할 수 없고, 아내에게서 수치스러운 일을 발견했을 때에만 이혼할 수 있었다(신명기24:1-4).

여기서 수치스러운 일이란 결혼 후 배우자의 간통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당대 이는 죽음의 형벌이었으므로 대부분은 아내의 병이나 불구 등에 대한 것으로 이혼을 요구했다. 또 남편은 아내와 이혼할 때 ‘이혼증서’를 써주도록 했다. 그래야 그 아내는 다른 남자와 결혼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며 여자의 인권을 보호했고, 이혼증서를 써줌으로써 경솔하고 충동적인 이혼을 막고자 한 것이다.

‘간음하지 말라’는 7계명은 결혼 관계를 깨뜨리지 말라는 의미도 있다. 마태복음 19장에서 예수님이 이혼문제에 대해 바리새인에게 질문을 받을 때, 모세가 ‘이혼증서’를 주게 한 것을 예로 들며 “본래는 그렇지 않다(마19:8-9)”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이 이혼의 정당성을 인정하신 것은 단, 하나 배우자가 간음했을 경우였다. 그 외에는 절대 이혼할 수 없다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인 것. 엄밀히 말해 이혼은 하나님이 만드신 제도가 아니며, 인간의 완악함이 만든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황성철 박사(전 총신대 신대원 교수)는 “이혼은 인간이 만들어낸 죄의 결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이혼이 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성경에서는 배우자의 부적절한 행위(음행)이 있는 경우에는 이혼이 허락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절대적인 필수사항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배우자의 성적인 죄가 이혼의 충분조건은 되지만,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이혼한 사람은 용서받을 수 있을까. 신학자들은 이혼 자체가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황 박사는 “이혼도 죄이므로 회개한다면 분명히 용서받을 수 있다. 그리스도의 피가 못 씻을 죄는 없다. 간음현장에서 잡혀온 여인도 용서를 받았다(요8:1-11). 성경은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우리 죄를 사하시고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하신다고 말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이 우선

이러한 관점에서 재혼 역시 이혼한 모든 사람에게 가능하지만(고전7:27~28), 성경은 남편(또는 아내)과 화합하는 것이 좋다고 가르친다. 황 박사는 “이혼하려는 남편과 아내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은 ‘원하는 사람을 만나서 새로운 인생을 알아서 개척하라’가 아니라, ‘그냥 지내든지 아니면 남편(아내)과 화합하라, 남편은 아내를 버리지 말라(고전7:11)는 것”이라면서 “이혼율이 날로 높아지는 시대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해서든 이혼과 재혼의 조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조건 속에서도 주님의 말씀에 철저한 순종을 배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불가피한 이유로 이혼을 택했다면,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관계에 대한 새로운 정리가 필요하다. 과거의 부부는 없지만, 부모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자녀에게 배우자에 대한 감정이 전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혼 후 전 배우자와 소통할 일은 자녀의 양육 문제밖에는 없다. 배우자는 내 자녀의 부모로서 담담하게 부모의 마음으로 대화해야 한다.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 결혼했다 이제 행복해지기 위해 이혼한다’의 저자 정석원은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는 이혼이 자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이혼한 가정의 자녀 중에는 일찍 철이 들어 현명한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모가 심한 갈등을 겪는다면 이혼을 피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혼 후 분쟁을 그치고 평온을 찾는 것이 심한 갈등 속에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보다 자녀에게 덜 피해를 주는 선택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혼 자체가 자녀의 불행한 삶을 예정하는 것은 아니기에 무조건 갈등상황을 참고 견디는 것은 본인에게도 자녀에게도 독이 될 수 있다는 것.

상대가 아닌, 자신의 허물 봐야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너무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개인이 한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서는 인내와 용서가 필요하다. 뉴젠크리스천아카데미 대표 탁영철 교수는 “하나님 앞에 온전한 크리스천이 되어야 아름다운 가정을 이룰 수 있다.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에서 벗어나 하나님을 바라보며 개인 신앙과 정체성이 확고할 때 가정의 위기를 이겨낼 힘이 생긴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하나님 앞에 서는 사람은 상대의 결점이 아닌, 자신의 잘못과 부족함을 인정하게 된다.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의 원인을 상대방에게서만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허물을 보며 기도하고 스스로 돌이킬 수 있는 크리스천으로 서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가정의 불화로 이혼을 고민하고 있거나 이혼 후 싱글의 삶을 택한 이들을 위한 교회의 역할도 강조했다. 탁 목사는 “교회는 싱글의 삶을 택한 이들이 죄책감에서 벗어나 하나님 앞에서 사명을 회복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교회가 싱글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이 있다. 물론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결혼을 했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이해해주고, 차별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일대일 관계를 회복하고 사명에 집중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울 것”을 권했다.

이혼으로 깨어진 가정 늘어난 상황에서 교회가 판단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회복과 치유의 관점으로 대할 필요도 있다. 황성철 박사는 “교회는 이미 가정이 해체됐거나 이혼한 이들을 대해서도 판단하고 정죄할 것이 아니라 치유와 회복의 관점에서 돌봐야 한다. 교회가 교인 모두를 품는 큰 가정이 되어 해체된 가정의 회복을 돕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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