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 선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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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선 교회
  • 김한호 목사
  • 승인 2021.09.2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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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호 목사/춘천동부교회 담임

코로나19로 수많은 어려움을 마주하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공공선, 공적 신앙에 대한 이야기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이 공공선을 위해 어떻게 봉사하며 담당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항상 있었지만 지금처럼 화두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코로나19라는 시대적 위기 속에서 공공선으로서 교회의 역할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사회 속에서 교회의 정체성과도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바벨론에서의 삶으로 인해 이스라엘의 정체성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이때 성전을 재건하고 이스라엘의 신앙을 재건한 에스라의 ‘성전 앞 광장’을 재해석하여 조명하고자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바벨론 포로 기간인 70년 넘게 예루살렘 성전은 무너지고 터만 남았습니다. 성전의 부재는 단순하게 건물이나 공간의 부재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특정 장소와 특정 공간에서만 예배드린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예루살렘 성전의 파괴는 7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하나님을 향한 예배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을 예배하도록 부름 받은 제사장으로서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포로 귀환 후 처음 한 것이 바로 성전을 건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성전을 건축한다고 그들의 신앙과 정체성이 재건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성전 앞 광장’에서 회개와 영적 각성 운동을 통해서 가능했던 것입니다.

‘광장’은 만남과 헤어짐의 교류가 있는 모임의 장소였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에 있었던 아고라 광장은 집회, 재판, 공공시설 등 시민들의 일상생활이 이루어졌던 곳입니다. 광장은 이렇게 일상의 장이기도 했고, 공공 담론의 장이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교회는 세상 속에서 이 광장의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광장은 큰 광장과 작은 광장으로 그 역할을 나눌 수 있습니다. 작은 광장은 교회 개교회 차원으로 교회 안의 사람들을 섬기고 돌보는 내적 역할입니다.

큰 광장은 교회의 연대와 협력의 차원으로 교회 밖의 사람에서 환경까지 하나님의 피조세계 안에서 주님의 사랑으로 섬기고 돌보는 대(對) 사회적 역할입니다. 위기의 시대일수록 교회는 대 사회적 역할에 더 주목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 사역들은 약자와 병자를 찾아가 고치셨습니다. 질병이나 죽음, 죄의 문제로 예수님 앞에 왔던 이들도 엄밀히 따지면 그들이 예수님을 만날 수 있도록 그들의 삶의 환경, 삶의 경계 속으로 예수님이 찾아가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고치시고 가르치시는 작은 광장의 역할과 함께 공동체의 일원으로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모습은 작은 광장을 통해 큰 광장의 역할을 감당하게 하셨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신앙고백 위에 이 세상에 교회를 세우신 목적이 큰 광장의 역할을 감당하게 하셨습니다. 따라서 사회적 요구를 넘어 예수님의 요구에 응답해야 할 의무를 갖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가의 큰 이야기들로 많은 사람이 광장에 모였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광장으로 모이기를 꺼립니다. 그러나 광장의 역할은 필요로 합니다. 지금 교회는 그 광장의 역할을 새롭고 안전하게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 이 시대는 개인적 구원의 담론의 장이었던 작은 광장에 선 교회들이 공적 담론의 장으로 서로 손잡고 가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자신들만의 영역에서 안전을 누리도록 돕는 것, 그것 넘어 이웃의 범위를 넓히고 그들과 함께 울고 함께 웃기 위해 작은 광장과 큰 광장의 역할을 교회가 연대하여 감당할 때 여전히 어려움의 시대 속에서 교회는 정체성을 회복하고, 새로운 영적 각성의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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