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참! 발꼬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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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발꼬락?
  • 이찬용 목사
  • 승인 2021.09.2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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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171
이찬용 목사(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부천 성만교회)

지난 주간 사연이 있는 목사님 두 내외분을 모시고 제주도를 다녀왔습니다. 얼마 전 목사님 내외를 소래포구로 모시고 가서 꽃게를 삶아 드린 적이 있는데요, 그때 이상하게 제주도 이야기가 나와서 칠십 평생 제주도를 가본 지가 30년이 넘었다는 말씀에 날짜를 잡아 다녀오게 된 겁니다.

제주도 구좌읍에 있는 MJ리조트가 숙소였는데요, 침대에서 바로 바다가 보입니다. 아침식사 도중 한 사모님이 “목사님~ 그리스 해변에서 먹는 듯해요” 하셨습니다. 식당에서 바라보이는 바닷가 뷰가 참 좋고, 섬기는 분들도 너무 멋있게 저희 일행을 도와주셨습니다.

둘째 날 식사 후 저희끼리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발가락을 만지작거리는 목사님의 모습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아! 참! 발꼬락? 괜찮아요?” 제가 물었습니다.

10년도 넘었는데요, 민간요법을 좋아하시던 그 목사님은 무좀을 잡는다고 빙초산을 약솜에 잔뜩 묻혀 새끼발가락을 비닐로 칭칭 감고 있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하도 이상해서 저녁에 약국에 모시고 갔거든요. 약사가 그걸 보더니 내일 꼭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말씀을 해 주셨구요.

그 이튿날 비가 무척 오고, 저도 일정이 많았는데 갑자기 약속 하나가 취소되는 바람에 그 목사님에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병원에 다녀오셨어요?”

“무슨 병원? 그냥 무좀은 이렇게 잡는 거여~”

“에고~ 제가 집으로 갈 테니까 내려오세요” 해서 정형외과에 모시고 갔습니다.

의사는 이건 화상이고 너무 심해서 새끼발가락을 잘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목사님을 화상치료 잘한다는 영등포 한강성심병원으로 모시고 가서 치료를 해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이게 있잖아~ 나랑 비슷한 사람은 새끼발가락을 잘랐어요. 알아? 글쎄 새끼발가락이 없으면 다리를 절게 된대요. 나는 너무 그 병원이 감사해서 10여 년 간 매주 주일 오후예배를 인도해 줬었어요~”

“아니~~ 그 병원에 감사만 하면 어떡해요? 나한테 감사해야제~~” 해서 한바탕 웃었습니다.

죄짓는 일 아니고 감당해도 될 일인데 마음이 시키면요 그냥 순종해 보세요.

             "제가 혹시 모른 척 했다면 그 목사님의 새끼발가락을 절단해야 했을지 모릅니다"

그 목사님의 새끼발가락은 화상 입은 모습을 아직도 갖고 있지만, 절단하진 않았구요. 그 비 오는 날 제가 혹시 귀찮다고 모른 척해서 시간이 지체됐으면 그 목사님의 새끼발가락을 절단해야 했을지 모릅니다.

“잠깐만 있어 보세요, 사진 하나 찍을게요~”

“얼굴은 찍지 마”

“얼굴도 찍어야 확실한 건데… 알았어요. 발꼬락만 증거로 찍을게요.”

“냄새 나니까 빨리 찍어야제…”

“내 발가락은 화상이 있어서 냄새 안 나요.”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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