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영접한 자가 누리는 큰 기쁨은 ‘대접과 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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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을 영접한 자가 누리는 큰 기쁨은 ‘대접과 선행’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1.09.2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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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일상생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 손 대접(1)

손 대접(hospitality)은 기독교 전통에서 강조되어 왔다. 구약의 경우는 접어두고 신약성경만 보더라도 손 대접에 대한 가르침이 적지 않다. 바울은 구원받은 성도의 삶에 대해 가르치면서 “성도들의 쓸 것을 공급하며 손  대접하기를 힘쓰라”(롬 12:13)고 했고, 감독과 직분자의 자격을 말할 때도 손대접 실천을 중시했다. “감독은 책망할 것이 없으며 한 아내의 남편이 되며 절제하며 근심하며 아담하며”라고 한 다음, “나그네를 대접하며”라고 말하고 있다. 병행 구절인 디도서 1:8에서도 감독은 “나그네를 대접하며 선행을 좋아하며”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히브리서 13장 2절에서는 “손님 대접하기를 잊지 말라”고 하시면서 이런 손 대접이 알지 못하는 가운데 천사들을 대접한 이들도 있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런 손 대접이나 섬김과 배려는 예수님의 가르침(마 10:41~42, 눅 14:13~4)에 기초하고 있다.

로마서 12장 13절을 한글개역개정판에서는 “성도들의 쓸 것을 ‘공급하며’”라고 번역했지만 궁핍에 처한 성도들과 ‘나누라’(Share with God’s people who are in need. ταῖς χρείαις τῶν ἁγίων κοινωνοῦντες)는 의미이고, “손 대접하기를 ‘힘쓰라’”고 번역했지만 “손 대접을 ‘실천하라’(Practice hospitality. τὴν φιλοξενίαν διώκοντες)는 보다 강한 요구였다. ‘손 대접’(φιλοξενία)이란 말은 ‘이국인’ 혹은 ‘나그네’라는 ‘크세노스(ξενός)’와 ‘사랑하다’라는 의미의 필레오(φιλέω)라는 단어의 합성어인데, 나그네 사랑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요즘처럼 호텔이나 여관 혹은 숙박시설이 없던 시기에 있어서 이국인이나 여행자 혹은 나그네를 맞아들이고 숙식을 제공하고 사랑을 베푸는 일은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었다. 그러했기에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서 지도자의 자격 요건으로 손 대접을 잘해야 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초기 교회 성도들은 이런 사랑을 실천했을까? 초기 기독교 출신 성분이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집을 개방하고 식사를 나누며 함께 예배드림으로서 사회적 윤리적 차이를 초월하는 것이야 말로 기독교 신앙이 진리라는 점을 증거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적으로 초기 교회 성도들은 손 대접을 중요한 가치로 여겨 나그네를 받아드리고 선대했다. 전도자 바울도 이동할 때마다 성도들의 가정집을 이용했고, 각처의 성도들은 기꺼이 바울을 맞아 들였다. 손 대접은 인간의 육체적 사회적 영적 존재 및 관계를 포괄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숙식은 육체적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지만 그들을 맞아들인다는 것은 그들을 동일한 인간으로 인정하는 것을 의미했다. 손 대접은 식탁을 함께 하는 것을 의미했는데, 역사적으로 식탁교제는 다른 이를 평등한 가치와 존엄성을 가진 보호받아야 할 인간으로 인정하는 중요한 방식이었다. 요한계시록에서도(계 3:20) 주님을 영접한 자가 누릴 큰 기쁨을 그리스도와의 식탁교제로 말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 있는 가르침이다.

초기 기독교인들의 일상에서 손 대접은 보호받을 수 없는 이들에 대한 특별한 기여였다. 그러했기에 후일 16세기 칼빈은 제네바로 몰려오는 종교적 난민들을 맞아드리고 생활할 수 있도록 구빈원(救貧院) 활동을 전개한 것을 ‘신성한 형태’의 손 대접이라고 보았고, 그것보다 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거나 하나님이 더 받으실만한 의무는 없다”고 말한 것이다.

초기 기독교인들이 실천했던 손 대접 전통은 그리스도의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렌즈라고 할 수 있고 그것은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동일한 존재라는 가르침의 실천이었다. 초대교회의 일상이었던 이 손 대접 전통은 6세기 베네딕트수도원을 통해 계승되었고, 지난 1500여 년 동안 베네딕트의 생활지침으로 강조되어 왔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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