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재난 현장에 그들이 또 달려가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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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재난 현장에 그들이 또 달려가는 이유는?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9.2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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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난과 구호의 여정 책으로 펴낸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사무국장 이석진 목사

 구호 에세이 ‘그래도 우리는 떠납니다’ 최근 발간
‘길을 여시는 하나님’의 은혜 기록하고 나누는 책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사무국장 이석진 목사가 최근 지난 26년여간 이어온 봉사단의 구호 여정을 담은 책 ‘그래도 우리는 떠납니다’를 펴냈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사무국장 이석진 목사가 최근 지난 26년여간 이어온 봉사단의 구호 여정을 담은 책 ‘그래도 우리는 떠납니다’를 펴냈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단장:조현삼 목사, 사무국장:이석진 목사)은 세계 어느 곳에서든 재난이 발생하면 위험을 마다하고 ‘한국교회’의 이름으로 구호를 떠난다. 도로가 붕괴하고 공항이 폐쇄되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이들은 기어코 새길을 뚫어내고야 만다. 이러기를 올해로 26년째. 찾아간 현장만 50곳이 넘는다. 

봉사단의 모체라 할 수 있는 서울광염교회에서 단장 조현삼 목사와 함께 행복한 동행을 이어오고 있는 사무국장 이석진 목사가 최근 봉사단의 구호 여정을 담은 에세이 ‘그래도 우리는 떠납니다’(생명의말씀사)를 발간했다. 

이석진 목사가 재난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석진 목사가 재난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재난 구호’라는 순례의 길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은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에서 조직됐다. 갑작스러운 재난을 당한 이웃을 돕기 위해 봉사를 나왔던 서울광염교회 조현삼 목사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유해신 사무처장이 현장에서 만든 단체다. 서울교대 강당 앞에서 천막을 치고 두 달이 넘도록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했다. 

그후 1998년 경기 북부 수해 현장에서 서울광염교회가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의 이름으로 이재민들을 섬기면서 활동을 본격화했다. 

저자인 이석진 목사는 지난 1998년부터 재난 구호에 동참하기 시작해 23년째 섬기고 있다. 책에는 이 목사가 봉사단과 함께 어려움을 당한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하나님의 사랑을 전한 이야기들이 담겼다. 저자는 이 여정들을 ‘여행’이라고 표현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어쩌면 ‘순례’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앙’과 ‘어려움’이 합쳐진 ‘재난(災難)’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그들이 찾는 현장은 재앙과 어려움 그 자체였다. 호텔은커녕 텐트에서 자기 일쑤고 안전도 보장받지 못한 상태에서 체력적인 한계와 만나는 일들이 다반사였다. 육로가 끊어지고 바닷길도 막힌 막막한 상황에서 하늘만 쳐다보는 날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오직 그리스도의 위로와 사랑이 전달되기를 바라며 구호품을 짊어지고 길을 나섰다. 

혹자는 “도울 사람이 많은데, 왜 꼭 당신들이 이 길을 가야 하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면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외면당한 이재민들이 많다. 지난 2013년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보았던 필리핀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피해가 가장 극심했던 타클로반 지역에서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은 구호품을 나눈 첫 번째 외국 구호팀이었다. 

“재난을 만난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것을 받아서가 아니라, 자신들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동합니다. 재난이 발생하고 한 두 달 뒤에 엄청난 구호품이 들어왔을 때보다 아무것도 없을 때 그 며칠 어간에 와서 손을 잡아주고 컵라면 하나, 물 한 병을 주는 것이 더 큰 감동을 줍니다. 그래서 긴급구호가 중요합니다.”

 

이석진 목사가 재난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석진 목사가 재난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교회의 이름으로

인터뷰 내내 이석진 목사는 이 모든 일이 어느 한 교회의 일이 아닌 한국교회 전체가 함께 한 일임을 강조했다. 애초에 봉사단이 조직될 때부터 어느 한 교회가 아닌 한국교회의 이름으로 선행을 베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단장 조현삼 목사의 철학이 확고했다. 지금도 모든 구호 현장에는 “한국교회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한국교회가 함께합니다” 등의 메시지가 현수막에 적혀 내걸린다. 

그런가 하면 책에는 도움을 받는 이들에 관한 관심만큼이나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 도우러 떠난 이들의 이야기가 비중 있게 다뤄진다. 없던 길이 열리고, 구할 길 없을 것 같았던 구호 물품이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생겨난다. 폐허 속에서도 잠시 잠깐의 여유를 느끼고, 불편함 속에서도 따스한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한다. 

그래서 이 책은 무용담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하심을 고백하는 책이다. 이 목사는 “길을 여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 한번 상기하며 독자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기 위해 책을 썼다”며 “서울광염교회의 은혜, 서울광염교회의 기쁨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기쁨으로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 목사는 믿지 않는 이들에게 예수 믿는 사람들의 삶이 어떤 것인지 드러나는 도구로서 책이 사용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기독교의 핵심이 이렇게 나누는 것임을 알려주는 책이 되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달려가서 나눌 수밖에 없는 이들이 바로 기독교인임이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교회 내부만이 아니라 교회 바깥을 향해서 손을 벌려서 사랑을 주고, 사랑을 알려주는 공동체임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끝으로 이 목사는 이 땅의 젊은 크리스천들이 책을 통해 동행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우리는 누구나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도무지 방법이 없다’고 하는 막막한 상황일지라도 하나님과 동행하면 분명히 길이 있습니다. 우리 눈에는 길이 안 보여도 하나님이 준비하신 길로 어려움을 뚫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순례의 여정은 비록 힘들지는 몰라도 그 안에 기쁨이 넘칩니다.”

이석진 목사가 재난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석진 목사가 재난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편 이석진 목사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생활하다 서울광염교회 조현삼 목사를 만나 마음에 담고 기도하던 목회자의 길을 구체화했다. 2000년 총신대학교(M.Div)에 입학해 서울광염교회에서 교육 전도사, 강도사를 거쳐 목사 안수를 받고 행복하게 사역하고 있다. 

이 목사가 시무하는 서울광염교회는 매주 모인 재정을 100만원만 남기고 모두 집행하는 교회로 잘 알려져 있다. 모든 재정 입출금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예산의 30%이상을 구제와 선교, 장학금으로 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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