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정기총회, ‘이중직 목회’ 실질적 지원 이끌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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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정기총회, ‘이중직 목회’ 실질적 지원 이끌어낼까?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1.09.1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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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이중직 목회 공감대 커져
한국교회 교인 수 중위 값 50명 미만
이중직 목회자 위한 플랫폼 필요하다

지난 13일 예장 백석총회와 합동총회를 시작으로 9월 주요 장로교단 정기총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총회를 개최해야 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각 교단들은 상황에 맞춰 차분하게 대면 총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도 헌의안은 대폭 줄었다. 코로나19 때문에 회의 소집조차 쉽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것은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목회자들을 위한 총회 대책을 요청하는 헌의안들이 적지 않게 올라왔다는 점이다. 특히 목회를 하면서 다른 직업 활동을 하는 이중직 목회자에 대해 안건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여파가 2년째 지속되면서 미자립 교회 목회자들은 생계를 넘어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목회에 전념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이중직을 가질 수밖에 없는 목회자들의 현실에 교단 목회자들도 깊이 공감하는 분위기다.  

통합총회는 3년 전부터 이중직 목회를 자비량 목회로 부르고 있다. 해마다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정기총회에도 자비량 목회자(이중직 목회자)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헌의안이 올라와 있다. 합동총회 역시 교회자립개발원을 중심으로 이중직 목회자에 대한 논의가 제안됐다. 백석총회는 헌의 요건 때문에 최종 상정되지 못했지만 현장 노회에서 이중직 목회자에 대한 대책이 요청됐다.

이중직 목회자에 대해 상당수 교단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원칙적으로 금지하거나 제한적으로 허용해왔다. 목회자는 목회 현장에 전념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중직 목회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전개되는 것은 그만큼 목회자들의 현실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작은 교회 목회자들의 경우 이중직 목회에 대해 교단이 모르쇠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나서주길 소망하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출석교인 50명 이하 예장 통합총회와 합동총회 소속 목회자 400명 중 89.6%는 이중직 목회에 대해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이중직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목회자 200명 중 47%는 교회에서 사례비를 단 1원도 받지 못하고 있었고, 평균 사례비도 4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열악했다. 특별한 경우 직업을 목회 사역지로 여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목회자들은 경제적 곤란 때문에 이중직을 갖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대면예배를 드리지 못해 신앙 공동체가 흩어진 경우, 마치 벼랑 끝에 내몰리는 심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단이 이중직 목회에 대해 적극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합동 교회자립개발원 이사장 이상복 목사는 “실제 일하는 목회자들을 살펴보면, 주 중 며칠만 일하면 생활은 가능하다. 이제는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부분을 적극적인 선교 마인드로 바라보며 현실적인 고민과 지원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목회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정확한 통계를 구할 수는 없지만 추산해볼 수는 있다. 

통합총회 소속 9,300개 교회 중 교인 수 중위값은 50명 정도이다. 전체 교회 중 절반은 교인 수가 50명을 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국교회가 6만 교회라고 할 때 그 절반 이상은 교인이 50명 미만이라는 추산이 가능하다. 통합이 상대적으로 다른 교단보다 교세 상황이 나은 것을 감안하면 더 많은 목회자들이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교단이 손만 놓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통합은 동반성장위원회, 합동은 교회자립개발원, 백석은 올해 초 목회협력지원센터를 설립해 작은 교회와 목회자 지원을 위해 적극 나선 상황이다. 큰 교회와 작은 교회를 연결해주고, 미자립 교회를 위한 최저생계비 지원을 전개하는 교단도 있다. 대대적인 모금운동을 전개해 코로나19 상황에서 미자립 교회 목회자들이 잠시 숨이라도 쉴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이번 총회에서도 목회자들을 위한 총회 차원의 기구 설립 등 대책을 요청하는 안건들도 있다. 합신은 목회자빈부격차해소위원회, 고신은 가칭 교회자립성장원 준비위원회 설치 청원안이 논의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교단들은 이중직 목회를 위한 신학적 이론을 정립하고 목회자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청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서현교회 이상화 목사(교회갱신협의회 전 사무총장)는 “목회자들이 살아나야 교회도 살아나고 일어설 수 있기 때문에 총회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얼어붙어있는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면서 이중직 목회자들이 부담을 내려놓고 일을 하면서 더욱 목회를 잘 할 수 있도록 교단들이 도와주었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교단은 목회를 하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발굴해 연결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은 어떨까. 물론 이중직 목회자들에 대한 교인들의 이해와 인식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고 교단이 나선다고 해서 능사는 분명 아니다. 

통합총회 사무총장 변창배 목사는 “교단이 가지고 있는 재원은 매우 한정되어 있지만 정기총회에서 중요한 결정을 해 줌으로써 자비량 목회자, 미자립 교회 목회자들을 도울 수 있다”면서 “교단이 제도를 결의한다면 큰 교회가 작은 교회를 마음을 열고 섬길 수 있는 사례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지금은 큰 교회가 곳간을 열어 작은 교회들과 상생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코로나19를 2년 동안 겪으면서 미자립 교회 목회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럴 때 누군가 손을 잡아주어야 한다면 우선은 교단 공동체가 가장 먼저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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