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도래를 알리는 이사야의 예언, 21세기 대한민국에도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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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도래를 알리는 이사야의 예언, 21세기 대한민국에도 적용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1.09.1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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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 “이제 나와 내 포도원 사이에서 사리를 판단하라” (사 5:3)

이사야 5:1~7을 학자들은 흔히 ‘포도원의 노래’라 부르지만, 내용을 잘 보면 ‘농부의 하소연’이 더 좋은 제목일 듯합니다. 농부는 최고로 비옥한 땅을 잘 갈아서 극상품 포도를 심었습니다. 도둑과 들짐승을 막으려 망대도 세웠고 최적의 시점에서 최고급 포도주를 생산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포도가 열리고 익어 맛을 보니, 극상품 포도가 아닌 시고 떫은 들포도 맛이지 뭡니까! 농부가 말합니다: “제 얘기를 듣고 판단 좀 해보시오. 제가 잘못한 게 뭡니까?” 사람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합니다: “아니, 당신이 잘못한 게 뭐겠소. 어이없네. 어찌 그리 좋은 품종을 망쳤나, 땅이 보기와는 다르네.” 농부가 화가 나서 소리칩니다. “이놈의 밭을 다 엎어버려야지 원. 다시는 이 땅에 농사를 짓나 보시오.”

이 이야기가 여느 농부의 한탄이 아니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이사야가 일갈합니다: “무릇 만군의 여호와의 포도원은 이스라엘 족속이요 그가 기뻐하시는 나무는 유다 사람이라 그들에게 정의를 바라셨더니 도리어 포학이요 그들에게 공의를 바라셨더니 도리어 부르짖음이었도다(7절).” 우리말로는 “정의 대신 잔인, 공평 대신 비명” 쯤으로 번역할 수 있는 원문의 히브리어 경구는 표현력이 탁월한 걸작입니다. 미쉬파트(정의)와 미스파흐(잔인), 쩨다카(의로움)와 쩨아카(부르짖음)라는, 발음은 비슷하지만 뜻은 딴판인 단어들을 짝으로 배치해, 농부의 기대와 실망을 강렬하게 대조해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심판은 엄합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무시하고 동족을 착취한 죗값을 치르게 될 것입니다: “이제 내가 내 포도원에 어떻게 행할지를 너희에게 이르리라 내가 그 울타리를 걷어 먹힘을 당하게 하며 그 담을 헐어 짓밟히게 할 것이요 내가 그것을 황폐하게 하리니 다시는 가지를 자름이나 북을 돋우지 못하여 찔레와 가시가 날 것이며 내가 또 구름에게 명하여 그 위에 비를 내리지 못하게 하리라 하셨으니(6절)” 이제 이스라엘의 미래는 그들이 이 말씀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노래는 그저 노래가 아닙니다. 그 노래가 예언자의 노래이면, 예언자를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노래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내 사랑하는 자를 위하여 노래하리라. 그의 포도원에 관해 노래하리라.” 첫 소절에 담긴 그 절절함을 이스라엘이 이해했더라면, 모든 것을 주어 사랑했던 이가 느낀 배신감에 마음 아파하다가, 자기가 바로 그 배신자라는 것을 깨닫고 통회할 줄 알았더라면, 역사는 달라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결과를 압니다. 그들은 죄의 길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화 있을진저!” 심판의 도래를 알리는 경종입니다. 재산을 끝없이 불려 저희들만 살려 하는 자들에게 화 있을진저(8절). 밤낮없이 환락에 빠져 허우적대는 자들에게 화 있을진저(11절). 거짓이 아니고는 살아갈 줄 모르는 자들에게 화 있을진저(18절). 선악의 판단을 비틀고 각본대로 재판하는 불의한 자들에게 화 있을진저(20절). 제 꾀에 감탄하며 잘난 줄 착각하는 자들에게 화 있을진저(21절). 주량을 자랑하고 비싼 술을 탐하는 자들에게 화 있을진저(22절).

이 예언의 말씀이 주전 8세기 이스라엘만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거짓과 탐욕, 불의로 더렵혀진 21세기 대한민국의 병든 사회와 교회의 모습이 이 말씀에 그대로 비쳐 보인다면 과도한 해석일까요?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리라”(사 40:8) 유다는 자신들보다 강한 제국들의 침략을 두려워했지만, 참으로 염려해야 할 것은 하나님을 떠난 자신들의 영혼이었습니다. 영존하는 하나님 말씀은 오늘도 우리 앞에 서 있습니다. 화 있을진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일지는 하나님만 아십니다.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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