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라로마 신들 문란하고 부도덕… 기독교는 “음행 버리라”고 가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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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라로마 신들 문란하고 부도덕… 기독교는 “음행 버리라”고 가르쳐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1.09.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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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일상생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 성(性)과 도덕②

한 사회의 도덕적 기초를 제공하는 것이 종교인데, 1세기 당시 헬라로마의 종교는 그렇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종교는 신의 호의를 구하고 악재를 물리치는(招福 禳災) 기능을 한다고 믿고 있는데 로마의 종교는 성공에 관심이 있었지 죄나 악, 인간의 정행지도(正行之道)에는 무심했다. 신들은 자기를 숭배하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행실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어떤 이는 신전으로 가는 도중에 남의 물건을 훔칠 수도 있었고, 악을 행하거나 다른 여인을 유혹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신은 이런 일들을 문제시하지 않고 용납했다. 그의 행실이 어떠한가와 상관없이 제의를 향하면 신은 호의를 베푼다고 믿었다. 따라서 종교가 그 사회의 윤리적 지침을 제시하지 못했다.

사실은 헬라로마의 신들 자체가 부도덕했다. 제우스, 아폴로, 포세이돈 등 여러 신들은 젊은 여자를 유혹하거나 강간했고 여신들 중에는 남자들과 성관계를 가진 신들이 있었다. 종교 자체에 윤리성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행실이 신들보다 더 나아야 한다고 기대할 수 없었다. 따라서 1세기 당시 매춘이나 간음은 흔한 일상이었다.

마태복음 21장 31절이나 누가복음 15장 30절은 이런 세태를 반영하고 있고, 고린도전서 6장에서는 이런 행위를 정죄하고 있다. 그리스의 도시 중에 고린도는 도덕적으로 문란하고 창녀들이 많았던 도시로 알려져 있다. 고린도를 이름으로 하여 ‘고린도인들처럼 행한다’는 의미의 코린디아조마이(korinthiazomai)라는 말은 간음하다 혹은 매춘하다는 의미가 있었다. ‘포르네이아’라는 단어는 그리스 문화에서는 매춘을 의미하지만 유대교나 기독교 사회에서 이 용어는 넓은 의미의 혼외정사를 의미했다. 이런 사회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교훈이 필요했기에 바울은 고린도서에서 여자, 처녀, 과부, 혹은 성과 가정생활에 대해 세세하게 교훈한 것이다. 이런 사회 환경에서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정결하고 거룩한 삶이란 바로 성적 유혹으로부터 자유한 침실의 신성함을 의미했다. 

바울은 데살로니가교회에도 동일하게 교훈하셨다. “음란을 버리고 각각 거룩함과 존귀함으로 자기 아내 취할 줄 알라”고 하시면서 이것이 성도들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라고 했다(살전 4:3) 베드로도 동일하게 교훈했다. “오직 너희를 부르신 거룩한 자처럼 너희도 모든 행실에 거룩한 자가 되라”(벧전 1:16) 거룩하고 존귀한 삶이란 성(性)의 정당한 사용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기독교회의 가르침은 추상적인 이론이나 단순한 논리가 아니라 기독교 신자들의 일상의 삶을 위한 것이고, 삶에서 유리된 교의나 교리는 무의미하다. 그래서 성경에는 개인과 집단, 결혼과 가정, 사회와 교회 생활 전반에 대한 개인의 행동 규범, 삶의 방식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가르치고 훈계하고 있다. 특히 바울 서신에는 기독교인들의 바른 행실에 대한 가르침과 권면이 가득차 있다. 성경이 가르치는 중요한 가치가 거룩함인데, 여기서 말하는 거룩함이란 일차적으로 음행을 버리는 것이다. 음행(porneia)은 이방 사회에 흔한 일이었기에 바울은 하나님을 모르는 이방인과 같이 행동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음욕을 거룩함과 존귀함으로 다스리라고 말한다(살전 4:4~5). 여기서 바울은 금욕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음행이라는 이방인의 관습을 버리라는 요구였다. 

2세기의 헤르마스(Hermas)는 ‘목자’(Pastor Hermae)에서 간음과 성적 방종은 과음, 악한 사치, 부, 자랑, 교만과 거짓말 등과 더불어 우리 삶 가운데 가장 악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하나님의 종은 이 모든 행위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남의 아내나 남편을 탐하는 악한 정욕은 영혼을 파멸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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