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울리는 소리, 들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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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울리는 소리, 들어보셨나요?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1.09.14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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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주인공입니다(26) 파이프 오르간 연주자

코로나 속에 빛난 오르간의 가치

정동제일교회 음악위원회 위원장이자 오르간 연주를 맡고 있는 박은혜 권사.
정동제일교회 음악위원회 위원장이자 오르간 연주를 맡고 있는 박은혜 권사.

정동제일교회는 1885년 아펜젤러가 설립한 유서 깊은 교회다. 이곳에 가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파이프 오르간을 만날 수 있다. 1916년 미국 감리회 총회에 참석한 김란사 여사(1872~1919)가 재미교포들로부터 의연금을 걷어 1918년에 설치한 파이프 오르간이다. 

정동제일교회 음악위원회 위원장이자 오르간 연주자인 박은혜 권사는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피아노와 달리 파이프 오르간만의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파이프 오르간은 마치 들숨과 날숨처럼 바람을 넣어 연주합니다. 하나님이 사람에게 숨을 불어 생명을 불어넣으신 것처럼 파이프 오르간은 바람이 모든 파이프를 깨우면서 전자음은 흉내낼 수 없는 자연의 소리를 만들어 내죠. ‘딩동딩동’하는 피아노의 소리와 다르게 영혼의 깊은 바닥까지 울려주는 경건한 속성을 가진 악기가 파이프 오르간입니다.”

어린 시절 박 권사는 음악가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건반을 접하게 됐다. 그리고 교회에 자리하고 있는 파이프 오르간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반주자로 성장하는 꿈을 꿨다. 대학에서 오르간을 전공하고 해외 유학까지 다녀왔다.

“처음 오르간 반주자로 서던 날이 생생해요. 오르간 반주를 따라서 2천명이 넘는 교인들이 찬양을 부른다는 것이 저를 긴장시켰어요. 토요일 밤에 하던 토요명화도 긴장감 탓에 못 보고 자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예배자가 설교를 준비하듯 철저하게 준비했죠. 이후로도 꽤 오랜 시간 긴장은 저에게 오랜 친구와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거기에서 해방된 지 오래되지 않았어요. 지금도 반주를 하기 전엔 반드시 하나님께 인도해주실 것을 기도합니다. 물론 연습도 여전히 많이 합니다.”

교회 음악의 추세도 빠르게 변화하면서 파이프 오르간 홀로 예배를 끌고 가는 곳은 많지 않다.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될 정도의 교회라면 대부분 오케스트라를 동시에 운영한다. 파이프 오르간 연주자와 오케스트라 간의 묘한 긴장 관계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정동제일교회에서는 코로나가 오면서 파이프 오르간의 역할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 예배에 참석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면서 어떤 날은 설교자와 오르간 연주자 두 사람이 현장을 지킨 일도 있었다. 여러 악기가 만들어 내는 화려함은 사라졌지만 잠시 잊고 있었던 ‘경건함’이라는 예배음악의 가치가 코로나 상황 속에서 다시금 빛을 발하고 있는 것. 

한편 박 권사는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된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CCM 일변도의 음악을 활용하는 곳들이 많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CCM과 함께하면 오르간의 능력을 10분의 1밖에 활용하지 못한다”며 “오르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찬송가를 많이 활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동제일교회 음악위원회 위원장이자 오르간 연주를 맡고 있는 박은혜 권사.
정동제일교회 음악위원회 위원장이자 오르간 연주를 맡고 있는 박은혜 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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