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그리스도의 성전’, 성적 타락은 말씀에 반하는 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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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그리스도의 성전’, 성적 타락은 말씀에 반하는 음행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1.09.07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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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일상생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 성(性)과 도덕

그리스도인의 삶의 방식에 대한 교회의 근본적 가르침은 정결하고 거룩한 삶이었다. 바울은 “이 세상을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 하도록 하라”(롬 12:1)고 말하면서, 우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제사로 드리라”고 권면했는데, 이것은 그 시대상의 반영이었다.

그 시대가 얼마나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이었기에 이 세상을 본받지 말라고 했을까? 한 시대의 도덕적 상황을 보여주는 한 가지 기준이 성적 타락인데, 기원전 4세기의 그리스 정치가이자 수사학자였던 데모스테네스(Demosthenes, 384~322 BC)의 말은 기원 1세기 상황에 대한 동일한 진술로 알려져 있다. “우리(남자들)에게는 쾌락을 제공할 정부(heterai)가 있고, 일상적으로 보살핌(성적 행위를 뜻함)을 받을 수 있는 여종들이 있고, 적법한 자녀를 낳고 가정을 지킬 아내가 있다.” 적법한 아내 외에도 정부가 있고 성적 욕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여종이 있다는 의미였다.

성적 타락은 한 시대의 도덕상을 반영한다. 성은 인간 본성의 문제이므로 어느 사회이든 성의 문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지만 신약시대 헬라-로마 사회에서 성의 문란은 그리스도인들이 싸워야 할 중대한 표적이었다. 그리스어에서 성을 칭하거나 성과 관련된 용어가 오늘의 영어권의 용어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세분화되어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성의 문제가 편만한 사회적 문제였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그리스어에서 성적 봉사를 하는 매춘을 두 종류 헤타이라(ἑταίρα, hetaira)와 포르나이(πόρναι, pornai)로 구분했는데, 포르나이가 사창가에서나 길거리에서 다양한 고객들에게 성적 봉사를 담당하는 매춘을 의미한다면, 헤타이라는 소수의 특정한 남자들에게 단기로 혹은 장기로 성적 봉사를 하는 여성을 의미했다. 전자를 매춘부라고 한다면 후자를 정부라고 할 수 있는데, 1세기 당시 그리스 사회에서 흔한 일상이었다. 유혹하고 간통하는 일은 제멋대로 사는 부자의 소일거리였다.

이런 사회에서 살고 있던 그리스도인들에게 정결하고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은 소중한 권면이었다. 바울이 고린도교회 성도들을 향하여, “너희 중에서도 심지어 음행하는 이가 있다”면서 이는 이방인들도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책망하고 있다. 그리고는 “너희 몸은 그리스도의 성전인줄 알지 못하느냐”고 하시면서 “음행을 피하라”고 했다. 그리스도인들은 자기 몸으로 창기의 지체를 만들 수 없고, 음행하는 자는 자기 몸에게 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전 6:15~18). 이런 바울의 권면 역시 그 시대 풍조에 대한 저항이었다.

기독교회가 가르치는 도덕 혹은 윤리적 규범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기초한다. 말하자면 신적 기원을 지니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입법자이신 하나님의 법에 충실하기 위해 성경이 가르치는 도덕 혹은 윤리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실천한다. 그러나 헬라 로마사회는 그렇지 않았다. 헬라로마 사회에서도 간음을 금해야 한다는 것이 사회 규범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신적 기원을 지니는 규례가 아니었다. 간음을 단지 소유권의 침해로 이해했다. 나의 가축을 다른 이들이 훔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자기들의 재산인 그들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통정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뿐이다. 따라서 간음은 신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그 여자의 남편에게 들키지 않는다면 그런 행동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개인은 다른 사람의 재산을 침범하지 않는 한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자기 마음 편한대로 행동했다. 그래서 간음은 심각한 범죄로 여기지 않았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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