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질서 회복 위해 교회가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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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질서 회복 위해 교회가 나서야
  • 김정욱 명예교수
  • 승인 2021.09.0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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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 명예교수/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지금까지 인간의 과학기술은 지구의 자원을 착취하는 방법을 연구하는데 온 정성을 다 기울여 왔다. 그래서 크고 편리하고 빠르고 아름답고 비싼 상품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개발되었지만, 환경적으로 타당한 상품들은 찾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 땅의 법칙에 맞게 환경적으로 올바로 사는 방법을 제시하는 데 있어서도 과학은 유치한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이것은 사람들이 그 방법을 모를 만큼 어리석어서 그런 것이 아니고 그런 것을 연구할 뜻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과학기술의 목표가 사람들을 일을 하지 않고 편하게 살도록 만드는 데 있었지만, 앞으로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땅을 올바로 섬기며 사는 방법을 찾는데 궁극적인 목표를 두어야 한다. 인류가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인류의 앞날은 절망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가는 그 흐름이 너무나 도도하고 거세기 때문에 이 세대의 흐름을 거스른다는 것은 달걀로 바위를 치듯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죽은 물고기는 물결 따라 흐르지만 산 물고기는 물을 거슬러 오르듯이 산 믿음을 가진 교회는 세상 풍습을 따를 것이 아니라 망해가는 세상에 소망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세상을 잘못한다고 탓만 할 것이 아니라 교회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본을 보여줘야 한다. 교회가 새로운 가치관을 세우고 그 가치관을 실천하고 새로운 지역사회를 가꾸어 나가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하나님이 아담과 하와에게 제일 먼저 내린 명령이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생물을 다스리라’이다(창 1:28). 많은 기독교인은, 땅에 ‘충만하라’ 했으니 모든 땅을 인간이 다 차지하고, ‘땅을 정복하라’ 했으니 산과 강을 다 파헤치고, ‘생물을 다스리라’ 했으니 생물을 다 잡아먹어도 되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예수님도 이 땅에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고 섬기러 왔다’고 하신 데서 잘 나타나듯이, 인간이 땅을 마음대로 이용해도 된다는 메시지는 성경에 없다. 성경이 증거하는 하나님의 통치는 억압과 폭력의 통치가 아니라, 예수님을 통해 드러난 것처럼, 섬김의 통치,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통치다. 그러므로 인간의 자연에 대한 통치도 하나님의 통치 속성을 반영해야 하며, 폭력과 억압의 지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땅의 많은 그리스도인이 큰 착각을 하고 있다. 교회를 위해서만 열심히 일하면 할 일을 다 한 줄로 생각하는데 그것은 큰 잘못이다. 세상을 위해 무슨 일을 하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사람들을 전도하고 구제하고 사랑하는 것만이 세상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큰 잘못이다. 하나님이 사랑하신 ‘세상’은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이다. 이 땅이 오염되고 그 안에 피조물들이 고통을 받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이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피조물에게도 기쁜 소식을 전해야 참다운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있다. 피조물들에게 진정 기쁜 소식은 인간의 죄악으로 고통받는 그들에게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하도록 실천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파괴되어 가는 이 땅을 바로잡아 후손들에게는 우리가 물려받았던 것보다 더 나은 환경을 물려 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인류가 생태위기를 벗어나 생육하고 번성할 수 있는 길이고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따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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