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싶은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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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싶은 한 가지
  • 정석준 목사
  • 승인 2021.09.0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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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 130

“땅은 거짓말을 안 해” 내로라하는 가문이 모여 사는 동네에서 이북출신의 아버지가 가난을 벗고 일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논밭을 사들이는 일이었다. 그때 하신 말씀이다. 그렇게 수십 년이 흐르고 마을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중소농이 되셨다. 그러나 아버지가 미처 생각지 못한 일이 있다. “땅은 소출을 내야한다.”는 근본 가치에 “땅은 돈 벌어 부자가 되는 수단”이 더해져버렸다. 결국 부동산 투기가 판을 치면서 시장성 없는 값싼 농지로 내밀렸다. 그 땅은 지금도 가끔 논두렁사이를 빠져나가는 바람소리만 기척을 낼 뿐이다.

연세대 김정호 교수는 특히 한국인에게는, 대단한 노동 없이 불로소득과 아울러 큰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부동산밖에 없다는 것에 거의 미신적인 믿음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모두들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다. 당연히 대리만족이라도 해야 할 판에 판타지 문학(fantasy literature)이 생겨났다. 초자연적 현상의 가상공간(fictional universe)에서 허우적거리면서라도 부를 축적해 보려는 몸부림이다.

마법과 전설의 동물들이 등장하면서 현실이나 현재 상황에서 벗어난 비 리얼리즘적인 상황을 즐겨 다루며,(Magic, the supernatural and magical creatures are common in many of these imaginary worlds.) 스스로 만든 규칙에 따라, 마법과 다른 환상적 장치들이 사용되기 때문에 현실도피나 대리만족효과를 갖기에 적절하다. 네이버의 “이번 생은 부동산이다.”가 대표적인 환타지 소설이다. 똑똑하고 감이 좋은 주인공이 아파트, 상가건물, 땅 등을 골라잡는 것마다 쭉쭉 오르며 행복해 하는 이야기다.

아버지의 땅이 그런 곳에 있었더라면 하는 몽상이 들며 아차 한다. 목회자의 생각이 이러하니, 지금 대선의 잠룡들이 부동산 문제로 시비가 걸려 야단스러운 것이 이상할 것이 없다. 소유에 의해 삶이 평가된다고 가르치고 그렇게 살아왔으니 말이다. 그러나 축복받은 부자소리를 듣고 마음이 편안해지려면 얼마나 가져야될지 의문이다. 복이란 모든 존재가 하나님이 의도하신 존재로서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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