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재산은 하나님께 바친 것, 누구도 훔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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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재산은 하나님께 바친 것, 누구도 훔쳐서는 안 된다”
  • 서헌제 교수 (한국교회법학회 회장)
  • 승인 2021.09.07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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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 정관, 어떻게 만들까’ 교회의 해산과 합병

본지는 교회 분쟁이 사회법 소송으로 비화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반드시 교회 정관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 학자이자 목회자로서 오랫동안 교회법을 연구해온 서헌제 교수의 특별기고를 연재한다.

서헌제 교수<br>한국교회법학회장<br>중앙대 법학과 명예교수<br>​​​​​​​중앙대 대학교회 목사<br>
서헌제 교수
한국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법학과 명예교수
중앙대 대학교회 목사

현실로 다가온 교회해산과 합병
한국교회의 전체적인 교인 수가 감소하고 교회 내의 여러 문제로 유지할 수 없는 교회가 다수 생기면서 교회를 해산하거나 다른 교인에게 넘기거나 다른 교회와 통합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이제까지 부흥과 성장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교회 해산 내지는 통합에 관한 대비가 소홀하였고 따라서 어떠한 절차와 과정을 밟아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이 와중에 교인들이 서로 반목하여 의견을 모으지 못해 갈등하고 급기야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교회 해산이나 다른 교회와의 합병에 관한 내용을 교회 정관에 두는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도 교회의 주인은 그리스도이시고 주님이 부르시는 그날까지 교회는 지속되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 발을 디디고 서 있는 교회로서는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는 교회 해산이나 합병에 관한 대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다음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교회(교단)의 합병에 국가법이 적용되어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단 합병사례
분열되었던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의 3개 교단(통합,수호,예하성)은 2007년 10월 15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교단 통합을 선언하는 대회를 개최하였다. 교단 통합 후 기하성 유지재단을 상대로 명의신탁 해지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하자, 유지재단은 교단 통합이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교단이 비법인사단 임을 전제로 그 통합(법적인 용어로는 합병)의 방법으로는 3개 교단의 총회에서 통합 결의만 하면 통합이 이루어지고, 3개 교단 보유재산은 통합 교단의 재산으로 바로 이전되는 형식의 통합(합병)은 우리 민법상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대신 각 교단이 해산 결의와 새로운 통합 교단 설립을 위한 결의를 하고, 그 결의에서 각 교단 소유재산은 새로 설립되는 통합 교단의 소유로 한다는 결의를 하는 방식, 이른바 해산-신설 방식의 통합은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비법인사단의 해산 결의는 민법 제78조를 유추 적용하여 3개 교단별로 구성원의 3/4 이상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고 보았다. 여기에서 교단 구성원이란 교단 소속 지교회 또는 지교회 교인 전체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있었던 3개 교단 통합 선언만으로는 이러한 해산-신설 결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교회 합병 사례 
甲교회의 담임목사 A는 교회 내 분쟁으로 더 이상 목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여 乙교회의 담임목사 B와 합의하여 양 교회를 통합하기로 하였다. 이에 A 목사와 B 목사는 양 교회를 합동하기로 하는 교회합동 협약을 체결하였다. 이에 앞서 A목사는 甲교회 공동의회에서 교인들의 찬성을 받았다. 그러나 甲乙 교회의 통합에 반대하는 甲교회 교인 46명은 법원에 교회합병절차속행중지가처분을 신청하였다. 
법원은 A목사는 공동의회를 소집하여 82명의 교인 중 76명이 합병에 찬성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甲교회의 교인 확정에 관하여 다툼이 있고, 甲교회의 교인수가 명확하지 아니한 현 단계에서, 위 결의가 甲교회의 교인 3/4 이상의 동의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결국 이 교회 합동 협약은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교회 해산과 합병 결의 요건
현행법상 교회 합병이란 그냥 ‘교회 합병 결의’ 또는 ‘합병 선언’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합병에 참여하는 각 교회가 교인총회를 개최하여 교회 해산(폐지) 및 새로운 교회에 가입·설립 결의를 하고 기존 교회 재산을 새로운 교회에 이전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또 합병과정에서 교회 재산의 임의처분을 방지하기 위해 노회의 승인 절차도 필요하다. 교회를 해산하고 문을 닫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위 사례에서 법원은 모두 교단 또는 지교회의 통합(합병)이 결의정족수 위반으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통합(합병)결의는 합병당사 교회별로 교인수의 3/4 찬성을 요하며, 어느 한 교회에서 결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전체 합병이 무효로 된다. 결국 교단이든 지교회든 나누어지기는 쉬워도 통합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절차상 조그만 하자가 있어도 반대하는 교인들이 소송을 제기하면 어렵사리 이루어진 통합과정이 전체적으로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교회 해산과 합병을 둘러싸고 교인들 간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회 재산 처리에 대한 내용이 반드시 정관에 포함되어야 한다.”
“교회 해산과 합병을 둘러싸고 교인들 간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회 재산 처리에 대한 내용이 반드시 정관에 포함되어야 한다.”

​​​​​​​합병 결의 요건의 완화  
법원이 적용하는 교회 해산과 합병 결의는 전체 재적교인의 3/4의 승인을 요하는 엄격한 것이다. 그러나 그 법적 근거가 되는 민법 제78조는 임의규정이므로 교단 헌법이나 지교회 정관에 다른 규정을 둘 경우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 현재 주요 교단 중에서 교단 헌법에 교회의 합병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교단은 예장 통합과 기독교대한감리회 정도이다. 
통합교단 헌법은 교회의 해산과 합병에 대해 구체적인 결의 요건을 정하지 않은 채 ‘당회와 공동의회의 결의’로만 규정하고, 감리교 교리와장정은 ‘당회(장로교의 공동의회에 해당)의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회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정한다. 
한편 한국교회표준정관은 “교회 해산과 잔여재산 귀속은 당회 재적 4분의 3 이상의 찬성에 의한 발의와 교인총회 특별결의(회원 3분의1 출석과 출석회원 3분의2 찬성)로 의결한다. 교회를 해산하고 다른 교회와 합병하는 경우에도 같다”로 정하고 있다. 어느 것이든 민법이 정하는 전체 교인의 3/4보다는 훨씬 완화된 결의요건으로서 교단과 교회의 상황에 따라 결의요건을 정하면 될 것이다. 

교회재산의 처리  
교회 해산과 합병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해산하거나 합병되는 교회의 재산처리이므로 해산·합병결의에는 반드시 이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합병 결의가 있으면 실제로 교회재산을 이전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교회재산이란 교인들의 헌금과 기부, 기타 교회의 수입으로 이루어진 동산, 부동산 및 금전채권 등 일체의 재산을 의미한다. 이중에서 부동산의 경우에는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등기이전 절차를 거치게 된다.         

노회의 승인 
교회 해산·합병은 당사자 교회의 결의만으로는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속 노회의 승인 또는 허락을 받아야 효력이 있다. 이는 교회재산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이다. 현행법상 교회재산은 교인들의 총유이므로 교인들이 합의만 하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 특히 교회재산이 존속하는 교회에 이전되는 합병과는 달리 그냥 해산해버리는 경우 남아 있는 교회재산이 누구에게 귀속되느냐가 문제된다. 실제 교인들이 소수만 남아 있는 농어촌교회에서 교회를 해산하면서 끝까지 남아 있던 목사나 교인이 교회재산을 차지해버리는 사례까지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를 염두에 두고 한국교회표준정관은 “교회해산·합병 결의는 본 교회 소속 노회의 승인을 얻어야 효력이 있다. 교인총회 결의에서 달리 정하지 않는 한, 교회 해산 시 잔여재산은 본 교회 소속 노회의 유지재단에 귀속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을 마련하였다.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하지 말라 
130년의 짧은 선교역사에 기적적인 부흥과 성장을 경험한 한국교회이지만 앞으로는 성장보다는 현상유지 내지는 교인 수 감소가 현실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교회가 문을 닫거나 다른 교회와 합병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몇몇 교단을 제외하고는 교단 헌법이나 교회정관으로 이를 준비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는 사이 교회 해산과 합병을 둘러싸고 교인들 간의 분쟁이 격화되는가 하면 교인들이 담합해서 교회재산을 사적으로 처분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또 합병이라는 이름하에 위로금 또는 퇴직금을 주고받으면서 사실상 담임목사직을 사고 파는 일도 이루어지고 있다. 비록 교회재산이 교인들의 헌금으로 조성된 총유재산이라고 하더라도 헌금은 하나님께 바친 것으로 교인들의 손에서 떠난 교회의 공적 재산이다. 교회가 해산되어 주인이 없다는 것을 기회로 이를 차지한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주인이신 하나님의 물건을 도둑질하는 제8계명을 범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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