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준비 부족으로 하나님 영광 가리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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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 준비 부족으로 하나님 영광 가리지 말아야”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1.09.01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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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 정관, 어떻게 만들까’ ⑭ 구분기록·관리와 종교활동비
서헌제 교수
서헌제 교수

본지는 교회 분쟁이 사회법 소송으로 비화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반드시 교회 정관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 학자이자 목회자로서 오랫동안 교회법을 연구해온 서헌제 교수의 특별기고를 연재한다.

종교인 과세와 구분기록·관리
2018년 종교인 과세가 시행된 이후 교회의 회계는 큰 변화를 맞이하였다. 회계란 나가고 들어오는 돈을 확인하여 계산하는 것을 뜻하는데 교회에서 나가는 돈, 즉 지출하는 비용 중에서 종교인(목사, 전도사 등)에게 사례비로 지급하는 부분만 과세대상이 되므로 교회는 사례비와 다른 지출비용을 구분해서 회계처리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를 가리켜 법적 용어로 ‘구분기록·관리’라고 한다.  

종교인 과세 입법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부분이 세무조사의 대상과 범위이었다. 아무 제한 없이 세무조사를 허용하게 되면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가 침해될 소지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논란 끝에 소득세법 시행령에 “종교단체가 소속 종교 관련 종사자에게 지급한 금품, 물품 등과 그 밖에 종교활동과 관련하여 지출한 비용을 구분하여 기록·관리”하는 것을 전제로 “세무조사 시, 교회(종교단체)가 소속 종교인(목회자)에게 지급한 금품 외의 종교활동과 관련하여 지출한 비용을 구분하여 기록·관리한 장부 등은 조사대상이 아니다”는 점을 명시하였다. 그 결과 교회가 구분 기록·관리를 하면 설사 세무조사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교회는 종교인 사례비 관련 장부만 제출하면 된다.  

구분기록·관리의 방법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구분기록·관리인가? ‘구분기록’은 사례비와 그 밖의 사항, 특히 교역자의 종교활동비를 구분해서 회계장부를 마련하라는 것이고 ‘구분관리’는 사례비와 기타 종교활동 비용을 서로 다른 통장으로 입금하여 사용하라는 뜻이다. 따라서 교회정관으로 교역자 사례비 장부와 종교활동비 장부 그리고 일반 경비장부의 3개의 회계장부를 구분해서 기록할 것과 교회명의 통장도 사례비 통장, 종교활동비 통장, 일반경비 통장의 3개 이상을 개설하는 내용을 정해야 한다. 이처럼 국가법으로 구분기록·관리를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회정관에는 이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정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 구분기록·관리의 방법을 살펴보자. 

예를 들어 교회에 매월 1,000만원의 헌금수입이 있고 교회 지출도 1,000만원 정도라고 가정하자. 담임목사에게 매월 400만원, 부목사 1명에게 200만원, 전도사 1명에게 100만원씩 사례비를 지급하고, 담임목사의 목회활동비로 100만원, 교회전체 경비로 월 200원 씩 지출할 경우 구분기록·관리는 다음과 같이 한다. 

우선 교회 명의 통장(마스터 통장)에 모든 헌금(1,000만원)을 입금 또는 지출하고 그 외에, ① 교회명의의 목회자 사례비통장과 회계장부, ② 종교활동비(목회활동비) 통장과 회계장부, ③ 교회 일반경비 통장과 회계장부의 최소한 3개의 통장을 개설한다. 교회의 마스터 통장에서 ① 사례비통장에 매월 700만원을 입금하고, ② 목회활동비 통장에 매월 100만원, ③ 교회경비통장에 매월 200만원씩 입금한다. 그리고 교회 사례비통장(①)에서 담임목사 개인통장에 400만원, 부목사 개인통장에 200만원, 전도사 통장에 100만원씩 이체하면 된다. 교역자들도 교회로부터 받는 사례비 수령을 위한 통장을 다른 개인통장과 구별해서 개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하면 교회는 ①에 해당하는 금액만 세무서에 소득신고와 납부하면 되고, 만일의 경우 세무조사를 받게 되더라도 사례비(①) 통장과 회계장부만 제출하면 된다. 그렇지 않고 종교활동비(②) 또는 교회경비(③)를 직접 교역자에게 지급하거나 계좌이체를 한 경우에는 지급명세서에 그 금액을 기재해야 비과세로 인정되며 또 세무조사 대상에도 포함된다.

종교활동비의 뜻과 요건
이처럼 구분기록·관리의 핵심은 교회의 공적 경비와 교역자의 사례비를 구분하는 것인데 여기에서 가장 애매한 부분이 교회에서 교역자에게 지급하는 목회활동비(법적 용어로는 종교활동비)이다. 종교활동비는 사례비와는 달리 교회 발전과 목회를 위해 사용되는 공적 경비이지만 교역자에게 맡겨 재량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외형상 사례비와 구분이 어렵기 때문이다. 소득세법은 종교활동비의 이러한 특성을 감안해서 비과세로 하되 그 요건을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종교활동비는 “종교 관련 종사자(교역자)가 소속 종교단체의 규약 또는 의결기구의 의결·승인 등을 통하여 결정된 지급 기준에 따라 종교활동을 위하여 통상적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지급받은 금액 및 물품”을 가리킨다. 즉 종교활동비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누리려면 첫째, 종교활동비의 개념, 책정, 사용, 증빙 등을 규정하는 정관 또는 재정규칙이 있거나 교인총회 결의가 있어야 하며, 둘째, 결정된 기준에 따라 지급이 되어야 하며, 셋째, 종교활동을 위해 통상적으로 사용할 목적인 비용을 의미한다. 

따라서 교역자들에게 지급하는 종교활동비(목회활동비)라도 지급의 근거가 되는 기준이 없거나 기준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기준에 따르지 않고 임의로 지급하는 경우, 또는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목적이 아닌 소위 특활비 명목으로 지급되는 비용은 종교활동비가 아니다. 또 종교인이 아닌 교회 장로나 기타 관리집사 등에게 지급되는 활동비는 종교활동비가 아니다. 

이처럼 세법상 종교활동비로 인정받아 비과세와 세무조사 면제를 받으려면 종교활동비에 관한 근거 규정이 교회정관 또는 재무규정 등에 명확히 정해져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한국교회표준정관은 “종교활동비는 교회 발전과 목회 유익에 관련이 있는 교역자의 대내외 사역을 위해 교역자의 재량으로 사용하는 비용을 말한다”로 정의하고 이어 종교활동비의 사용목적, 종교활동비의 확보, 종교활동비의 수령 및 관리, 종교활동비의 지출증빙에 관한 상세한 조항을 마련하고 있다. 

종교활동비와 지급명세서 기재 
지급명세서란 소득금액을 지급받는 자의 인적사항, 소득의 액수와 종류, 지급시기, 연도 등을 기재하는 서식으로서 교회는 매년 3월 10일까지 전년도 지급명세서를 관할세무서에 제출해야 한다. 종교인에게 지급하는 사례비와 종교활동비 기타 교회의 공적 경비에 대해 구분기록·관리한 교회들은 지급명세서에 교역자에게 지급한 사례비만 기재하고 종교활동비를 기재할 필요가 없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재정 사용문제로 큰 혼란을 겪었던 분당중앙교회는 갈등을 극복하고 한국교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교회운영정관을 비롯해 재무회계 시행세칙 등의 법규집을 발간한 바 있다. 최종천 목사(사진)는 규정에 따른 재정 지출이 교회 분쟁을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재정 사용문제로 큰 혼란을 겪었던 분당중앙교회는 갈등을 극복하고 한국교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교회운영정관을 비롯해 재무회계 시행세칙 등의 법규집을 발간한 바 있다. 최종천 목사(사진)는 규정에 따른 재정 지출이 교회 분쟁을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종교활동비의 지출증빙
종교활동비는 그 사용목적이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교역자의 재량으로 사용하도록 총액으로 책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문제는 종교활동비를 사용할 때마다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갖추어야 하는가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제91차 총회 보고서는 “목사의 각종 선교활동을 위하여 포괄적으로 편성된 예산은 목사의 재량에 맡겨 처리해야 하고, 증명자료는 없어도 가하다”라고 결의한 해석이 있다. 이에 따르면 종교활동비는 총액으로 책정되어 있으면 그 구체적인 사용에 대한 재량은 목사에 일임되어 있어 그 사용내역에 대한 영수증이나 사용처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종교활동비와 유사한 일반 사회단체장의 업무추진비에 대해서도 법원은 “사회단체장의 업무추진비 또는 판공비는 임직원에게 그 사용처나 규모, 업무와 관련된 것인지 여부 등에 대한 재량이 있다. 따라서 판공비 등을 사용한 임직원이 그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사후적으로 그 사용에 관한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여 함부로 이를 횡령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하였다.  

사적 용도의 판단기준 
종교활동비 사용에 재량권이 부여되었다고는 하지만 목회활동과 관련해서만 사용해야 하며 사적 용도로 사용하거나 과다하게 사용할 경우에는 교회 공금의 횡령이 될 수 있다. 만민중앙교회 공금횡령 사건에서 담임목사측은 교회재정의 20% 정도는 목회활동비로 마음대로 쓰는 게 관행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하였으나 말도 되지 않는 주장으로 치부되었다. 다만 새벽기도부터 철야기도회까지 주관하는 교역자에게는 공적업무(목회활동)와 사적 생활이 거의 구분이 없다시피 한 현실을 감안하면 종교활동비를 사적으로 사용하였느냐 여부는 일반사회단체장의 업무추진비와는 달리 제한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과거에는 교인들의 헌금으로 조성된 교회의 돈에는 가이사의 것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종교인 과세의 실행으로 적어도 실정법상으로는 가이사의 것과 하나님의 것을 구분해야 하며 그 기준이 구분기록·관리이다. 준비를 게을리 해서, 또는 몇 푼 아끼려다 교회가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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