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을 행하는 자들의 기도… “내가 듣지 아니하리라”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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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을 행하는 자들의 기도… “내가 듣지 아니하리라” 경고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1.08.31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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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 “내가 지기에 곤비하였느니라.” (사 1:13)

너희를 만나는 일이 참 피곤하구나.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내 마음이 너희의 월삭과 정한 절기를 싫어하나니 그것이 내게 무거운 짐이라 내가 지기에 곤비하였느니라(사 1:13)” 월삭과 절기는 율법 규정에 따라 하나님 앞에 제물을 드리는 날들입니다. 제단에 바쳐진 제물을 “향기로운 냄새”라 부르셨던 하나님께서 이제는 제물은 고사하고 그들이 제사드리는 날만 생각해도 피곤해진다고 하십니다. 참으로 충격적인 말씀입니다. 데이트 약속한 날이 다가오면 가슴이 설레야 연인이지요. 데이트 날짜가 가까울수록 소화가 안 되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처지라면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나는 네 하나님이 되고 너희는 내 백성이 되리라”며 기뻐하셨던 하나님의 마음이 이렇게 된 이유는 이스라엘에게 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께 제물을 바칠 뿐, 마음은 드리지 않았습니다. 값진 제물을 드리고 절기를 빠짐없이 지키면서도 제단에서 물러가서는 서슴없이 악을 자행하는 괴물들이 되어버렸던 것입니다. “너희가 손을 펼 때에 내가 내 눈을 너희에게서 가리고 너희가 많이 기도할지라도 내가 듣지 아니하리니 이는 너희의 손에 피가 가득함이라(15절)” 말끔하게 단장하고 거룩한 말씀과 노래를 입에 담아보지만 그들의 모습과 목소리는 하나님께 혐오를 불러일으킬 뿐이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정결예식은 위생이 아닌 신앙의 문제였습니다, 종교심이 강할수록 강박증에 가까울 정도로 청결에 신경을 썼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손에 피가 가득하다 선언하셨습니다. 고아와 과부, 학대받는 자들이 흘리는 피눈물이 그 손에 묻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예언자의 과격한 수사가 아니라 이스라엘의 현실이었습니다. “네 고관들은 패역하여 도둑과 짝하며 다 뇌물을 사랑하며 예물을 구하며 고아를 위하여 신원하지 아니하며 과부의 송사를 수리하지 아니하는도다(1:23)” ‘고아와 과부’는 그저 사회적 약자들을 가리키는 호칭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의 아버지와 보호자를 자처하시기 때문입니다.

“그의 거룩한 처소에 계신 하나님은 고아의 아버지시며 과부의 재판장이시라(시 68:5)” 따라서 고아와 과부의 억울함을 외면하는 것은 단지 직무에 태만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지으시고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신성모독의 죄입니다. “가난한 사람을 학대하는 자는 그를 지으신 이를 멸시하는 자요 궁핍한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자는 주를 공경하는 자니라(잠 14:31)”

자신들이 경건한 신앙인이라고 굳게 믿던 이들을 향해 이사야가 충격적인 선언을 합니다. 하나님께 소중한 이들을 멸시하고 그들의 호소에 귀를 막는 한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원수일 뿐이며,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보복하시는 하나님 즉 심판주로 오실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 만군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전능자가 말씀하시되 슬프다 내가 장차 내 대적에게 보응하여 내 마음을 편하게 하겠고 내 원수에게 보복하리라(1:24)”

예언자들은 회개하여 이 심판을 면하라고 외칩니다. 하나님께서는 회개하는 이에게 긍휼을 베푸십니다. 그러나 순종의 의지 없이 사죄만을 바라거나, 변화의 가능성을 부인하고 스스로 만든 자아의 틀에 갇혀 사는 것은 참된 회개가 아닙니다. 사죄와 회복은 회개에 순종이 동반될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너희는 스스로 씻으며 스스로 깨끗하게 하여 내 목전에서 너의 악한 행실을 버리며 행악을 그치고 선행을 배우며 정의를 구하며 학대받는 자를 도와주며 고아를 위하여 신원하며 과부를 위하여 변호하라(16~17절)”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자는 그 은혜를 흘려보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손에 피가 묻었다 하시고 우리를 만나기가 괴롭다 말씀하시지 않도록 말입니다.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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