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웠다. 십여 년 전 여행했던 아프가니스탄에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산과 호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다. 가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모두가 위험하다고 했지만 내가 살던 곳과 다를 것 없는 '사람 사는 곳'이었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지독하게 가난한 나라. 탈레반이 물러나고 비교적 안전한 때였음에도, 평화에 익숙하던 스무 살 여행자에게는 적잖은 용기가 필요했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그 나라의 사람들은 다치고 병들었거나 아니면 대부분 총을 들고 화가 나 있었기 때문이다.
짧은 아프간 여행은 TV에서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 계기가 됐다. 과장과 왜곡, 무지와 두려움을 극복했을 때, 하나님이 창조하신 진짜 세상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죄로 인해 타락했지만, 그분께서 보시기에 좋으셨던 바로 그 피조세계는 지금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언어와 피부색, 성별과 종교를 막론하고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심을 받은 모든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 사랑스러웠다.
총소리를 듣고 자란 아프간의 아이들은 낯선 이방인에게 경계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흙먼지를 내며 공놀이를 하는 동안 이내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었다. 헤어질 때 눈물을 보이던 아이에게 약속했다. 꼭 다시 만나자고.
그 후 아프간은 여행금지국이 됐고 시간이 지나면서 잊고 살았다. 얼마 전 탈레반이 다시 카불을 장악하기 전까지 말이다. 십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고 스무 살 청년은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는데 아프간의 시간은 거꾸로 간 것 같았다. 미래가 사라진 나라에서 어떻게든 구해내려고 철조망 위의 군인에게 아이를 부탁하는 부모의 사진을 보며 마음이 무너졌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잊지 말자. 아프간은 아름답다는 것을. 그곳의 사람들도 우리와 같다는 것을. 그리고 폭력과 공포보다 더 강한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비록 검으나 아름다우니”(아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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