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도 깨닫지 못하는 백성…예언자의 고통은 크지만 영광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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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도 깨닫지 못하는 백성…예언자의 고통은 크지만 영광도 크다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1.08.2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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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 이사야 (2)

“하늘이여 들으라 땅이여 귀를 기울이라(사 1:2)”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부르시고 여호와께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자식을 양육하였거늘 그들이 나를 거역하였도다.”

이 말씀에 담긴 하나님의 심정이 바로 66개 장에 걸친 이사야서의 장대한 예언을 하나로 묶는 실마리입니다. 세상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고 죽도록 애써 키웠더니 부모를 등지는 자식. 그래도 그 자식을 어찌하지 못해 속상해하는 부모의 가슴. 자식 키워본 사람은 알겠지, 감정이입을 해보고 깨달을까 했는데 이스라엘은 그래도 못 알아듣습니다. 제 자식 놓고 가슴앓이는 해봤는데, 자기가 하나님 앞에 그런 자식인 줄은 모르는 게 인간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예언자는 또 다른 비유를 보태봅니다. 새끼 받아 씻겨주고 여물 먹여 키운 소 이야기입니다. 다들 농사짓고 가축은 키워봤을 테니까요. 주인을 보면 반가워하고 팔려가면서 눈물 흘릴 줄 아는 게 소입니다. “소는 그 임자를 알고 나귀는 그 주인의 구유를 알건마는...”(1:3상) 이렇게 말하면 하나님을 거부하고 반역한 우리가 소만도 못하구나 하고 마음이 찔려야 하는데, 이번에도 감감무소식입니다.

“이스라엘은 알지 못하고 나의 백성은 깨닫지 못하는도다(1:3하)” 이것이 현실입니다. 들어도 깨닫지 못하는 백성을 향해 외치는 메신저의 고통. 하나님의 애타는 심정을 알기에 마음을 다해 전하지만 열매를 보기 어려운 사역의 무게. 그래서 예언자들은 자신의 메시지를 짐이라(히브리어로 마싸) 부르곤 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마음을 아는 이만 느낄 수 있는 하나님 마음의 무게이며,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자만 가질 수 있는 영광의 무게입니다. 영광을 가리키는 히브리어 ‘카보드’의 어근이 ‘무겁다’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이사야의 소명은 그런 점에서 상징적입니다. 하나님의 영광과 소명의 무게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어서입니다.

예레미야, 에스겔, 호세아, 요나 등 많은 예언서들이 예언자들의 소명기사로 시작하는 데 반해 이사야는 이스라엘을 향한 탄식으로 곧바로 들어갑니다. 하나님의 피흘리는 가슴으로 외롭게 외치는 그 모습이 바로 소명기사라 생각해야 할지요? 이사야의 소명기사는 6장에 나옵니다. 성전에 선 이사야는 ‘높이 들린 보좌’ 위에 계신 하나님의 영광을 보았습니다. 하나님의 보좌를 지키는 천사들의 모습을 보았고, “거룩 거룩 거룩”을 노래하는 신비로운 찬송 소리를 들었습니다. 하나님의 거룩함 앞에서 이사야의 반응은 절망감이었습니다! “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사 1:5)” 이야, 우리 하나님 굉장하시다. 이 분이랑 일해봐야지같은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하나님 앞에 선 자신의 누추함을 깨닫는 경험. 참다운 소명은 역설적이게도 절대적 불가능과 절대적 가능성이 만나는 지점에 있습니다. 나로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인 동시에, 하나님께서 하시니 안 될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6:8)”라는 하나님 말씀에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라고 응답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사야에게 충격적인 말씀을 주십니다. “이 백성의 마음을 둔하게 하며 그들의 귀가 막히고 그들의 눈이 감기게 하라(10절)” 한마디로 말해 실패가 확실한 사업, 실패하라고 주는 미션이라는 뜻이니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지요. 거룩하신 하나님, 전능자 하나님께서 그렇게나 엄숙하게 일군을 부르시고는, 실패할 테지만 가서 해보라고 하실 수가 있을까요? 그러나 이사야는 순종했습니다. 웃시야, 요담, 아하스, 그리고 히스기야까지 4대에 걸쳐 왕과 백성들에게 계시의 말씀을 선포하고 교훈과 조언을 베풀었습니다. 당대는 물론 그리스도의 생애와 사역을 넘어 역사의 종말까지 광대한 영적 세계를 보고 전했습니다.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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