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문화 '목욕', 목욕탕은 사교의 공간이자 '쾌락'의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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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문화 '목욕', 목욕탕은 사교의 공간이자 '쾌락'의 장소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1.08.2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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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일상생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목욕

목욕은 그리스도인이든 아니든 누구에게나 가장 흔한 일상이다. 이런 일상에 대해서도 교회나 교부들이 교훈한 바가 있을까? 이 점에 대해 살펴보기 전에 로마 사회에서의 목욕과 목욕 문화가 어떠했는가를 아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공중목욕탕은 기원전 3세기 무렵부터 이탈리아 반도에 퍼지기 시작하여 기원전 1세기경에는 로마제국 곳곳으로 확산되어 로마인들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시설이 되었다.

이런 목욕탕을 로마인들은 테르메(thermae)라고 불렀다. 이 말은 ‘뜨겁다’(hot)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θερμός)에서 유래했는데, 대규모의 공중목욕탕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대부분의 고대 로마 도시에는 테르메가 있었으며 목욕뿐만 아니라 독서와 사교생활의 중심지였다. 주로 인근의 강이나 개울에서 수로를 통해 물을 공급받은 뒤 불로 데워서 온탕을 채웠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발레에(balneae, 혹은 발레아 balnea)라고 부른 목욕탕도 있었는데, 이 말은 그리스어 발라네이온(βαλανεῖον)에서 유래했는데, 목욕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목욕할 수 있는 시설을 의미했다. 테르메가 대규모의 목욕탕 시설이라면, 발레에는 이보다 작은 규모의 시설로 로마 전역에 산재해 있던 공사립 목욕탕을 의미했다. 

이런 목욕탕들은 냉탕욕실인 프리지다리움(frigidarium), 온탕욕실인 테피다리움(tepidarium), 열탕욕실인 칼다리움(caldarium), 열기욕실인 라코니쿰(laconicum), 목욕 후 몸을 식힌 뒤 오일이나 행수를 뿌리는 공간인 운찌오니움((unzionium)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이런 목욕탕은 남탕과 여탕이 구별된 곳도 있었지만 남녀 혼탕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이런 시설에는 탈의실(apodyterium), 체력단련실(palestra), 실외수영장(natatio)이 있었다. 이런 시설만 보더라도 단순한 목욕이 아니라 쾌락 시설이었음을 알 수 있다.

기원전 33년에 아그립파가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로마시에만 170개의 목욕탕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109년에는 트라야누스 황제에 의해 거대한 공중목욕탕 곧 테르메가 완공되었는데, 길이가 330미터, 너비가 215미터에 달했다고 한다. 하드리아누스 황제(재임기간, 117~138) 때 로마시에는 대규모의 테르메가 11개 처, 그 밖에 개인이 경영하는 소규모의 목욕탕이 900여 곳에 있었다고 한다. 황제가 시민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많은 목욕탕을 건립했기 때문이었다. 216년에는 카라칼라 황제(재위기간, 211~217)에 의해 거대한 공중목욕탕이 완공되었다. 물론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 유적을 보면 실로 거대한 테르메였음을 알 수 있다. 길이가 224미터, 너비가 185미터로 2천명 이상이 동시에 목욕할 수 있는 규모였다고 한다. 이런 목욕탕은 단지 목욕 시설만이 아니었고 로마인들의 일상의 삶에 중요한 현장이었으므로 타키투스는 이를 대표적인 ‘로마 문화’라고 불렀다.

문제는 로마에서의 목욕은 단지 몸 씻음만이 아니라 쾌락의 장소였다는 점이다. 이 점은 목욕탕 건축 양식에서 엿볼 수 있고, 목욕탕 내부에 남아 있는 목욕하는 여인상이나, 목욕탕 벽면을 장식했던 비너스 여신상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로마제국의 어떤 도시이든 공중목욕탕이 있었고 그 도시에 살고 있던 그리스도인들도 목욕탕을 이용했음이 분명하다. 

당시 테르메의 이용료는 최소한의 금액, 한 코드란트였다고 한다. 코드란트는 당시의 최소 단위의 화폐였으므로 거의 무료에 가까웠다. 따라서 부유한 이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니었다. 평범한 이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사교와 교류의 공간이기도 했다. 이런 현실에서 교회나 교회 지도자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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