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인가 재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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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인가 재물인가”
  • 서헌제 교수(한국교회법학회장)
  • 승인 2021.08.18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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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 정관, 어떻게 만들까’ ⑫ 교회 분열과 재산귀속

본지는 교회 분쟁이 사회법 소송으로 비화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반드시 교회 정관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 학자이자 목회자로서 오랫동안 교회법을 연구해온 서헌제 교수의 특별기고를 연재한다.
 

“주님은 우리에게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겨서는 안된다고 하셨다. 재물이 하나님과 같이 섬김의 대상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의 말씀이다.”
“주님은 우리에게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겨서는 안된다고 하셨다. 재물이 하나님과 같이 섬김의 대상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의 말씀이다.”

교회 분열
교회 분쟁의 가장 전형적인 모습은 교인들이 서로 나뉘어 따로 예배를 보면서 서로 교회재산을 차지하려는 교회 분열이다. 단순히 예배를 따로 보는 정도가 아니라 한쪽이 기존 교단을 탈퇴함으로써 믿음의 동질성을 상실하여 결국 하나의 예배당 안에 두 개의 교회로 나뉜 상태를 가리켜 교회 분열이라고 한다. 
교회가 분열되면 서로 교회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교회 부동산 등기명의를 자기 쪽으로 변경하거나 교회당을 점거하는 등의 실력행사로 나가면서, 법원에 불법적으로 변경된 등기말소청구소송이나 부동산 명도소송, 상대편 교인들의 교회출입금지가처분신청 등의 형태로 소송전이 전개된다. 그리고 교회재산이 교단 유지재단 앞으로 등기되어 있는 경우에는 교회 분열에 교단도 개입하게 된다. 

총유설
교회 분열로 인한 재산싸움에 대해서 법원은 1950년대 이래로 교회는 비법인사단으로서 교인들의 헌금으로 조성된 교회재산은 전체 교인들의 총유임을 전제로 분쟁해결 기준을 제시하였다. 이를 종합한 1993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일반 사회단체와는 달리 오직 교회에 대해서만 분열을 허용하고 분열시의 재산관계는 ‘분열 당시 교인들의 총유’라고 판시하였다(총유설). 쉽게 말하면 100명의 교인들이 70명과 30명으로 나뉘어 분쟁하는 경우 교회재산은 어느 편도 다 차지할 수 없고 양쪽이 같이 사용하고, 처분할 때에도 양쪽이 다 모여서 결정하라는 것이다(대법원 1993.1.19 선고 91다1226 전원합의체판결).
이러한 법원의 결정은 교회 분쟁은 일반 사회단체의 분쟁과는 달리 신앙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므로 국가법인 민법이나 상법상 다수결의 원리를 교회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종교개혁의 역사에서도 보듯이 반드시 다수가 진리가 아니라 오히려 소수가 진리의 편에 서 있음을 고려해서, 교회에서는 비록 소수라고 하더라도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끼리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해야 한다는, 교회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결정이다.

분열부정설 
그러나 근래의 교회 분열은 교리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담임목사의 지위와 관련된 재산싸움의 양상이 짙고, 또 종래 법원이 제시하는 ‘분열 당시 교인들의 총유’라는 기준은 이미 분열된 교회로서는 충족이 불가능하다. 특히 교회재산과 교인수가 대폭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종래 소규모 교회를 상정한 추상적인 기준으로는 교회 분열로 인한 재산 다툼을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 결과 교인들이 물리력 행사를 통해 교회를 서로 차지하려는 사태를 방치하는 결과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2006년 판례변경을 통하여 교인들이 3분의 2 이상 결의로 교단 변경을 결의한 경우 종전 교회 재산은 변경된 교단 소속 교인들의 총유에 속한다고 판결함으로써 교회 분열을 인정하지 않고 교회재산을 다수 교인에게 몰아주게 되었다(분열부정설). 즉 100명의 교인이 70명과 30명으로 나뉘어 분쟁하는 경우 교회재산은 3분의 2 이상 다수를 차지하는 70명 교인들이 다 차지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06.4.20 선고 2004다37775 전원합의체판결). 
종래 법원이 교회에 대해서만 다수결 원칙에 예외를 둔 것은 교회분쟁은 세상 단체들과는 다르다는 믿음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뢰와는 달리 대부분 교회 분쟁은 세상 단체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재산 싸움이라는 것을 알게 된 법원은 더 이상 교회에 대해서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없다고 보아 3분의 2 다수결로 교회재산 귀속을 결정한 것이다. 즉 가이사의 법정이 더 이상 교회를 존중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교회로서는 뼈아픈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분열부정설은 믿음공동체라는 교회의 특성을 무시해서 소수파 교인들의 종교자유를 침해한다는 근본적인 문제 외에도, 교인명부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한국교회의 현실상 ‘재적교인 3분의 2 다수’의 입증은 사실상 불가능하여 오히려 교회분쟁이 장기화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공유설
분열부정설은 소수파 교인의 종교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총유설은 분쟁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각각 한계가 있으므로, 교회재산은 분열된 각 교회에 공유적 형태로 분리하여 귀속된다는 공유설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1993년 판결, 2006년 판결의 소수견해). 
공유설에 따르면 분열되기 전 교회재산은 분열된 각 교회가 공유하며 공유지분 비율은 분열 당시 등록된 세례교인 수에 의하여 결정한다. 따라서 잔류교인측이 30%이면 30%의 지분을, 탈퇴교인측이 70%이면 그에 상응하는 지분을 보유하는 것으로서 양자간의 협의에 따라 교회재산을 분할하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교회정관의 관련 규정 
이처럼 어느 견해를 취하든 교회 분열과 재산귀속을 둘러싼 분쟁의 명쾌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므로 교회정관에 이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답이 아닐까 한다. 물론 평화로운 교회에서 미리 분열을 예상해서 재산귀속을 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차피 교회정관을 만드는 이유가 분쟁의 예방에 있으므로 교회분열에 관한 규정도 함께 정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한국교회표준정관에서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제 00조(교단탈퇴와 교회재산) ① 본 교회가 준수하는 신앙원리나 정치원리를 이탈한 자는 교회재산에 대한 권리(관리 및 처분, 사용·수익권)를 상실한다. ② 교회분립과 분열로 인한 재산분할은 허용하지 아니한다.

방안1 : 교회재산 박탈
위 규정은 교회의 신앙원리와 정치원리를 이탈한 자, 다시 말하면 교회가 소속한 교단을 이탈한 교인의 교회재산권을 박탈한다는 내용으로 현재 대부분 교단의 헌법이나 미국 대법원의 판결례에 따른 해결책이다. 교회를 동일한 믿음을 가진 교인들의 공동체라고 한다면 그러한 믿음을 떠난 사람들을 교회에서 배제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논리에 근거하는 조항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몇몇 교단이 동성애를 받아들이자 보수적인 교회들이 교단을 이탈하면서 모든 재산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다만 우리나라 대법원은 교단 탈퇴와 교회 탈퇴를 구분해서, 교회 탈퇴의 경우에는 탈퇴교인들의 재산권을 박탈하지만 교단 탈퇴의 경우에는 탈퇴 교인이 3분의 2 다수에 이르면 오히려 탈퇴 교인들에게 재산을 몰아주고 있으므로, 교단을 탈퇴하는 교인 수에 상관없이 무조건 재산권을 박탈하는 정관조항이 효력이 있는지가 문제 될 것이다. 

방안2 : 교회재산 분할  
분열된 교인들이 자신의 교리적 신념을 지키면서 신앙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교인 수에 비례하여 교회재산을 나누어 주는 방안이다. 공유설에 바탕을 둔 이 방안은 법 이론적인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믿음공동체로서의 교회를 존중하면서도 교회재산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생각된다.  
다만 공유설의 입장에서도 재산분할은 절차도 복잡하고 시일도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실제 많은 교회분쟁에서는 교회재산액을 금전으로 산정하여 어느 한 파가 교회를 떠나는 대신에 그 교인들의 몫을 금전으로 보상해주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남는 문제는 교인수의 산정으로 서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위해 유리한 자료를 제시하기 때문에 조정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주님은 우리에게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한다”고 하셨다. 재물이 하나님과 동격으로 섬김의 대상이 된다는 경고의 말씀일 것이다. 교회 분열과 그로 인해 가이사의 법정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재산 싸움을 보면서 과연 한국교회의 주인이 하나님인지 아니면 재물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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