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차림보다 내면세계를 성찰하고, 검소하고 단순한 삶 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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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차림보다 내면세계를 성찰하고, 검소하고 단순한 삶 살아야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1.08.17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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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일상생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 의복

초기 교회 지도자들 가운데 여성의 의복에 관하여 교훈한 교부가 있었다는 점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가 바로 테르툴리아누스(150/160~222/223)였다. 155년 경 카르타고(Carthago)의 이교 가정에서 출생한 테르툴리아누스는 165년 경 로마로 이주하여 법률을 공부한 인물로서 로마에서 활동했다. 195년 경 다시 카르타고로 돌아왔고, 이때 기독교로 개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르타고는 지금의 리비아 북부에 속하는 지역인데, 바다 건너 로마와 인접해 있어 일찍부터 교통과 무역이 발달한 곳으로서 사치하고 개방적인 도시였다.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로마와 패권 다툼을 벌였는데, 기원전 146년 제3차 포에니 전쟁에 패배하여 로마 공화정의 아프리카 속주의 일부가 되었다. 이후 완전히 파괴된 도시를 기원전 46년에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재건하여 북아프리카 일대 상공업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곳에서 성장하고 활동한 테르툴리아누스는 기독교 신앙을 변호하는 변증의 전사(戰士)였다. 그는 교회 내에서 최초로 라틴어 작품을 썼는데 ‘한 본체 내에 세 위격’이라는 ‘삼위일체’라는 용어를 처음 썼고, 그가 만든 라틴어 신조어가 무려 982개에 달한다고 한다.

그는 많은 글을 썼는데 이중 라틴어로 쓴 34편의 작품이 남아 있고, 그리스어로 쓴 글은 다 소실되었다. 라틴어로 쓴 글 중에 한 권이 ‘여성의 복장에 관하여 De cultu feminarum’라는 글이다. 이 글의 영역본, On female fashion 은 Ante-Nicene Fathers 4권 14~25쪽에 게재되어 있다. 책 제목과는 달리 꼭 여성의 의복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여성들의 복장에 대한 것으로서 여성들은 사치스런 복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복장에서 사치를 멀리하라는 정도로 권면한 것이 아니라 여성인 하와를 통해 죄가 들어왔으므로 항상 죄인이라는 자성과 함께 죄책에 대한 일상의 의식을 가지고 살아야 하고, 밝고 빛난 옷을 입어서는 안 되며 어두컴컴한, 채색되지 않는 옷을 입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독교 신앙을 가진 여성은 사치스런 육체의 장비들이나 장식품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하나님이 사치한 도구를 만드신 것은 인간의 자기 통제력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여성이 화려한 옷이나 보석(finery)을 추구하는 것도 인간의 통제력을 시험하시는 수단이라고 말한다(9.1). 그리스도인에게는 겸손함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외적으로 드러나야 한다고 말하면서 의복에서도 그러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특히 테르툴리아누스는 검소한 그리스도인들이 하늘의 보상을 얻기 바란다면 세상의 장식품 장신구를 버려야 한다고(13.5, cf 9.8)고 말한다.

엄격한 도덕주의자였던 그는 금욕적 성격이 강했다. 그는 기독교신앙을 가진 여성과 혼인했으나 독신생활이 결혼생활보다 더 고상하다고 믿었고, 자신이 죽으면 재혼하지 말라고 자신의 부인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이런 그의 윤리 의식이 여성의 복장에 대한 가르침에도 그대로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여성은 사치를 멀리해야 하고 외모를 꾸며서도 안 되고, 복장에 있어서도 단순하고 어두운 복장으로 자신의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런 주장 때문에 여성해방 운동가들로부터 가장 큰 비난을 받았던 이가 다름 아닌 테르툴리아누스였다.

테르툴리아누스의 제자 키프리아누스는 ‘처녀의 복장에 관하여 On the Dress of Virgins’ 라는 글을 썼는데, 테르툴리아누스의 주장과 거의 동일하다. “그들은 평범한 옷을 입어야 하고 모든 보석과 장식품을 멀리해야 한다.” 오랜 세월의 간격에도 불구하고 외모를 꾸미기보다는 내면세계를 성찰하고, 검소하고 단순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은 오늘 우리에게도 유효한 가르침이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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