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선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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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선수 아버지
  • 이찬용 목사(부천 성만교회)
  • 승인 2021.08.1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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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이찬용 목사(부천 성만교회 담임)
이찬용 목사(부천 성만교회 담임)

몇 해 전 50대 후반 나이에 금융권에서 은퇴한 친구가 있습니다. 강남에 아파트도 한 채 있고, 경제적으로도 겉으로 보기엔 별걱정 없는 친구입니다.

언젠가 이 친구 집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수화기 너머 첫 마디가 “목사님~! 살려 주세요. 아침에 일어나면 ‘뭘 먹지?’가 아니라 ‘오늘 뭘 하고 살지?’하는 마음이 들어 하루하루가 힘이 드네요” 하는 전화였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배구의 중심에는 김연경 선수가 있었습니다. 
김연경 선수의 아버지는 2019년 개인택시를 운전하다 지금은 경기도 시흥에서 카카오 택시를 운전한다고 하는데요. 김연경 선수의 연봉이 상당한데도 아버지가 아직까지 택시기사 일을 하시는 것은 택시 안에서 만난 손님들에게 “걔가 내 딸이야” 하며 딸 자랑하려고, 취미로 택시 하시는 거 아니냐는 네티즌들의 반응이 있기도 합니다.

몇 해 전 미국 부흥회 기간 워싱턴에서 뉴욕으로 내려가는 국도변 휴게소를 들른 적이 있습니다. 화장실에 들렀다 나오려 하는데 갑자기 출입문 쪽이 캄캄해졌습니다.

키가 190cm가 넘는 거구의 백발 할아버지가 구부정한 어깨로 검정 비닐봉지를 잡고 청소하러 들어오시는 거였습니다. 빨간 스웨터에 멋지게 보이는 할아버지였는데 말입니다. 그곳 목사님 말씀으로는 마을 마을마다 이렇게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이 계시다고 하더군요. 나와 보니 여자 화장실 쪽도 곱게 나이 드신 할머니가 청소하는 듯 보였습니다.

요즘 우리나라는 너무 일찍 은퇴하는 것 같습니다. 나이 60세 언저리에서 은퇴하게 되는데, 그 나이 분들은 과거 40대쯤 되는 건강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건강도 일의 연륜도 왕성한 나이에 사회에서 퇴출되는 거구요. 그리고 평균 83세까지 산다면, 20년 이상을 더 살게 되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의 은퇴는 뭐가 은퇴일까요? 주님이 부르시는 그날이 현역에서 은퇴 아닐까요? 물론 나이를 먹게 되면 젊을 때처럼이야 일하기가 어려운 게 당연하지만, 그 나이 때에도 하나님과 사람을 섬길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얼마 전 우리 가족이 식사하러 가는 길에 우연히 은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제가 우리 가족에게 부탁했습니다.

“혹 내가 치매가 걸리면 그때에는 요양원에 나를 보내야 한다. 우리 가족이 나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은퇴는 주님이 나를 부르시는 그날이 나의 은퇴가 될 것이다.”
이 말은 농담이 아닌 진심이었구요. 우리 가족도 저의 마음을 아는 듯했습니다.

동네 공원 화장실 청소, 등하굣길 학생들 횡단보도 건네주기, 우리 동네 순찰하기, 이런 것들은 꼭 나라에서 돈 주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것들인가요? 건강도 있고 움직일 수 있는 나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들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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