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역사, 우연의 연속이 아니라 하나님의 위대한 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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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역사, 우연의 연속이 아니라 하나님의 위대한 섭리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1.08.1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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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 예언과 예언자

예언서는 하나님 백성 이스라엘에게 어떻게 살아야할 지를 알려주는 지침이면서, 하나님의 신비 속에 도래할 하나님 나라의 미래를 알려주는 안내서이기도 합니다. 구약성경에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없습니다만 예언서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구체적으로 예시해준다는 점에서 그리스도인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복음서는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을 기록한 후 “이는 선지자 아무개의 예언을 이루려 하심이더라”라고 설명하곤 합니다. 주전 8세기의 이사야나 호세아의 예언이 칠백여 년이 지나 나사렛 출신 예수의 삶에 그대로 이루어진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그러나 옛날 예언자들의 말이 현실 가운데 이루어졌다는 신기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 백성의 역사가 우연한 사건들의 연속이 아니라 위대한 섭리 가운데 펼쳐지는 하나님의 드라마라는 깨닫는 감격입니다. 이것을 아는 사람에게는 오늘 자신이 선 자리와 매일의 삶이 하찮을 수 없습니다. 만물을 지으시고 이스라엘의 역사를 인도하신 하나님 그 분이 곧 오늘 나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일상에 묻혀 삶의 의미와 방향성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예언서는 눈을 열고 길을 보여주는 ‘계시’(열어 보임)입니다.

예언서를 이해하려면 예언자들을 알아야합니다. 예언서는 예언자들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기 때문입니다.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 다니엘, 호세아에서 말라기에 이르는 이스라엘 예언자들은 그 출신지나 배경은 제각각이지만 한결같이 하나님의 전령(메신저)을 자처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의 메시지에서 “이 시대를 바라보는 나의 소견”이나 “율법의 의미에 대한 나의 해석” 같은 관념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들은 이스라엘을 향해 외치며 “주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혹은 “이것이 하나님의 말씀이다”라는 확신을 주저없이 표현했습니다.

예언자를 가리키는 히브리어 호칭 중 ‘호제’ 혹은 ‘로에’는 ‘본 사람,’ ‘보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종종 선-지자 선-견자라 해서 ‘앞 선 자’를 보탭니다만, 히브리어 원어에는 ‘앞서’라는 뜻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영광을 보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환상을 본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언자들의 음성에는 본 것을 전하지 않을 수 없는 마음의 뜨거움이 가득합니다. 예언자를 가리켜 가장 많이 쓰인 히브리어 ‘나비’는 하나님의 부르심과 연결됩니다. 흔히 ‘소명 기사’라 불리는, 예언자들을 부르시고 그들에게 직임을 주시는 기록은 읽는 이를 숙연하게 합니다. “누가 가서 나의 말을 전하겠느냐?” 물으시면 하나님의 사람은 “저를 보내십시오”라고 답합니다(사 6:7). 가라시는 명령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저는 못합니다”라고 대답하면 “내가 너와 함께 한다” 약속하시고 용기를 북돋아주십니다(렘 1:6~8).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일은 그 영광만큼 무거운 짐이기도 합니다. 예언자들은 하나님 편에 서기 위해 종종 사람들을 등져야 했습니다.

작정하고 이방신들을 섬기던 배교의 시대만이 아니라, 일견 하나님의 일에 열심을 내던 시대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거룩하신 하나님의 말씀은 세속의 삶에 찌든 하나님 백성의 마음을 두들기는 망치이고 양심을 쪼개는 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리의 말씀을 듣고 싶지 않은 유력자들은 예언자들의 입을 막기 위해 힘으로 위협하고 돈과 지위로 회유하곤 했습니다. 왕실의 스폰서를 받아 그들의 입맛에 맞는 메시지를 전하며 권력과 영예를 누린 거짓 선지자들도 있었지만, 하나님께 받은 말씀을 가감없이 전하다가 옥에 갇히고 목숨을 잃는 참 선지자들 역시 명맥을 이어갔습니다. 그들은 구름같이 둘러싼 증인들이요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히 11:38; 12:1). 예언의 말씀을 듣고,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우리도 그 대열에 서게 됩니다. 주께 영광!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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